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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리델 비어 글라스 테이스팅(국산라거, IPA, 벨지언 에일) @와인앤모어 청담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1. 17.


"플라시보(placebo) 효과가 아니라는 자신감!"


리델 비어 글라스 테이스팅(Riedel Beer Glass Tasting)이

와인 앤 모어 청담점에서 열렸다.





최근 오픈한 와인앤모어 청담점 지하 1층에 세팅된 테이블.

실내 온도가 와인(및 주류) 보관에 최적화되어 있어 상당히 서늘했음.


'닝겐 따위 중요하지 않다, 주(酒)님의 안위가 훨씬 중요하다'는 와인 앤 모어의 훌륭한 방침.

올빈들도 문제없이 보관할 수 있을 듯... 여름에 오면 좋겠다♡





개인별 세팅.


와인 글라스 테이스팅과 비교하면 심플하다.

우선 물 한병과 거의 (필요 없을) 퇴주 그릇, 그리고 넵킨이 우측에 준비되어 있다.


(퇴주 그릇이 거의 필요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이유는 맥주 테이스팅은 목넘김까지 느끼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종류/양이면 물론 뱉어야겠지만 오늘은 어느 정도 마시며 목넘김까지 느껴 볼 작정이었음...

...라는 핑계로 마구 드링킹ㅋㅋㅋ)





맨 왼쪽엔 특이하게 코카콜라 전용잔(0414/21)이 세팅되어 있다.


나중에 들은 담당자님의 설명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코크 전용잔을 맥주잔으로 사용하는 포스팅이 상당수 확인되었다고.

리델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맥주용으로도 포지셔닝 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리델 수입사 담당자님과 와인앤모어의 담당자님도 집에서 요 잔에 맥주(특히 IPA)를 마신단다. 





오늘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리델 베리타스 비어(Riedel Veritas Beer, 6449/11) 글라스.

국내에 출시된 지 2개월 정도 되었다는데 나는 작년에 이미 구매해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 구매한 리델 베리타스 시리즈 사진... 맨 오른쪽이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다.

가운데는 스피릿, 왼쪽은 '뉴월드피노/로제샴페인/네비올로' 글라스.



리델 베리타스 시리즈는 얇고 가벼우며 림 또한 예리하게 커팅 되어 날렵한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수려하고 우아한 보울 형태와 얇고 긴 스템을 지니고 있는데

맥주잔만 스템이 짧고 뭉툭하다... 마치 그레이하운드 옆의 웰시코기 같달까;;;


그래도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의 보울 형태는 샴페인 글라스를 원형으로 제작되었다.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을 위해 고안된 형태인 만큼 

산소와의 적절한 접촉을 통해 향을 피우고 그 향을 보울 안에 모아 전달하는 데 용이하다.




리델 베리타스 시리즈 비어 글라스(좌)와 샴페인 글라스(우) 비교.

정말 보울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차이는 스템의 길이.


그렇다면 샴페인 글라스를 사서 맥주 마실 때도 사용하면 되겠다... 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왕 구비하려면 따로 사는 게 맞다고 본다.
맥주와 샴페인은 음용 상황과 분위기가 다른데 맥주는 맥주 글라스, 
샴페인은 샴페인 글라스가 각각의 상황에 맞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달까ㅎㅎ



어쨌거나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는 
스템이 짧은 만큼 다루기도 쉽고 세척도 용이해서 만족하며 쓰고 있는 중.

맥주의 맛과 향도 잘 드러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날의 비교 테이스팅을 통해 다른 잔과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알게 된 듯.

 





조커 잔... 플라스틱으로 만든 1회용 잔이다.

나름 종이컵... 보다 좀 낫긴 해서 야외에서 어쩔 수 없을 때 가끔 쓰는 잔ㅎㅎㅎ





그리고 이 촥헐릿은...?

나중에 코카콜라 테이스팅에 사용된다.





원래는 음료 사이에 입을 씻는 용도지만 저녁 시간에 진행되는 고로 빈 속을 채우는 데 주로 이용된 듯^^





시원하게 준비된 맥주들, 그리고 코카콜라ㅋ.





참석자 당 한 병씩 세팅.





처음 것은 한국의 *스 맥주다.

카* 맥주 조차 리델 베리타스 맥주 전용잔에 마시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가운데는 베이스 캠프 IPA, 맨 오른쪽은 아마르코드 아마 브루나 스트롱 벨지언 에일.





세팅이 완료되고 드디어 테이스팅 세션 시작.




준비된 리플렛을 기본으로 리델 수입사 담당 팀장님의 간략한 소개로 시작되었다.

한국 내 리델의 브랜드 앰버서더를 맡고 계시다고.



리델은 현대적 와인 글라스의 원형을 정립한 회사다.

장식적인 커팅과 복잡한 컬러가 일반적이었던 무겁고 두툼한 와인잔을

투명하고 음료(=와인)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바꾼 것이 바로 리델이다.






"리델에는 단 한명의 디자이너도 없다"

리델 잔은 형태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위의 문장을 의아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리델은 철저하게 기능적인 형태를 추구한다.

