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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증류주 제조 마스터 과정

전통주 양조장 술샘 견학 및 증류 실습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2. 18.

한국 가양주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증류주 마스터 과정'의 일환으로 방문한 전통주 양조장 술샘. 

 

양지 인터체인지에서 가깝다. 양지, 지산, 곤지암 리조트와도 멀지 않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지정되어 있고 현장에서 술도 구매할 수 있으므로, 근처를 지날 일 있으면 미리 연락을 드리고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술샘의 연혁과 주요 상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삼십 분 정도 증류 기본 이론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지하 작업실에서 시설 및 증류 과정을 견학했다.

 

발효조. 왼쪽에 있는 것은 교반기가 없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모터로 돌아가는 교반기가 붙어 있는 모델이다. 발효조 바깥쪽에 일회용 컵 슬리브처럼 한 겹 싸고 있는 부분은 재킷인데, 온도 조절을 위한 것이다. 발효조에 온도조절 사관을 넣어서 온도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소가 어렵고 교반하기도 불편해지기 때문에 자켓식이 편리하다고.

 

요기는 병입실이다. 왼쪽에 있는 것이 자동 병입기.

 

오른쪽에는 수동 병입기가 있었는데, 생산량이 적은 증류식 소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2인이 하루 1천 병까지 병입 할 수 있다고.

 

증자실. 가운대의 원통형 그릇에서 200kg까지 찔 수 있다고. (300kg였나...)

 

오른쪽은 규조토 여과기인데 각 층을 모두 통과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층을 각각 통과한 술들이 하나로 모이면 병입 한다고. 

 

요기는 숙성고. 주로 항아리를 소주 숙성용으로 사용한다. 한 번 올린 항아리들은 내리지 않고, 다 숙성된 술들을 떠낸다고. 증류를 해서 도수가 높고 맑은술인 데다 미생물이 발생할 염려도 없기 때문에 별도로 세척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온도는 보통 섭씨 15도 정도를 유지하는데, 여름에도 20도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버번 위스키 숙성고처럼 숙성 위치에 따라 숙성되는 성향이 달라진다고. 그래서 병입 전에 표준화를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모아서 블렌딩을 해야 한다. 시장이 더 커진다면 잘 숙성되는 항아리를 골라 스페셜 에디션을 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장하는 술은 알코올 도수 70%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소방법 때문인데, 70%를 넘게 되면 뭔가 부가 설비가 덕지덕지 붙어야 한단다.

 

냉동 여과를 위한 냉장고. 영하 25도 이하로 온도를 내리면 저렇게 뿌옇게 백탁 현상이 일어난다.

 

백탁이 일어난 증류주를 필터로 여과해 병입한다. 알코올 함량이 25%인 미르 25의 경우 그 상태로 냉각하면 얼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40% 알코올인 상태로 칠 필터링을 진행하고, 이후 물로 희석해 병입한다.

 

필터링된 증류주. 맑고 투명해졌다.

 

칠 필터링 과정

투명하게 걸러진 증류주. 

백탁 현상은 알코올 함량 46%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심한 추위에 노출될 경우 54% 제품인 미르 54도 백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칠 필터링을 진행해서 병입한다고 한다.

 

양조장 견학을 마치고 올라와서 제품을 시음했다.

 

제품의 품질이 워낙 좋아서 다들 만족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퍼플 진. 예전에 보고는 어떤 풍미일지 궁금했었다. 시음 결과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청주인 '감사'와 프리미엄 증류 소주 '미르 40'. 가볍게 인상만 메모를 했다.

서설(약주)
과일 같이 새콤한 단맛에 쌀 풍미가 부드럽게 녹아든다. 깔끔한 맛이 젊은 층에게 사랑받을 것 같은 느낌인데 약간의 인공미(?)가 살짝 아쉬운 점.

감사(약주)
둥근 곡물의 단맛과 신선한 신맛, 깔끔한 알싸함이 잘 어우러지는 약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싫어하지 않을 맛이라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이화주
약간 새콤한데 강냉이 껍데기 같은 찝찌름한 느낌이 살짝 아쉽다. 완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먹은 이화주의 향긋함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달까.

아임 프리 6.0 (탁주)
가볍고 부드러운 요구르트 같은 느낌. 도수가 많이 안 느껴져서 마구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레이블도 그렇고 젊은 층 공략하기 좋을 만한 술.

 

술 취한 원숭이(탁주)
붉은 컬러에 어울리는 강한 곡물 맛과 임팩트 있는 질감. 조금은 거친 느낌과 드라이함이 맞물려 약간 꺼끌하긴 한데, 두툼하고 친근감 있는 느낌이라 팬이 많을 것 같다. 호불호 갈릴 것 같지만, 호인 사람들의 강한 지지를 받을 것 같은 술.

술샘 16 (리큐르)
오미자 뉘앙스. 딸기 아이차 같은 새콤달콤함이 친근하고 기분 좋다. 마시기 편한 술.

술샘 18 (리큐르)
생강과 강황의 씁쓸 달콤한 스파이스. 나쁘지 않은데 약간 감기약 같은 느낌이 있다. 약간 알코올 느낌이 있지만 생각보다 가볍다. 

꿀샘 16 (리큐르)
청포도 같이 상큼한 맛. 약간 알코올이 느껴지며, 단쓴신의 밸런스는 나쁘지 않지만 이름답게 단맛이 가장 두드러진다.

