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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증류주 제조 마스터 과정

고량주 제조 견학@농촌진흥청 (... & 대한민국 술 테마 박물관 방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3. 1.

농촌진흥청에서 진행된 고량주 제조 기술 수업.

 

농촌진흥청 강희윤 박사님께서 수고해 주셨다. 주말인 데다 코로나로 엄중한 상황인데도 이렇게 귀중한 기회를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

강희윤 박사님은 국내 유일 특허 효모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HY2013은 양조용으로 유일하게 제품화된 효모다. 충무발효, 수원발효 등에서 누룩은 기술 이전을 하고 있지만, 효모는 아직 민간기업이 없다고 한다.

 

발효 가공 연구동에 마련된 작은 전시관.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가 반영된 발효식품과 주류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 제품이 상당히 많다. 전시된 것 말고도 상당히 많은 제품이 있을 텐데. 기술이전 신청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www.fact.or.kr)에서 할 수 있다. 기술이전 후 지원사업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발 및 사업화까지 가능하다고. 보통 1억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자부담금은 50% 정도라고. 

기술이전료는 1억 매출 시 240만 원 정도. 매출 기준으로 후정산을 한다고. 연 600건 정도 기술 이전을 하며 그로 인한 수익은 약 3억 원 수준으로 크지는 않다고 한다. 기술이전 신청 시 독점은 불가능하지만, 독점화하고 싶은 경우 기술이전료를 선지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거의 독점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프로세스는 확인 필요. 

이건 여담이지만 제주도에 있는 주류면허지원센터는 꼭 가서 교육을 받아 보길 권한다고ㅎㅎㅎ

 

전통주 플레이버 휠. 와인도 그렇지만, 사실 전통주를 제대로 테이스팅 하려면 이런 휠로 표현된 구조와 세부 향미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느껴지는 법이니까.

 

다양한 누룩과 효모.


생쌀 발효용 효모를 사용해 발효 시 쌀을 씻을 필요도 없고 갈지도 않고 증자도 안 한다. 가수량은 3배에 알코올 함량은 13% 정도 나오기 때문에, 알코올 생산량이 많은 편이다. 대신 알코올 생산 중심이기 때문에 풍미는 좀 낮은 편.

생쌀발효에 적당한 쌀로 가루미라는 것이 있다. 멥쌀인데 불투명해서 찹쌀처럼 보인다고. 공극이 많아서 잘 부서지기 때문에 불투명해 보이는 것인데 그런 만큼 생쌀 발효가 잘 된다. 아직 생산 지역은 넓지 않다. 곡성, 익산, 김제, 등에서 일부 재배하고 있다고. 

가루미는 섭씨 20-25도 발효하는데 누룩과 입국만 사용하며 가수량은 200% 다.


아황주도 농촌진흥청의 기술이전으로 만든 술이라고. 언제 한 번 꼭 맛보고 싶다.

 

한국 가양주 연구소의 류인수 소장님과 죽력고를 만드시는 송명섭 명인. 

 

연구실로 이동해 본격 고량주 제조 실무 수업.

 

한쪽에는 코냑 지역에서 사용하는 샤랑트(Charante) 증류기가 있다. 2번의 단식 증류를 진행하는데, 1차 증류되어 나온 술이 다음 배치 때 증류될 술을 데워 증류 효율을 높이는 형태다.

 

한쪽에는 다단식 증류기.

농촌진흥청은 증류기 및 장비 공유 프로그램 있어서 장비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의 사용 일정이 없는 기간에 신청해 사용하면 된다고. 좋은 장비를 그냥 놀리는 게 아까워 만든 프로그램이란다. 참 좋다.  

 

장비 메이커 기억 차원에서 찍어놓은 사진. 독일계 회사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더 좋아 보였다능.

 

감압 증류기. 최근 감압 증류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술은 외려 감압증류기를 이용해서 만드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느낌. 물론 오크 숙성용이 아닌 증류주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요건 온수기를 이용해 만든 미니 증류기다. 실제 고량주 증류 실험을 할 때 사용하신다고. 

 

하려고만 하면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요기는 증자 등을 하는 공간인 듯.

 

막간을 이용해 가루미로 양조한 술맛을 보았다.

 

만져보니 증자한 쌀이 아닌데도 죽처럼 부드럽게 녹아 있다. 술맛은 적어놓지 않아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좀 시큼했었던 것 같다. 아마 증류용 술이라 조금 새콤하게 양조하신 듯.

 

이제 본격적으로 고량주 증류 강의 시작.

 

고량주용 증류기. 처음엔 그냥 일반 용기인 줄 알고 사진도 안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체 증류를 위한 증류기였다.

 

그렇다면 이것은?

 

고량주의 주원료인 수수다. 

수수는 물로 발효하면 금방 쉬기 때문에 고체 발효가 적절하다고 한다. 수수를 찔 때, 효모를 섞을 때 2-30% 정도 가수를 한다. 수수는 8시간 불려야 잘 쪄진다고. 수수 고체 발효는 고온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바실러스 같이 향기를 내는 균이 관여해 특유의 화사한 과일 향이 드러난다.