음료의 성격에 따라, 예를 들어 와인이라면 품종/지역별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디자이너가 필요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는 얼마나 우아하고 품격있는지.)


이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 센서리 워크샵(sensory workshop).

글라스 생산자인 리델 패밀리와 글라스 장인들,
음료 생산자인 와인메이커 혹은 비어/스피릿 마스터들,
그리고 음료 전문가인 소믈리에나 시서론, 믹솔로지스트 등

음료(그리고 잔)과 관계된 세 패널 집단이 모여 최적의 형태를 결정하는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이다.

액체의 집중도와 향의 성질까지 고려하여 보울 크기와 형태를 정하는데
자료에 의하면 '볼-스템-베이스의 각도 및 조화에 따라
스월링 회전각 및 액체의 음용 흐름이 달라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글라스의 지름 크기에 따라 음료를 마실 때 고개의 각도가 달라져 음료가 떨어지는 위치가 바뀌는데
이는 혀의 어떤 부분에 먼저, 혹은 강렬하게 접촉하는지를 좌우하게 된다.

또한 레이저컷 림은 닿는 촉감이 좋은 것도 장점이지만
액체가 혀로 부드럽게 흘러들어가도록 돕는다.




리델 코카콜라 전용잔 소개.


2015년 코카콜라를 대표하는 병모양인 컨투어 보틀(Contour Bottle)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되었다.

컨투어 보틀... 하니까 그 옛날의 주말의 명화 '부시맨'이 떠오르네ㅋㅋㅋㅋ



추억의 영화 부시맨...



요 잔도 때때로 애용하는 잔 중 하나다... 주로 치킨 먹을 때 아지용 콜라잔으로ㅎㅎ

맨 아래 맥주, 특히 IPA 음용 시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IPA 음용 시 홉 향이 잘 살아나며, 풍성한 거품이 생성'

'쓴 맛이 오렌지, 스파이스 향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짐'




...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테이스팅 시작.

역시 담당자의 가이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실험 대상 맥주는 ㅋㅅ.

맥주의 인격, 아니 맥격 보호를 위해 이름은 블라인드 처리.

...를 했지만 아래 한글로 나와잉네? ㅋㅋㅋ



먼저 캔을 오픈한 후 향을 맡고 조커 잔에 따른다.

캔에서는 거의 향기가 드러나지 않으며 조커 잔도 뭉툭한 맥아 풍미만 살짝 느껴진다.



조커 잔은 거품은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 풍성한 헤드를 형성하는데 (사진을 못 찍어 아쉽)

보기엔 상당히 시원해 보여도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왜냐면 이는 거친 플라스틱 표면에서 기포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질 나쁜 성근 헤드가 생성되어 맥주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데다 탄산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청량감이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맛을 보니 플라스틱 향도 강해서 뭔 맛인지 잘... 탄산감도 낮고 밍밍한 느낌이다.





역시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에 맥주를 따라 놓으니 훨씬 예쁘다.

반짝이는 금빛 맥주 안에서 균일한 기포가 올라오는 모양만 보아도 즐겁달까.





이 균일한 기포는 잔 바닥에 있는 균질한 스크래치에 의해 발생하며

헤드를 형성하여 맥주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리델 글라스의 표면은 아주 매끈하기 때문에 스크래치 부분 외에는 기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스틱 잔과는 다르게 맥주의 신선도와 청량감이 오래 유지된다.

실제로 맛을 보니 몰트와 향긋한 과일, 그리고 가벼운 쌉쌀함이 깔끔하게 드러난다.


와... *스가 이렇게 맛있었던가.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맛있는 카*는 처음이라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ㅎㅎ





두 번째 실험 맥주는 베이스 캠프 IPA(Base Camp Ultra Gnar Gnar IPA).

몇 번 봤지만 상당히 비싼 가격 때문에 번번히 밀렸던 녀석을 이번에 마셔보네 ㅎㅎ





India Pale Ale... 크래프트 비어 입문자라면 거의 누구나 거쳐 가는 스타일.

끝끝내 이 강한 스타일에 정착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페일 에일 취향으로 유턴하는 사람들도 있지.


어쨌거나 가끔씩 강렬하게 땡길 때가 있는 맥주가 바로 IPA다.




마찬가지로 캔 오픈 후 향을 맡고 조커 잔에 먼저 따랐음.


캔에서는 특징적인 홉 아로마와 몰트 향만 단순하게 드러난다.
조커 잔에서는 거기에 홉의 시트러시함이 더해지지만 플라스틱 향이 역시나 거슬리는 게 단점.
조커 잔에 든 IPA를 마셔 보니 쌉싸름한 뒷맛도 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드러난다... 왕성한 거품 때문일까.
한 모금 마셔 보니 확실히 캔에서 바로 마시는 것 보다는 맛있다.

솔직히 IPA는 조커 잔에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았음... 
다만 전반적인 풍미를 쫙 끌어내는 느낌이 아니었을 뿐(그래서 더 괜찮았을지도?!).




이어서 코카콜라잔에 따라보았다.
 
