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와인

20년 잘 숙성된 클래식 부르고뉴, Domaine Simon Bize & Domaine Parent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2. 19.

후배가 운영하는 와인공방에 첫 방문.

 

 

와인공방 : 네이버

 

m.place.naver.com

와인공방은 부르고뉴 와인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와인에 대해 맞춤형 클래스를 진행하고, 와인 판매도 하는 단정한 공간이다. 인스타그램(@wine_tasting_venue)를 보면 그동안 진행된 클래스의 클라스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부러웠던 Egon Muller, Scharzhofberger Auslese 1990과 2019 빈티지 비교 시음. 와, 이 와인이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었구나... 이외에도 시중에 러닝되지 않는 다양한 와인, 다양한 빈티지들이 이 친구의 공방에서는 잘도 등장한다. 다루는 와인으로 보나 와인에 대한 열정, 와인 지식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존경할 수밖에 없는 후배.

 

이날 마신 와인 두 종.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의 유력 생산자 도멘 시몬 비즈(Domaine Simon Bize & Fils)와 도멘 파랑(Domaine Parent, 파헝?)이다.

 

그런데 그냥 시몬 비즈, 파랑이 아니다. 무려 2001년 빈티지, 2006년 빈티지다. 나오자마자 솔드 아웃되는 생산자들의 와인이니 시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건들이 절대 아님...

 

둘 다 한독와인 수입품ㅋㅋㅋㅋ 현재 시몬 비즈는 비노쿠스, 도멘 파랑은 비노파라다이스에서 수입하고 있다. 

 

Domaine Simon Biz & Fils, Savigny Les Beaune "Les Bourgeots" 2001

처음엔 쌍화탕이 연상되는 약재 향과 축축한 부엽토 뉘앙스가 전체 부케를 주도한다. 나름 고혹적인 느낌에 아직 꺾였다는 인상도 아니라 살살 스월링을 해 봤더니 잘 익은 딸기와 달콤 향긋한 체리 향이 화악 살아나기 시작한다. 입에 넣었더니 너무나 명확하게, 아니 힘 있게 살아 있는 과실 코어. 심지어 타닌도 제법 쫀쫀하게 살아있고, 석고 같은 미네랄과 영롱한 산미는 곱게 나이가 든 와인에 생동감을 더해 준다. 약간의 투박함이 느껴지긴 하는데, 투박한 지역과 강건한 스타일 중에서는 우아한 타입이랄까.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도라지(?) 같은 뉘앙스가 기분 좋게 드러나는데, 여전히 붉은 베리 뉘앙스가 뒤를 받치는 게 마지막 모금까지 맛있게 마셨다.

 

도멘 시몬 비즈는 사비니 레 본을 대표하는 생산자. 1880년 설립했는데 4대째인 패트릭 비즈(Patric Bize)가 와인의 품질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3년 61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그의 부인과 여동생, 자식들이 도멘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 같은 와인의 2009년 빈티지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도, 이 와인의 생명력에 놀란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때도 감초나 도라지, 인삼 같은 뉘앙스를 느꼈네 ㅋㅋㅋㅋ 지금 셀러에 Savigny les Beaune 1er Cru Aux Vergelesses 2009가 들어 있는데, 요건 도대체 언제쯤 열어야 하려나...

 

Domaine Parent, Volnay Premier Cru "Clos des Chenes" 2006

살짝 비릿한 내음이 스치는가 싶더니 금세 사라지고 매콤한 뉘앙스와 정향, 감초, 넛멕 같은 허브와 스파이스를 중심으로 강렬한 부케가 훅 드러난다. 깜짝 놀라 살살 스월링을 하니 그 안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장미 향과 블랙커런트, 검붉은 베리 풍미. 입에 넣으니 쫀쫀하고 촘촘한 타닌, 균형을 이루는 산미, 그리고 여전히 강한 스파이스 풍미. 

만나본 볼네 중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함께 마신 친구는 이 와인을 마시니 옛날 생각이 난다고. 음식과 함께 마시니 잘 어울리면서도 음식 맛에 지지 않아 좋았다.

도멘 파랑은 포마르(Pommard)를 중심으로 볼네, 코르통(Corton) 등 여러 지역의 와인을 만드는 수준급 생산자다. 설립 시기는 도멘 비즈보다 조금 이른 1803년이다. 1993년 자크 파랑(Jacques Parent)이 은퇴하면서 현재는 그의 딸인 안느 파랑(Anne Parent)과 카테린 파주-파랑(Catherine Fages-Parent) 자매가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의 형제인 프랑수아 파랑(François Parent)이 함께 운영했으나 안-프랑수아즈 그로(Anne-Françoise Gros)와 결혼하면서 독립해 자신의 도멘(Domaine Francois Parent)과 와이프의 도멘(Domaine A.F. Gros)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Chardonnay 2017

오픈했던 퓔리니 몽라셰 2007 빈티지가 심하게 산화된 바람에 대체자로 낙점된 와인. 블라인드로 제공되었는데, 넘나 생생하고 명확하면서도 강하게 들이대는 과일 풍미와 쌩쌩한 오크 뉘앙스에 깜짝 놀랐다. 리덕티브하게 양조한 신세계 와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는데, 독일 샤르도네였다니... 털썩.

깨 볶는 듯한 고소함에 살짝 묻어나는 시원한 허브 힌트. 람부탄 같은 열대과일 풍미에 과일 사탕 같은 달콤한 향, 은근한 미네랄리티. 신세계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 입에 넣고 난 후였는데 무겁지 않은 바디감에 짜릿하고 고급진 산미가 긴 여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고급진 산미는 처음에 생각했던 중저가의 신세계 화이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성질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정답이 공개됐다. 

바인굿 베른하드 후버는 바덴(Baden)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VDP 멤버이기도 하다. 예전에 그들의 피노 누아(Pinot Noir, 독일명 Spätburgunder)를 먼저 마셔 보고 상당히 괜찮아서 좋아하던 생산자 중 하나. 실제 독일 피노 누아 와인 품질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생산자로 인정받는다. 안타깝게도 2014년 55세의 나이로 영면했다고. 암투병을 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도멘에 신경을 썼다고. 

 

레어템 두 개도 득템함ㅋ 왼쪽 솔레라에서 20년이나 숙성한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 셰리. 좋은 자리에 들고 가면 간지 좔좔 일 것 같다. 오른쪽은 처음 보는 아일랜드 진인데 검색해 보니 상당히 독특한 크래프트 진인 듯. 조만간 별도 리뷰 예정.

 

간만에 먹은 굽네치킨마저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원래 굽네가 이렇게 맛있었나? 가운데 잘 안 보이는 감투 바삭함 어쩔...? 넘나 바삭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줄 알았음 ㅋㅋㅋㅋ 어쨌거나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하면서도 와인에서 포커스를 잃지 않았던 흥겹고 의미 있었던 모임.

 

내년에 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