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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바이주·중국술

중국 바이주(白酒)의 향형(香型)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11. 19.

<신이 내린 술 마오타이>라는 책을 읽다 보니 중국 백주의 향형에 대해 정리한 부분이 있길래 옮겨 본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어느 정도 나오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향형은 농향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실 수록 물리는 느낌이다(하지만 물려도 계속 마시긴 할 것 같...). 최근에는 장향형과 청향형에 관심이 많이 간다. 중국에 자주 왕래할 수 있다면 종류 별로 사 볼 텐데. 그나저나 이 책은 마오타이의 역사, 제조법, 스타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다양한 백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므로 애주가라면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색, 향, 맛으로 결정되는 술의 풍격 

 술은 전 세계 각지에 종류도 많고 풍미도 다 다르다. 은하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다양한 술을 종류별로 나누는 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일이자, 동시에 고생 만 잔뜩하고 좋은 소리는 못 듣는 일이기도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분류도 만장일치로 받아 들여진 적이 없다. 알코올의 도수가 높은 고도주 내지는 증류주를 예로 들면, 동상 8 종류로 분류된다. 즉 진,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럼, 데킬라, 중국 백주, 일본 사케로 분류한다.이 가운데 위스키, 브랜디와 함께 T 이저 우 마오타이를 세계 3 대 유명 증류주로 부르기도한다. 포도주의 경우는 유럽 연합(EU)의 관련 법률 규정에 따라 각각의 병마다 원료, 공법과 품질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구체적 등급은 각 나라별로 정한다. 그 결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정한 등급 표준이 제각기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포도주를 잘 모 르는 사람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술의 풍격은 다름 아닌 색, 향, 맛의 3 대 요소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이 3 대 요소에 따라 술을 분류하면 그리 큰 이견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각 나라마다 고유의 술 문화가 있으므로 전통 술 문화에 바탕을 두고 술을 분류하면 이 역시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 백주는 중국의 전통적, 독자적 생산품이지만 각양각색의 양조 공법과 수천 수백 가지의 술 풍격이 존재하고 그 종류가 다채롭다 보니 분류가 쉬운 일이 아니다. 1960 년대 중반 저우헝강(周恒剛, 1918~2004) 등 주류 업계 거장을 주축으로하는 전문가들이 백주의 향기에 대해 체계적 연구를시 작했다.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향상 시키며 서로 배움의 기회로 삼 고 건설적 비판을 하기 위해서였다. 술 속에 든 향미 성분에 대한 분석과 향기 성분 및 공법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이를 바탕으로 중국 백주를 각기 다른 향형(香型)으로 나누는 분류법이 확립되었다. 1979 년 제 3 회 전국 평주회에서 향형에 따른 술 품평을 실시한 이래 백주의 항형 분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마침내 보편성을 획득했다. 향형에 따라 중국 백주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농향형 濃香型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가 농향형의 대표로 꼽힌다.이 때문에 '루(瀘)향형'이라고도 부른다. 농향형 백주는 발효조에서 발생하는 짙은 향기인 교향(窖香)이 진하며,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난다. 향기 유발 성분 중 주된 것은 카프로산에틸과 낙산에틸이다. 루저우라오자오의 카프로산에틸 함량은 청향형 백주보다 열 몇 배, 장향형 백주보다 열 배 높다. 그 밖의 성분인 글리세린은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청량한 맛을 내고 유기산은 맛을 조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농향형 백주의 유기산은 초산이 주이고 그 다음은 젖산과 카프로산인데, 특히 카프로산의 함량이 다른 향형 백주보다 몇 배나 높다. 농향형 백주는 대부분 고량(수수)과 소맥(밀가루)을 원료로 하고, 누룩은 고온도 저온도 아닌 중온에서 띄운다. 원료를 혼합해 찌고 혼합해 증류하며, 발효는 순환식 만년 발효조 공법을 사용한다.

