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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98. 시칠리아 레드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0. 31.

매월 연재하는 Wine21's PICK 9월호. 시칠리아 레드는 정말 소개할 품종과 스타일, 생산자들이 넘나 많은데, 상황과 지면의 한계로 정말 최소한도만 소개했다. 특히 대중성을 중심으로 선별했는데, 프라파토 품종만큼은 조금 욕심을 냈다. 피노 누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프라파토는 정말 귀중한 대안이 될 듯. 물론 대중적 인기가 엄청난 네로 다볼라 또한 무시할 수는 없지만.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Wine21's PICK] 시칠리아 레드

시칠리아 와인 하면 자연스럽게 네로 다볼라(Nero d'Avola) 품종이 떠오른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적포도 품종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품질 또한 빼어나다. 짙은 컬러에 부드럽고 진한 과실 풍미, 후추와 감초, 시나몬 등의 향신료 힌트, 스모키 뉘앙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타닌도 많고 산미도 적절해 장기 숙성용 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 에브리데이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다재다능한 품종이다. 

하지만 시칠리아에 네로 다볼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총면적 25,711 km²로 제주도의 14배나 된다. 포도밭 면적만 해도 9만 8천 헥타르로 제주도 면적의 절반을 넘어선다. 당연히 다양한 품종으로 지역마다 개성적인 와인을 만든다. 카타라토(Catarratto), 그릴로(Grillo), 인졸리아(Inzolia), 지비보(Zibibbo) 같은 토착 청포도 품종도 널리 재배하며, 마르살라(Marsala) 같은 주정강화 와인이나 말린 포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도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은 시칠리아의 레드 와인에 집중해 보자.

 

[ 시칠리아 와인 산지(출처: 와인 폴리) ]

시칠리아에는 1개의 DOCG와 23개의 DOC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와인은 시칠리아 섬 전체를 커버하는 광역 DOC인 '시칠리아(Sicilia DOC)'로 출시된다. 시칠리아 DOC에 네로 다볼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 품종 이름을 병기해 출시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칠리아 와인을 고를 땐 세부 지역 DOC보다는 품종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 최대의 활화산인 에트나 산기슭에서 나오는 에트나 로쏘(Etna Rosso)다. 포도밭은 보통 해발 500-600m의 고지대에 있으며, 1,200m를 넘어서는 곳도 있다. 척박한 화산 토양에 일조량이 많으며, 일교차가 극단적으로 크기 때문에 풍미의 밀도가 높고 예리한 산도와 미네랄리티를 지닌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부르고뉴(Bourgogne) 레드 와인의 우아함과 바롤로(Barolo)의 강건함을 겸비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주요 품종은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이며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cio) 등을 일부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Cerasuolo di Vittoria)다. 시칠리아 유일의 DOCG로 시칠리아 남부 비토리아 지역에서 생산한다. 체라수올로는 '체리 컬러'라는 뜻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영롱한 체리 컬러가 아름다운 와인이다. 풍미 또한 체리를 비롯해 앵두, 석류 등 작고 붉은 베리 향기와 미네랄리티가 명확히 드러나며, 숙성하면 가죽과 향신료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곁들여진다. 모래질 토양에서 재배한 네로 다볼라와 프라파토(Frappato) 품종을 함께 사용한다. 프라파토는 단독으로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낸다. 대단히 오래된 토착 품종이지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프라파토는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탄탄한 구조를 지닌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출시 즉시 마셔도 좋고 중장기 숙성 후에 즐겨도 훌륭하다.