사실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수수로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북에서는 수수로 액상발효를 했다고. 문배주도 수수를 사용하는데, 특유의 돌배향이라는 것이 사실 고량주의 과일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이 향을 내는 것이 에틸 카프레이트(Ethyl Caprate)인데, 주정에 한 방울만 있어도 고량주 향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가짜 고량주를 만들 때 에틸 카프레이트를 사용하는데, 가짜에는 에탄올과 에틸 카프레이트 성분만 많이 검출되는 반면 일반 고량주는 다른 향기 성분이 같이 검출되기 때문에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분은 감홍로를 만드시는 이기숙 명인의 따님. 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며 고량주 개발 연구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

 

증류를 위해 이렇게 수수를 삽으로 퍼 넣는다. 그야말로 삽질ㅋㅋㅋㅋ

 

수수는 쌀 대체 작물 중 하나다. 원래는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는 작물이라 재배 및 수확이 어려웠는데, 품종 개량으로 키가 120 정도로 작아져 기계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사용처가 별로 없는 것이 문제. 예전엔 생일이 되면 수수떡을 먹었는데 요즘엔 잘 안 하다 보니 수수를 소비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수수 소비용으로 고량주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현재 수수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사용처가 생겨 재배가 활성화되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

 

고량을 담은 증류기의 뚜껑을 닫기 전에 틈 사이에 물을  붓는데, 증기가 새지 않도록 틈을 물로 막아주는 것이라고.

 

물을 부어준 후 뚜껑을 닫고,

 

물을 조금 더 채워준다.

 

스완 넥(?)을 연결하고 그 틈에도 물을 넣어 준다.

 

옆의 커다란 것은 냉각기. 

 

냉각기를 통해 술이 받아지고 있다. 고량주 특유의 화사한 과일 향이 실내에 확 퍼지더라는. 

 

단계 별로 3잔 정도 맛을 본 것 같은데, 두 번째 잔의 맛과 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증류였는데, 각 배치마다 샘플을 채취해서 분석하고 계신다고.  

 

증류한 수수는 다시 회수해서 식힌 다음 발효해서 다시 증류에 사용한다. 원래 바구니로 덜어낼 때 증기를 뽑아내는 팬을 돌려주는데, 팬에서 나오는 증기의 향이 장난이 아니었다. 증류 폐액 향에 약간의 고량주 향이 섞인 것 같은 느낌.

 

보통 이런 식으로 5회 이상 증류하는데, 4회 이후부터는 보통 수수를 조금 추가해 준다고 한다. 수수는 당화가 잘 안 되는 데다 고체 발효를 해서 당화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읽었던 고량주 서적에서 8회 발효하고 재증류를 7회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바로 요거였다.

 

증류 후 수수의 모습. 두 번째 증류를 마친 모습인데도 모양이 제법 또렷하다. 그만큼 추가 발효 여력이 있다는 의미. 

 

증류가 되는 도중 다양한 술들을 시음했다. 요건 오크통에서 10년 숙성한 쌀 소주였는데, 그윽한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컬러가 제법 위스키를 닮았다.

 

미디엄 토스트의 미국산 오크인데 겉모습으로 보아 아마 새 오크통이 아닐까 싶다. 

 

청수 품종으로 만든 와인도 인상적이었다. 오픈한 지 좀 되었는지 약간 산화 뉘앙스가 있었지만, 산뜻한 산미와 과일 풍미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일단 청수 같은 스타 품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 와인에 긍정적인 신호.

 

점심 메뉴인 전주식 콩나물 해장국 & 돈가스로 해장 후,

 

대한민국 술 테마 박물관을 방문했다. 

 

위치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일부러 들를 정도는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재미 삼아 들를 만은 하다. 게다가 다양한 전통주, 지역 특산주들을 팔고 있어서 우리술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들를 만하다.

 

나도 여기서 송화백일주를 구입했다. 생산량이 적은 데다 유통채널도 많지 않아 흔히 보기 어려운 술이라고.

 

건물 뒤편으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입구를 들어서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성주, 그리고 아직 못 마셔 본 호산춘과 병영소주 등 명인들이 만든 술이 진열돼 있었다. 병영소주는 얼마 전 선물 받았으니 감사히 맛볼 예정이고, 호산춘은 기회가 되면 꼭 맛보고 싶은 술 중 하나.

 

입구에서 연결된 정면 계단을 올라가면 대중주부터 전통주까지 다양한 술이 전시된 술탑이 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술병들.

 

개인적으로는 요 병 모양이 딱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증류주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요런 형태의 병에 담고 싶다.

 

2층에는 다양한 술과 술과 관련된 도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독특한 모양의 베네딕틴 돔 병 모양과 조지 디켈 테네시 위스키 병. 조지 디켈은... 미국에도 벌떡주가 있었구나 싶은 모양. 하긴, 사람 사는 데 생각들이 다 비슷하지 뭐.

 

신라시대의 술 게임, 주령구. 주사위를 굴려서 벌칙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게임의 민족.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가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싶다.

 

그러고 보니 야외에도 주령구가 전시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런 거 만들어서 바에서 여흥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벌칙은 현대에 맞게 조금 수정하고.

 

명인들의 술만 따로 모아 전시한 곳도 있다.

 

체질 별 추천주를 추천해 주는 기능도 있으니 여흥 삼아 해볼 만하다. 근데 나 태음인인데...

 

내가 좋아하는 시구, 정철의 장진주사. 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어가며 무진무진 먹세그려.

 

다양산 술을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선 사람. 술 지를 때 내 표정이 아마 저렇지 않을까.

 

20220212 @ 농촌진흥청 & 대한민국 술테마 박물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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