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식전주인 비뉴 베르데와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매력적인 디저트 와인을 만난 날. 모스카텔 드 세투발은 만난다면 꼭 경험해 보아야 할 와인.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 호세 마리아 폰세카의 마케팅 매니저 토머스 바이아오(Tomas Baiao) 씨가 자사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포르투갈 와인 하면 포트(Port) 와인이 떠오르는가? 맞다. 명성 면에서 포트가 차지하는 입지가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나는 감히 독특함이 넘치며 음용성이 뛰어난 토착 품종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포트 또한 토착 품종들로 만든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귀퉁이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세계 와인 생산국들이 ‘국제 품종’들을 재배하며 메인 스트림에 편승하는 동안에도 고유 품종을 유지하며 개성을 지켰다. 그리고 그 개성은 최근의 재배 및 양조 기술 발전과 맞물려 무한한 잠재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남산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포르투갈 와인을 소개하는 스탠딩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와인들은 캐주얼한 파티의 분위기와도, 청명한 가을의 정취와도 잘 어우러지는 스타일들이었다. 진정 포르투갈 와인의 잠재력과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달까.
가장 먼저 눈에 띈 와인은 바로 비뉴 베르데(Vinho Verde)다. 그대로 번역하면 ‘초록 와인’인데 색상이 녹색이 아니라 무르익지 않은 신선함을 의미한다. 포르투갈 최북단 미뉴(Minho) 지역에서 생산하며 화이트, 레드는 물론 스파클링 와인도 있다. 일반적으로 산미가 좋고 알코올 도수는 낮아 음식과의 궁합이 좋은 생기 넘치는 와인이다. 이날 소개된 까잘 가르시아 비뉴 베르데(Casal Garcia Vinho Verde)는 레이블 상단의 ‘young & refreshing’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화이트 와인이다. 투명에 가까운 라임색 컬러에서 상큼한 라임과 청사과의 향기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와인만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요리를 하며 마셔도 좋을 듯싶다. 해산물이나 샐러드, 가벼운 핑거푸드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트라자두라(Trajadura), 로레이루(Loureiro), 아잘(Azal), 아린투(Arinto) 등 토착 품종으로 양조한다. 까잘 가르시아는 1930년대 비뉴 베르데를 가장 먼저 병입하여 판매한 대표적 비뉴 베르데 생산자로 수출량 또한 가장 많다. 화이트뿐만 아니라 화이트 스파클링과 로제 스파클링 비뉴 베르데도 국내에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두 번째는 귀여운 보틀 모양이 인상적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와인의 이름은 랜서스(Lancers). ‘창병들’이라는 뜻인데, 디아고 벨라스케스의 명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거품이 풍부한 스파클링이 아니라 잔잔한 탄산이 기분 좋은 마우스 필을 형성하는 약발포 와인이다. 특히 붉은 베리와 체리 향이 물씬 피어오르는 밝은 인상의 로제 와인은 마테우스(Mateus)와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적당한 단맛과 은근한 여운 덕에 술이 약한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날 선보인 매그넘 용량의 보틀은 겨울밤의 파자마 파티 용으로 최적일 듯싶다. 화이트는 풋풋한 첫 향에 이어 드러나는 시트러스와 바나나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으로 스파이시한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 매콤달콤한 초장을 찍은 생선회와 잘 어울린다는 관계자의 전언.
마지막으로 디저트 와인이 빠지면 섭섭하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남쪽에 위치한 세투발 반도의 전통적인 와인 모스카텔 드 세투발(Moscatel de Setubal)이 그 주인공. 이 와인은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모스카토의 일종인 뮈스캣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ia) 품종으로 양조하는데, 껍질을 오래 침용하여 아찔할 정도로 진하고 고혹적인 향기를 뽑아낸다. 이후 브랜디를 첨가하여 강화하고 잔당을 남기는데, 그렇게 남은 단맛과 모스카텔의 화사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어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호세 마리아 폰세카(Jose Maria da Fonseca)는 1849년 모스카텔 드 세투발을 최초로 양조한 생산자로 7대에 걸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그들의 알램브리 모스카텔 드 세투발(Alambre Moscatel de Setubal)은 향긋한 플로럴 아로마와 말린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으로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일품이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등 많은 매체들로부터 매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금 더 호박색이 감도는 알램브리 로쏘(Alambre Roxo Moscatel de Setubal)도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강화용 주정으로 아르마냑(Armagnac)을 사용한 프리바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 알마냑(Privada Moscatel de Setubal Almagnac)이다. 와이너리의 부회장이자 수석 와인메이커인 도밍고 수아레 프랑코(Domingos Soares Franco)의 이름을 딴 와인으로 주정강화 후 오랜 오크 숙성을 거쳐 병입한다. 5년 동안의 실험을 통해 탄생한 이 와인은 더욱 섬세하고 복합적이며 조화로운 와인이다. 꼭 한 번 마셔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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