시칠리아는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지역이라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Merlot), 시라(Syrah) 등 국제 품종 또한 잘 자란다. 국제 품종 단독으로 와인을 만들거나 국제 품종끼리, 혹은 네로 다볼라 등 토착 품종과 블렌딩해 사용한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의 섬인 데다 위도상 남쪽에 있어 더운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도밭은 언덕이나 산악 지역에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크다. 때문에 충분한 일조량과 서늘한 밤의 영향으로 생리적으로 완숙하면서도 산도가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나머지 포도밭들도 대부분 바다의 영향을 받는 해안가 부근에 있어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내륙 지역은 강수량이 극히 적으며, 해안가라고 해도 연 400-500m 정도로 강수량이 많지 않다. 게다가 건조한 기후 덕분에 병충해의 위험이 낮다. 때문에 유기농 재배 비율이 전체 포도밭 면적의 34%에 이른다. 이탈리아 와인 산지 중 가장 넓은 규모다. 유기농, 지속가능 농법(sustainable viticulture) 등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는 포도밭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양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으니 와인의 맛과 품질이 나쁠 수가 없다. 아래 소개하는 일곱 종의 와인을 통해 시칠리아 레드 와인의 매력에 빠져 보자.

 

토르나토레, 에트나 로쏘 Tornatore, Etna Rosso  

완숙한 딸기와 빨간 체리, 베리류의 풍미가 은근한 토스티 뉘앙스와 함께 편안하게 드러난다. 가볍지만 풍미의 밀도가 높고 밸런스가 좋으며, 영롱한 미네랄이 우아한 여운을 선사한다. 마시는 순간 즉각적으로 맛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와인이다. 에트나 북쪽 슬로프에서 재배한 네렐로 마스칼레제 95%와 네렐로 카푸치오 5%를 손 수확해 사용한다. 줄기를 제거하고 가볍게 파쇄해 콘크리트 탱크에서 10~12일 발효 후 며칠 더 침용한 다음 커다란 오크 배럴에서 6개월, 병입 후 3개월 숙성했다. 토르나토레(Tornatore)는 17세기부터 시칠리아에 정착한 가문으로 에트나 와이너리는 1865년에 설립했다. 현재 에트나 최대 규모인 70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최상급 포도밭과 현대적인 양조 시설을 겸비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아리안나 오키핀티, 일 프라파토 Arianna Occhipinti, Il Frappato  

알싸한 미네랄, 차분히 정제된 아로마. 천천히 스월링을 하면 딸기와 라즈베리, 붉은 체리의 방순한 풍미가 잔잔하게 피어오른다. 입에 넣으면 가볍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타닌과 시간이 갈수록 살아나는 산미가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다홍빛 꽃잎의 신선하고 향긋한 느낌과 초콜릿 힌트의 피니시 또한 매력적이다. 풍미가 두껍진 않지만 격조 높고 우아한 인상이 긴 여운을 남긴다. 프라파토의 진수를 보여 주는 와인. 40년 수령의 프라파토를 효모 첨가 없이 30일 동안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25헥토리터 슬라보니안 오크통에서 14개월, 여과 없이 병입 후 1개월 숙성한다. 아리안나 오키핀티는 비토리아 지역을 전 세계에 알린 와인메이커다. 자연주의 철학과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로 레드 와인 JINRO RED WINE  

스모키 힌트와 매콤한 스파이스 뒤로, 자두, 체리, 석류 등 풍성한 붉은 과일 향이 드러난다. 입에서는 라즈베리, 말린 자두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과일 사탕처럼 가볍고 편안하게 드러난다. 타닌은 부드럽고 신맛 또한 가벼워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포도가 나무에서 자연스럽게 마른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 늦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완숙미를 더했다.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온도 조절 발효조에서 천천히 발효한 후 4개월 이상 숙성해 안정화를 거쳤다. 오크 사용을 절제해 진한 과실향이 특징이다. 시칠리아 최대 생산자 중 하나인 카를로 펠레그리노가 생산한 와인에 하이트진로가 대표 브랜드 '진로'를 붙여 출시했다. 귀여운 두꺼비 레이블만으로도 구매 가치가 있는 와인이다.

