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보르도 품종이 땡겨서 와인랙을 뒤졌더니 요 녀석이 나왔다. 그야말로 클래식한 레이블의 루퍼트 & 로칠드 클라시크 2014(Rupert & Rothschild Classique 2014). 6년 지났으니 딱 마시기도 좋을 것 같고^^
로칠드(Rothschild)는 그 유명한 금융재벌 가문이자 와인 애호가라면 모를 수 없는 그 가문이 맞다. 정확히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를 공동 소유한 바롱 벤야민 드 로칠드(Baron Benjamin de Rothschild)다. 벤야민은 에드몽(Edmond)의 아들로, 회사 이름은 설립자인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여 바롱 에드몽 드 로칠드다.
그렇다면 루퍼트(Rupert)는? 까르띠에, 피아제, IWC, 몽블랑 등을 소유한 명품 그룹 리치먼드의 소유주 앤톤 루퍼트(Anton Rupert)의 아들 안토니 루퍼트(Anthonij Rupert)를 의미한다. 어마어마한 두 가문의 만남인 셈이다.
코르크 오픈. 캐주얼하게 디암(DIAM) 코르크를 썼다. 옆면에 쓰인 프레데릭스부르그(Fredericksburg)는 와이너리가 있는 지역 이름으로, 남아공 웨스턴 케이프의 팔(Paarl)과 프란츠후크(Franschhoek) 사이에 있는 시몬스베르그 산맥(Simonsberg mountains)의 경사면에 위치한다. 1960년 설립한 와이너리를 1984년 안토니 루퍼트가 인수했고, 고급 와인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1986년 90ha의 포도밭에 국제 품종을 심고 1991년 와이너리 내 오리지널 건물을 복원했다.
1997년에 로칠드 가문과 함께 루퍼트 & 로칠드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미셀 롤랑(Michel Rolland)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와인 스타일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도 관여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Rupert & Rothschild, Classique 2014 Western Cape / 루퍼트 & 로칠드 클라시크 2014 웨스턴 케이프
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검붉은 가넷 컬러에 은근한 다홍빛 림이 생기기 시작하는 듯. 그에 걸맞게 흑연 같은 검은 미네랄과 삼나무, 매콤한 파프리카 향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탑 노트는 상당히 강건하게 느껴지는데, 의외로 이어지는 과일 아로마는 다크 체리나 작은 붉은 베리 같이 섬세하고 하늘하늘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은근한 볼륨감 아래로 느껴지는 벨벳 같은 타닌, 자두,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풍미, 그리고 강하게 눌은 누룽지 뉘앙스. 섬세한 심성과 건장한 신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귀족 가문 젊은이가 떠오르는 이미지다. 한 병 더 샀어도 좋았을 뻔했네.
메를로(Merlot) 50%,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40%,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 블렌딩하여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침용 및 발효 후 프렌치 오크에서 유산 발효를 진행했다. 300리터 프렌치 오크통에서 17개월 숙성 후 병입. 알코올 함량은 13.5%.
한우 구이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요 조합으로 또 마시고 싶고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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