 

퍼플 진
솔 향과 함께 뭔가 오묘한 풍미. 뭔가 익숙한 향인데, 시간도 부족하고 마지막이라 입과 코가 피곤해서인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풍미 자체는 개성적인 게 나쁘지 않은데 꺼끌한 질감이 조금 아쉽다. 컬러에 맞게 스와브한 질감이 동반된다면 훨씬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증류식 소주, 미르. 왼쪽의 원통형은 감압식, 왼쪽의 각진 병은 상압식으로 증류한 것이다. 둘 다 알코올 도수는 40%. 상압식 소주는 2018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상압식 증류와 감압식 증류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르 Light 40 (감압식 증류)
가벼운 이스트 향과 함께 뭔가 오묘한 곡물 냄새가 강하게 들이친다. 감압식 증류주가 더 부드럽고 순하다고 배웠는데, 뭔가 더 강하게 드러나는 풍미가 있다. 입 안에서의 알싸한 임팩트도 더 강한 것 같고.  

미르 40 (상압식 증류)
처음 따랐을 때 향은 훨씬 은은하고 그윽한 편. 그런데 입에 넣었을 때 향이 더욱 풍부하게 살아난다. 뭔가 빡! 치는 임팩트가 강하다기보다는 뭔가 더 풍성하고 긴 여운을 잔잔하게 남기는 느낌. 와, 요거 오묘하다. 

 

예전에 박재서 명인의 '명인 안동소주'와 조옥화 명인의 '민속주 안동소주'를 비교해서 마셨을 때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겠는데, 조금 더 둘의 차이를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다.

 

점심을 먹은 후엔 본격적으로 상압 증류와 감압 증류가 진행되는 모습을 견학했다.

 

상압 증류기. 커스터마이징 된 것인데, 목이 좁아지면 압력이 세져서 기체가 더 빨리 올라가는데, 중간에 다시 볼록 튀어나오는 부분에서는 반대로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체의 상승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다.

 

워킹 볼륨 300L 용량의 비교적 작은 증류기다. 요거 한 대에 대략 5천만 원 정도 한다고. 설치, 운반 등의 비용은 별도.

 

증류기 안에는 교반용 프로펠러가 있는데, 저거 하나로 증류 효율이 2배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가운데 통은 진을 만들 때 보타니컬들을 넣어 증기를 통과시키는 관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위의 밸브를 닫아 둔다. 맨 오른쪽의 여러 단으로 된 관에는 각 층마다 구리판이 붙어 있어 구리와의 접촉면을 넓힌다. 그러면 유독물질들과 구리가 반응해 제거된다고. 일반 증류기에 비해 증류 효율도 상당히 높게 올라갈 것 같다. (연속식 증류기처럼)

 

요게 바로 그 안에 들어 있는 구리판이다. 비등점이 낮은 증기가 구리 판을 통과해 계속 올라가고 일부는 환류해서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증류기 가동 전 제어판을 통해 증류 조건들과 초류, 중류, 후류의 양을 미리 세팅할 수 있다. 

 

나는 옆에 서 있다가 증류기의 가동 버튼을 누르는 영광을 누렸음 ㅋㅋㅋ

 

그래서 초류, 중류(본류), 후류는 각각의 통으로 자동적으로 모아진다. 술샘의 경우 초류는 따로 분류해 폐기하고, 후류는 아예 받지도 않고 커팅한다고 한다. 후류를 모아서 써 봤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원하는 본류만 받아서 사용하고, 초류와 증류기에 남은 원액은 모두 폐기한다.

증류 후 증류기 청소는 냉각수를 모아놨다가 그 물을 이용하는데, 다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다. 위의 'CIP용수'라고 되어 있는 게 바로 청소용수.

 

원래는 본류도 자동적으로 분류되지만, 이날은 실습을 위해 별도의 통에 20리터만 받았다. 전체 100리터를 증류했으니 20%만 받은 셈. 보통은 1/3 정도 받는다고 한다. 증류된 술이 원주 도수의 3배 정도 되는 수준.

 

요건 감압식 증류기다. 

 

감압식 증류기 사용에는 물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한다. 냉각수도 많이 필요하고, 감압을 하는 데도 물이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 처음엔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수원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여서 요즘은 수도를 쓰고 재활용도 많이 하고 있다고.

 

온도가 섭씨 40도 정도밖에 안 되는데 원주가 끓어서 튀어 오르고 있다.

 

감압식 증류기에는 교반기가 필요 없다.

 

증류된 소주를 수동 병입기로 담았다.

 

상압 증류는 58.9%, 감압증류 소주는 53.5%가 나왔다. 같은 술을 증류했는데 다른 도수가 나온 이유는 커팅 시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감압증류 쪽이 더 많은 양을 받았다. 숙성을 안 하고 바로 담았기 때문에 좀 거칠 수 있다. 하지만 음용에 큰 문제는 없고, 각 증류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니 집에 가져가서 비교해 보라고. 연말에 아버지와 함께 비교 시음을 해 봐야겠다.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었음. 조금이라도 배운 것을 기억하고자 일단 생각나는 대로 기록했다.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어쨌거나 증류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감압 증류기 내의 원주처럼 솟구쳐 오른다. 다음 수업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

 

20211218@술샘(용인시)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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