시트러시/허베이셔스한 홉 향의 밀도가 훨씬 높으면서도 섬세하고 깔끔하게 표현된다.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하게 떨어지는 깔끔한 맛... 단맛은 제어되고 쌉쌀함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맥주 잔으로도 괜찮군... 비교적 가벼운 타입의 IPA를 마실 때 사용해 봐야겠다.

거의 슈피겔라우 IPA 전용잔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듯.
리델 담당자님도 집에서 두 잔 모두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론 리델 코크 잔을 더 선호하신단다^^;;




이번엔 스트롱 벨지안 에일이다.

Amarcord AMA Bruna Strong Belgian Ale... 병에서 2차 발효를 진행했다.





재료는 정제수, 보리 맥아, 보리, 사탕수수설탕, 효모, 홉. 알코올 볼륨은 7.5%.

몰트는 필스너와 초컬릿 몰트를 섞었고 홉은 사츠와 펄을 썼다. IBU는 20.



일단 병에서는 흑설탕의 달콤함과 토양 힌트가 살짝.

입에 넣으면 달콤한 몰트 느낌과 말린 과일 풍미도 드러난다.

조커 잔에서는 가벼운 과일향이 더해지는데
입에 넣으면 특이하게도 병으로 바로 마신 것 보다 단맛이 줄고 애매한 쌉쌀함이 증가한다.
음... 이런 타입의 맥주는 조커잔 같은 형태에 마시느니 차라리 병나발을 부는 게 낫겠다는 결론.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에 따라 보았다.


복합적인 스파이스와 깔끔한 맥아 향에 달콤한 흑설탕 향기가 가볍게 토핑된다.
입에서도 몰트 맛이 매끈하게 느껴지며 캬라멜 같은 단맛이 살짝 감돈다

와인앤모어 담당님은 이 잔이라면 몇 잔이고 술술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역시 술아님ㅋㅋ


벨지안 에일 음용시 일반적으로 튤립 글라스와 유사한 형태라 그런지 

역시 맥주 본연의 맛을 깔끔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낸다.

앞으로 요 잔은 주로 라거와 벨지안 계열의 에일을 마실때 사용하게 될 듯.


오늘의 테이스팅에서도 라거/벨지안에일을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에,

IPA는 리델 코카콜라 글라스에 시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던 거시다.





마지막으로 코카 콜라 시음.

마지막이라고 방만해져서 콜라 사진도 안 찍음 ㅋㅋㅋ


이거임..ㅇㅇ


마찬가지로 캔을 따서 향을 맡고 조커 잔으로 향과 맛 확인,

마지막으로 리델 코카콜라 전용잔으로 시음했다.



캔을 오픈 후 향을 맡으면 그냥 익숙한 콜라 냄새가 가볍게.
조커에서는 뭉툭한 기포가 벽면에 들러붙었다가 금새 사라진다.
향기와 맛은 캔과 대동소이... 향이 좀 더 명확히 느껴지긴 한다.




리델 코카콜라 전용잔에서는 향긋한 스윗 스파이스와 시트러시한 향기가 예쁘게 피어난다.
기포 역시 스크래치가 있는 바닥에서만 꾸준히 올라올 뿐
다른 표면에서는 거의 생기지 않아 탄산이 비교적 오래 보존된다. 
특유의 눅진한 단맛이 살짝 잦아들어 깔끔한 느낌.

화사한 향부터 입에 닿는 느낌, 맛과 목넘김에 이르기까지 역시 코카콜라 전용잔의 압승.

그리고 아래 초컬릿의 '오렌지 필' 부분과 함께 마셨더니 너무 잘 어울렸다.
초컬릿과 콜라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당황스러웠을 정도.
사실은 초컬릿 자체보다는 코카콜라의 오렌지 필 뉘앙스가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하겠지.



음식도 적절한 식기에 담아야 그 맛과 매력이 배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료/주류 또한 그에 맞는 잔을 사용해야 그 향과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그 잔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관리하는 법도 알아야겠지.

세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긴 한데... 기름진 음식과 함께 마셨을 땐 어쩔 수 없이 가끔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럴 땐 최대한 따뜻한 물로 말끔히 헹구어 낸다.


사실 내가 가장 안 하는 작업이 극세사 린넨으로 물기를 닦는 작업인데...... 너무 귀찮아서;;;

개인적으론 물방울 자국이 너무 많을 경우 한 모금만 따라서 잔을 린스한 후 버리는 편이다-.-;;;




리델에 대한 소개부터 잔에 따라 향과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비교에 이르기까지, 정말 유익한 시음회였다.

음료/주류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방식의 시음회도 좋지만

그 음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나 도구, 문화에 대한 시음회/세미나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도 꾸준히 진행되는 리델의 글라스 테이스팅 시리즈들은 의미가 있을 듯. 





덕분에 이렇게 또 맥주를 질러 주셨... 겨울이니까 모카 중심으로... 쿨럭;;;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가 호출되는 빈도가 나날이 늘어날 듯.



좋은 글라스 수입/소개해 주셔서 감사!




20170113 @ 와인앤모어 청담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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