 

마세리아 트라조네, 네로 다볼라 Masseria Trajone, Nero d'Avola  

향긋한 바이올렛과 은근한 스파이스 힌트가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하며, 입에 넣으면 잘 익은 붉은 과일과 야생 베리 향이 화사하게 드러난다. 부드러운 타닌과 잔잔한 신맛이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네로 다볼라. 모래와 탄산 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네로 다볼라를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침용 및 발효한 후 가볍게 압착하여 효모 잔여물과 함께 숙성했다. 마세리아 트라조네는 1920년 로마 인근 프라스카티(Frascati) 지역에 설립해 뿔리아,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 그룹으로 성장한 페르마(Ferma)의 대표 와이너리다.

 

찌솔라 노토 로쏘 Zisola, Noto Rosso  

매콤한 스파이스와 민트 같은 상쾌함이 살짝 감돌다가 베리 사탕이나 절인 오렌지 필 같은 톡 쏘면서도 달콤한 향이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구운 아몬드 뉘앙스에 라즈베리, 블랙베리, 시나몬 캔디, 모카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완숙 과일 풍미를 갖추고 있음에도 산미가 잘 살아있으며 구조가 단단하고 묵직하다. 스파이시한 네로 다볼라의 특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와인. 네로 다볼라 100%로 양조해 약 10개월 동안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찌솔라는 폰테루톨리(Fonterutoli)로 유명한 마쩨이(Mazzei) 가문이 시칠리아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레이블에는 CEO 프란체스코 마쩨이의 지문을 넣어 와인의 대한 보증과 자부심을 표현했다. 노토(Noto)는 시칠리아 남동쪽 톡 튀어나온 지역으로 위도상으로는 튀니지보다도 아래에 있다. 주요 품종으로 네로 다볼라를 사용한다.

 

플라네타 부르데제 Planeta, Burdese 

잘 익은 자두,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매콤한 스파이스와 향긋한 붉은 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달콤한 바닐라, 감초, 침엽수 힌트, 스모키 프룬 뉘앙스가 더해진다. 대단히 복합적인 풍미가 처음부터 풍성하게 피어나며 드라이한 미감, 촘촘한 타닌과는 별개로 잘 익은 과일의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발사믹 풍미와 가벼운 쌉쌀함이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70%,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0%로 양조해 프랑스 알리에산 새 오크통에서 14개월 숙성했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부르데제는 '보르도의'라는 뜻으로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었음을 뜻한다. 하지만 생산지인 멘피(Menfi)의 토양과 기후가 미국 나파 밸리(Napa Valley)와 유사하고 소유주가 나파 스타일을 좋아해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1995년 설립한 플라네타는 시칠리아 와인을 세계적으로 알린 와이너리다.

 

돈나푸가타, 루메라 Donnafugata, Lumera

레드 와인은 아니지만 적포도로 만드는 매력적인 로제 와인을 소개한다. 와인 이름인 '루메라'는 기사도적 사랑이 주제인 시칠리아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랑받는 여인'을 뜻한다. 고혹적인 살몬 핑크 컬러와 함께 아름다운 레이블 또한 매력적이다. 은은한 꽃향기와 함께 산딸기와 석류, 앵두 같은 붉은 베리 향이 가볍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신맛이 싱그럽게 느껴지며, 명확한 체리 풍미가 매끄러운 질감을 타고 편한 여운을 남긴다. 네로 다볼라, 시라, 노세라(Nocera),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을 가볍게 압착해 저온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2-24시간 침용 및 발효한다. 2개월 숙성 후 병입하여 3개월 추가 숙성해 출시한다. 돈나푸가타는 1851년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 모임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i)'의 멤버이다.

 

 

[Wine21's PICK] 시칠리아 레드 - 와인21닷컴

시칠리아에 네로 다볼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총면적 25,711 km²로 제주도의 14배나 된다. 포도밭 면적만 해도 9만 8천 헥타르로 제주도 면적의 절반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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