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삼치를 구웠다.
근데 이거 너무 잘 구워졌네;;;
일부는 간장 소스에 졸이니 고소한 생선향과 달달한 소스 풍미가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한다.
침샘이 자극되면 자연스럽게 와인이 떠오르는 이유는 뭐일까. 파블로프의 개랑 동급인 걸까... 전날 많이 마셔서 안 마실까 했었는데 당췌 거부할 수가 없음;;;
비르겐 델 갈리르 마루사 고데요(Virgen del Galir, Maruxa Godello). 와이넬 최과장님의 추천(?)으로 마시게 된, 생소한 지역의 생소한 생산자, 생소한 품종의 와인이다.
일단 지역부터. 발데오라스(Valdeorras)는 스페인 북서부, 그러니까 포르투갈 위쪽에 위치한 DO다. 위 와인폴리의 지도의 4번 지역인데, 고데요(Godello) 품종과 함께 표기될 정도로 품종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발데오라스 지역이 좀 더 잘 보이는 다른 와인 폴리 지도 한 장. 멘시아(Mencia) 품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비에르조(Bierzo) 지역의 남서쪽에 같은 강을 끼고 있다.
사실 고데요(Godello) 품종은 아직 익숙하진 않아도 두어 번 마셔 본 적이 있다. 지난 번에 마신 위 와인의 경우 비에르조 지역에서 생산한 고데요였는데 핵과과 핵과 씨, 그리고 시트러스와 모과 풍미와 함께 미네랄리티가 강했던 기억이다. 위 포스팅에 인용했던 와인폴리의 설명 또한 유사하고.
과연 이 녀석은 어떤 맛일까?
생산자인 비르겐 델 갈리르(Virgen del Galir)는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작은 마을 엔토마(Entoma) 부근의 갈리르 강 계곡에서 시작되었다. 비르겐 델 갈리르라는 이름 자체가 '갈리르의 처녀'라는 뜻이다. 마을의 성당 중심에 마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했던 여성 후원자의 동상이 서 있는데,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와이너리 이름을 비르겐 델 갈리르라고 지었단다. 레이블의 여성 이미지가 아마 그녀일 듯.
한편, 와인의 이름인 마루사는 와이너리 설립자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앗, 그럼 레이블의 여성은 설립자의 어머니인가;;; 갈리시아어로 마루사는 영어의 메리(Mary)와 같은 의미. 여러모로 여성들과 많이 엮여 있는 와인.
코르크를 여니 마치 파울 클레의 그림과 같은 무늬가 코르크 옆에 그려져 있다.
Virgen del Galir, Maruxa Godello 2018 Valdeorras / 비르겐 델 갈리르 마루사 고데요 2018 발데오라스
노오란 레몬 컬러. 처음에는 빵이나 과자 같은 구수한 힌트가 아주 사알짝 곁들여지며 레몬 커스터드나 살구 같은 향이 먼저 드러나는 게 약간 비오니에 같기도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입에서는 사과나 시트러스처럼 신맛이 상큼하게 느껴지며 가볍고 아삭한 과일을 씹는 느낌이다. 다만 쌉쌀한 여운과 미네랄리티, 비교적 높은 알코올 함량(14%)이 탄탄한 구조감을 형성해 바디가 가볍지는 않다. 지난 번 마신 고데요들보다는 확실히 각 잡힌 와인이다. 대부분 편암(slate)에 경사도가 30% 정도 되는 높은 고도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생산한다고. 지난 번 비에르조 지역의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은 떼루아의 영향이 아닐까.
아직 쉽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뭔가 보여줄 게 있는, 잠재력은 충분한 품종으로 보인다. 특히 발데오라스 지역의 고데요 품종은 기회될 때마다 마셔봐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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