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메이커들 중에서도 1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책. 내추럴 와인메이커들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사진들과 함께 인터뷰 내용들을 그대로 인용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마치 와인메이커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느낌으로 누구나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앉은자리에서 한나절도 안 걸려서 쉽게 독파했음.
책을 읽으며 계속 들었던 생각은 그야말로 'natural'이 수식하는 것이 'wine'이 아니라 'makers'인 것 같다는 것.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내추럴 와인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정의를 내리지 못하거나 느슨하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은 단지 맛이 좋아서, 입맛에 맞아서, 마신 후의 숙취가 없어서, 혹은 화학제제를 쓸 돈이 없거나 화학제제로 인한 포도밭과 인명의 피해를 목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내추럴 와인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틀에 박힌 사고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외려 열린 마음으로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포도를 가꾸고 와인을 양조하는 사람들일 뿐. 외려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해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관찰과 유연한 대처는 필수다. 틀에 박히려야 박힐 수가 없다. 외려 내추럴 와인에 대해 교조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들은 설익은 애호가들이 아닐까.
책을 읽을수록 그들의 와인을 더욱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 중 언론인 한 명을 제외한 14인 와인메이커의 와인들 중 이제껏 내가 만나 본 와인은 단 4종. 보졸레 셋(필립 장봉, 이봉 메트라, 마르셀 라피에르)과 샴페인 자크 셀로스뿐이다. 누구보다 피에르 오베르누아는 꼭 만나고 싶다. 그가 만든 빵을 곁들여 와인도 마시고 싶고.
주변의 견제와 비웃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주관을 몇십 년 동안이나 꿋꿋하게 지켜온 분 내추럴 와인메이커들의 심지와 강단은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확신과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 확신에 대해 최근의 와인업계와 애호가들이 응답하고 있다. 그리고 최영선 대표 같은 분들이 그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계시고. 이 책은 프랑스에 근거를 두고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 행사인 '살롱 오(Salon O)를 개최하는 최영선 대표님이라 가능한 기획이 아닌가 싶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내추럴 와인메이커 2세대의 이야기 또한 기대해 본다. ^^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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