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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책·영화·음악·여행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허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2. 2.

출처: yes24.com

강원대학교 생물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20년 동안 진행한 '양조공학' 수업의 강의노트를 정리한 것이다. 처음엔 맥주공장 취업을 의식한 딱딱한 과학 중심의 내용이었는데 점점 역사와 산업, 사회 문화, 맛과 향 등 술을 둘러싼 인문학적 지식을 첨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 술꾼들을 위한 음주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조금 부담스럽고, 알고 있는 내용들 중 일부는 상당히 축약되어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흥미로운 내용들이 제법 있어서 간단히 메모해 둔다.

 

 

'프롤로그. 아주 오래된 술 이야기부터'는 인간 이전에 동물들이 마셨을 수 있는 술과 인간이 진화/생리적으로 어떻게 알코올 음료를 마시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로버트 더들리가 지은 <술 취한 원숭이>가 제시한 가설과 관련된 내용들을 주요하게 다룬다.

 

 

'1강. 혀끝을 은은하게 하는 와인의 과학' 에서는 '포도가 알코올이 되는 과정' 부터 '효모의 정체', '효모의 까다로운 식성', '발효와 알코올의 과학' 등의 챕터를 참고할 만 하다. 효모가 어떻게 당분(포도당, 과당, 설탕, 맥아당)을 알코올로 바꾸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준다. 효모는 산소가 있는 환경해서는 당분을 물+이산화탄소로 바꾸며 번성하지만,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알코올+이산화탄소'를 만든다. 

 

 

'3강 예술적인 누룩의 발효 시간' 에서는 과일을 발효해 만드는 술과 달리 곡물로 담그는 동양의 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양의 곡주, 예를 들어 맥주 같은 것은 보리를 싹티워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를 얻은 후 건조해 맥아를 만들고, 그 맥아를 분쇄해 발효해 알코올을 얻는 단행복발효다. 하지만 동양은 별도로 누룩을 띄워 누룩곰팡이를 피우고 이를 술을 빚을 때 사용해 곡류의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병행복발효다. 누룩 속에는 효모도 함께 자라기 때문에 곡류의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 효모가 이를 다시 알코올로 전환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누룩이 썩지 않는 이유는 누룩'곰팡이'는 자랄 수 있지만 세균은 자라기 어렵도록 수분의 양을 조절하는 것인데, 이를 수분 활성도라고 한다. 수분활성도를 0.8 정도로 제한하면 세균이 자라기 어렵다. '막걸리와 청주의 미생물학' 챕터에서는 누룩곰팡이의 종류와 특징을,  '고두밥에서 벌어지는 각축전'에서는 유산균과 누룩곰팡이, 효모가 발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잡균'을 제압하고 알코올을 생성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누룩을 고두밥과 함께 물에 담그면 수분이 많아지면서 곰팡이보다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지만, 누룩에 들어있는 유산균이 득세하면서 산성 환경이 되면 다른 세균들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누룩곰팡이가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고, 효모가 알코올을 생성하게 된다.

 

'숨결에 남는 고급 알코올'과 '저마다 다르게 느끼는 술의 향' 챕터에서는 술에 향기를 부여하는 '고급 알코올'에 대해 설명한다. 고급 알코올은 효모가 자신의 생장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을 대사하여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공기가 없는 조건에서 환원되어 생긴다. 이는 효소의 작용으로 서서히 에스터 화합물로 바뀌는데, 이게 술의 향미를 부여한다. 물론 몸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숙취 유발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고급 알코올'로 불린다고 꼭 '좋은 알코올'이라는 의미는 아닌 셈이다.

 

 

'4강. 쌉싸름하지만 끌리는 요사스러운 독주'에서는 '자꾸 생각나는 소주의 쌉싸래한 맛' 챕터를 주목해 볼 만 하다. 무색무미하다고 알려진 알코올에서 우리가 쓴맛과 단맛을 느끼는 이유는 알코올이 혀의 단맛 수용체와 쓴맛 수용체와 결합해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에 따라 상당 수준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특별하고 마법 같은 오크통', '어디론가 날아가는 ‘천사의 몫’' 챕터에서는 오크 숙성이 위스키의 풍미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특히 오크통 안쪽을 토스팅하면 숯처럼 변하며, 이는 실제 간장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숯을 띄우듯 위스키의 풍미를 흡착하는데, 나쁜 향만 걸러서 흡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향기 성분들을 흡착한다. 다만 강한 향일 수록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숨겨져 있던 미량의 향기 성분들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미묘하며 균형잡힌 향을 만들어주는 효과를 낸다. 또한 토스팅으로 인한 카라멜 풍미와, 바닐라 향을 내는 바닐린이 많이 생성된다. 

 

 

예스24에서 제공하는 카드뉴스도 참고.

 

[음주탐구생활] 머리로 익히고 몸으로 마셔 온, 20년의 술 수업 |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술을 주제로 한 책의 지식 범주는 그야말로 방대하다. (2019. 09. 10)

ch.yes24.com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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