 원료의 양에 대비한 누룩 사용량은 20 % 정도이다. 카프로산균 등 미생물을 번식시키기 위해 진흙 발효조를 쓴다. 루저우터취(瀘州特麯) 외에 우량예(五粮液)는 수백 년 된 발효조에서 양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 출하 전 저장 숙성 기간은 1년이다. 루저오라오자오 외에 우랑예, 구징공주(古井貢酒), 솽거우다취(雙溝大麯), 양허다취(洋河大曲), 젠난춘(劍南春), 취안싱다취(全興大曲), 랑파이터취(郞牌特麯) 등이 모두 농향형 백주에 속한다. 구이저우의 야시자오주(鴨溪窖酒), 시수이다취(習水大麯), 구이양다취(貴陽大麯), 안주(安酒), 평룽자오주(楓格酒), 주룽예주(九龍液酒), 비제다취(畢節大麯), 구이관자오주(貴冠酒), 츠수이터우취(赤水頭麯) 역시 농향형 백주에 속한다.

 

장향형 醬香型

 콩을 발효 할 때 나는 장 냄새와 비슷한 향을 풍기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오타이주의 공법에서 유래한 까닭에 '마오(茅)향형'이라고도 부른다. 장향형 백주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맛과 향이 진하고 두터우면서 풍부해 긴 여운이 남는다. 장향이라고해서 간장 냄새와 똑같은 건 아니다. 성분 분석을하면 장향주는 각종 방향 물질 함유량이 높은 편이고 종류도 다양하다. 향기의 층이 두텁고 풍부해 향기의 복합체라 부를 만하다. 향은 다시 전향과 후향으로 나뉜다.

 전향은 주로 끓는점이 낮은 알코올, 알데히드, 에스테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술을 마셨을 때 곧바로 느낄 수있는 향기이다. 후향은 끓는점이 높은 산성 물질에 의한 것이다. 이 물질들은 술의 맛을 내는 작용을 한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빈 잔에 남는 향 역시 여기에서 나온다. 마오타이주는 장향형의 대표 격이다. 각종 자료와 기기 분석 측정에 따르면, 마오타이주의 향에는 100 종류가 넘는 미량의 화학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장향형 백주의 원료는 양조 원료인 고량과 누룩 원료인 밀의 두 가지다. 고온 누룩을 사용하며 원료를 찐 뒤 여덟 차례 발효시키고 일곱 차례 증류한다. 누룩 사용량이 많고, 발효조에 넣기 전 일정 시간 원료를 쌓아 놓는 퇴적 공정을 거친다. 발효조의 벽은 돌판, 바닥은 진흙이다. 저장 숙성 기간은 3~5 년이다. 장향형 백주의 주요 생산지는 구이저우에 있다. 마오타이주 이외에 시주(懷酒), 전주(珍酒), 구이하이주(貴海酒), 첸춘주(黔春酒), 이넨춘주(頤年春酒), 진후춘(金壺春), 주춘주(築春酒), 구이창춘(貴常春) 등의 장향형 백주가 있다. 쓰촨의 랑주(郞酒) 역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향형 백주이다. 랑주의 산지는 쓰촨에 속하기는 하지만 구이저우의 장향형 백주 산지와는 츠수이허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이는 백주의 향형이 지리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설명해 준다. 

 

청향형 清香型

전통적 빼갈(白干)의 풍격으로, 산서성 싱화춘(杏花村, 한시 작품에 자주 등장하며 국내에도 '행화촌'이라는 한국식 독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주)의 펀주(汾酒)를 대표로 하기 때문에 '펀(汾)향형'이라고도 한다. 청향형 백주는 향기가 순수하고 여러 맛이 조화를 이루며, 달고 매끈하고 상쾌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주요 향 성분은 산에틸과 젖산에틸인데, 에스테르 함유량은 농향형이나 장향형보다 낮다. 초산에틸이 젖산에틸보다 많은데 그 비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청향형 백주의 주원료는 고량이며 보리와 완두를 사용해 누룩을 만든다. 누룩을 띄우는 온도는 일반적으로 50 ℃를 넘지 않는데 이는 장향형이나 농향형보다 낮은 온도다. 원료를 찌고 난 뒤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묻어 발효시키는 공법을 사용한다. 저장 숙성 기간은 1년이다. 펀주 외에 바오펑주(寶豊酒), 특제 황허로우주(特制黄鹤楼酒)도 청향형 백주이다.

