20년 이상 묵은 올드 빈티지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 지난 달 와인앤모어 행사에서 2만원대 후반에 구입했다.
생산자는 들어본 적이 없고, 좋은 빈티지도 아닌데 20년 이상 묵었고, 와인 가격도 너무 저렴하고... 각종 리스크는 다 갖추고 있지만 그래도 구입해 본 것은 율러지가 좋고 레이블도 아주 깔끔한 것이 엑스 셀러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번 빈티지이기도 하고.
참고로 1996년 부르고뉴 꼬뜨 드 본(Bourgogne Cotes de Beaune)의 빈티지 점수는 WS 88(Drink), WA 89(Ready to Drink)다.
일단 코르크 상태도 양호한 것 같다.
인주를 찍은 도장처럼 아주 깔끔하군ㅋ
Yves Girardin, Santenay 1996 / 이브 지라르댕 상트네 1996
흔히 보는 붉은 벽돌색에 브라운 컬러 뉘앙스와 오렌지색 테두리가 곁들여진다. 살짝 코를 대면 부엽토와 칡뿌리 같은 토양 느낌이 먼저 드러난다. 살살 흔들어 다시 향을 맡으니 말린 꽃잎과 붉은 베리, 커런트와 함께 감초와 정향 허브 향기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붉은 자두와 새콤한 구기자 같은 붉은 과일 풍미와 미네랄리티가 나름 조화롭게 드러난다. 와, 아직 살아 있다!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수록 살아나는 감칠맛과 스윗 스파이스 뉘앙스, 괜찮은 밸런스와 목넘김, 은은하게 사그라드는 여운. 투박하면서도 친근하고 편안하다.
피크를 살짝 넘긴 것 같지만 아직도 꽃과 과일 향기를 풍기며 마실만 하게 살아있고, 제법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한 병 더 살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밀려 오는 순간.
레이블 상단의 Confrérie des Vignerons des Pressoirs는 brotherhood of Wine Growers라는 의미. 아마도 단체 이름인 것 같다. 생산자인 이브 지라르댕(Yves Girardin)의 집안은 13대 동안 포도농사를 지어왔으며, 이브의 아버지(로 보이는) 장(Jean)이 1960년대 샤토 드 라 샤리에르(Château de la Charrière)라는 성을 구매하는 등 집안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근거지는 상뜨네를 위시한 꼬뜨 드 본 지역으로, 이브 지라르댕은 1981년 3ha의 포도밭을 가지고 독립해 샤샤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와 뽀마르(Pommard) 등의 포도밭을 구매하며 보유 포도밭을 21.5ha까지 늘렸다. 2003년에는 샤토 드 라 샤리에르를 소유하게 되었고, 본과 보르도에서 공부한 그의 아들(Benoît)이 생산과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듯.
이 가격에 이런 품질, 그리고 숙성력이면 환영할 만 하다. 물론 상급 와인의 풍미를 기대하는 건 파울.
온라인 광고를 보고 충동적으로 주문한 족발과 함께 먹었다. 저 마늘 소스는 별도로 구매하는 거라 주문하지 않았는데 서비스로 주신 듯.
외관은 딱 마트에서 파는 족발 같다.
전자렌지에 2분 돌렸다. 비주얼은 엉망이지만 맛이 제법 괜찮다. 먹기 편하고 와인이랑도 잘 어울리고... 재구매 의사 있음.
족발이 모자랄 것 같아 쇠고기를 더 구웠는데... 애들이 많이 안 먹어서 결국 내가 다 먹음. 오늘도 돼지로운 생활.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