 

미향형 米香型

 미향형 백주는 2000년대 이전에는 구이린(桂林) 산화주(三花酒)가 대표적이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빙위주앙위엔다 미위안 장주(冰峪莊園大米原漿酒)가 대표적이다. 미향형 백주는 달콤한 향기가 맑고 우아하며, 입에 들어가면 부드럽고 목을 넘어간 뒤의 뒷맛이 깔끔하다. 주요 향 성분은 베타-페닐에탄올과 젖산에틸이다. 구이린 산화주 안에는 이 성분이 각 100ml 당 3g 들어 있는데, 우아한 장미 향기가 나기 때문에 식용 장미향 착향료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미향형 술은 에스테르 함량이 낮은 편으로, 젖산에틸과 초산에틸 이외의 다른 에스테르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미향형 백주의 원료는 쌀이며, 당화 발효제는 일반 누룩이 아닌 전통적 쌀누룩을 쓴다. 반 액체 상태로 발효시키는 공법이라 다른 백주의 고체 상태 발효와 구별된다. 발효주기는 7일 정도로, 밀누룩을 사용하는 경우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저장 숙성 기간 역시 3~6개월로 짧다. 취엔저우샹산주(全州湘山酒) 역시 미향형 백주에 속한다.

 

기타 향형

 앞서 말한 4가지 향형에 속하지 않는 각종 백주는 모두 다 기타 향형에 속한다. 독자적 공법과 특이한 풍격으로 인해 향형을 정의하고 향 성분을 확정하기에는 좀 더 연구 분석이 필요한 백주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기타 향형으로 분류된다. 또 어떤 부류의 백주는 특정 향형의 특징이 강하면서도 다른 향형의 특징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분류가 불가능해 기타 항형으로 분류된다. 기타 향형 술 중에는 동주(董酒)가 대표적이다. 동주는 그 풍격이 특이하기 때문에 따로 '동(董)향 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진한 향기 속에 생약 냄새와 같은 향이 섞여 있으며 순수하고 달콤한 향이 농밀하게 퍼지다가 깔끔한 뒷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주요 향기 성분은 다른 향형과 마찬가지로 초산에틸과 젖산에틸이며 낙산에틸도 함유되어 있다. 약 냄새는 계피의 성분인 신남알데히드에 의한 것이다. 산 함유량이 높고 낙산에틸도 들어있어 삭힌 두부의 향 같은 특이한 풍미가 있다. 시펑주(西鳳酒)도 기타 향형 술에 속하면서 그 자체로 일파를 이루었다. 장시(江西)성, 장수(樟樹)성에서 생산되는 쓰터주(四特酒)는 "쌀알을 통째로 원료로 삼고, 누룩과 밀기울을 술지게미에 더한다. 발효조에 돌을 길게 쌓고 붉은 솜이불을 덮어 두니 세 가지 향기가 골고루 갖추어졌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향과 풍격이 독특하기 때운에 중국 백주의 거장 저우항강(周恒剛) 선생은 '특향형(特香型)'술이라고 정의했다. 장시성의 또 다른 명주 리두까오량(李度高粱)은 옛 양조법을 이어받아 층을 나눠 증류하고 품질에 따라 취주량을 조절한다. 향이 조화롭고 깔끔하며 우아해서 복수의 향을 갖는 겸향형(兼香型) 백주 중에도 상등품에 속한다. 산둥(山東)성의 징즈주(景芝酒)를 대표로하는 '참깨향형(芝麻香型)은 기타 향형에서 뻗어나와 독립적인 향형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루터우장(瀘頭), 핑바자오주(平壩窖酒), 윈주(酒), 주창자오주(朱昌窖酒), 진사자오사(金沙窖灑), 취안주(泉酒), 산웨라오자오(山月老窖) 등은 누룩을 만들 때 밀과 보리를 혼용하는 공법으로 인해 그 자체만의 독특한 향미와 풍격이 있다. 모두 기타 향형으로 분류한다.

 

(168~176P) 

 

 

정리하다 보니 각 향형 별로 꼭 마셔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농향형은 그나마 가장 많이 마셔 봤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장향형의 랑주, 청향형의 분주, 미향형의 산화주,빙위주앙위엔다 미위안장주, 취엔저우샹산주, 그리고 기타 향형의 동주, 시펑주 등. 전반적으로 기타향형들이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달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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