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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05. [인터뷰] 2023년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 회장, 로난 라보르드(Ronan Laborde)과의 만남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2. 29.

샤토 클리네의 오너이자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로난 라보르드와의 인터뷰. 최근 보르도 와인의 스타일이 과거에 비해 훨씬 이른 시기에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게 변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걸 보면...ㅠㅠ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인터뷰] 2023년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 회장, 로난 라보르드(Ronan Laborde)와의 만남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UGCB).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Bordeaux Grands Crus Classés)를 포함해 보르도 각지의 뛰어난 포도밭을 소유한 130개 샤토들의 연합이다. 연합의 목적은 보르도 와인의 빼어난 품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15개 주요 국가에서 80회 이상의 이벤트를 개최한다. 지난 11월 22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시음회 또한 그 일환이었다. 최근 팬데믹 상황을 제외하고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와인업계 종사자라면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코로나 여파로 화상 인터뷰로만 만났던 로난 라보르드(Ronan Laborde)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 회장을 행사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포므롤(Pomerol)에 위치한 샤토 클리네(Chateau Clinet)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한 시간 동안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 로난 라보르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 회장 ]

우선 보르도 2020년 빈티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보통 20점을 만점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2020 빈티지가 20점 만점에 20점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합니다(웃음). 2020년의 기후를 먼저 말씀드리면 시즌 초반에 비가 많이 왔어요. 그래서 토양이 충분한 물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시즌 후반 기온이 높고 건조한 기간이 지속되었을 때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청포도 수확은 8월 말에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잘 익은 포도를 신선함을 유지한 상태로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생테밀리옹(Saint-Émilion)과 포므롤에서는 9월 중순쯤 수확이 이루어졌고, 메독(Médoc)과 페삭 레오냥 같은 경우는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수확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적포도 품종이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높은 기온과 충분한 햇살, 건조한 기후의 덕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0 빈티지 레드 와인은 전반적으로 컬러가 잘 나왔어요. 과일 풍미의 밀도가 좋고 타닌의 구조감이 뛰어나면서도 굉장히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그런 와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마셔도, 오래 숙성하셔도 좋습니다.

귀부 와인 생산은 세부적인 조건까지 다 맞아야 하고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밤에는 조금 선선하지만 낮에는 굉장히 뜨거워서 안개가 포도를 덮고 그 아래에서 귀부화가 진행될 수 있는 조건도 필요합니다. 2020년은 가을까지 굉장히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10월이 다 되어서야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귀부 와인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생산량이 적은 대신 품질은 정말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20년과 유사한 과거 빈티지를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가 너무 어려워요. 현재 기후 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조건과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우리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 중입니다.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 나오는 빈티지들은 거의 매년 유니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르도 와인은 너무 견고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특히 보르도 레드 와인의 경우 다년간 숙성이 필요해 바로 즐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제가 이 자리에 왔습니다(웃음). 15년 전 정도부터 보르도 와인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경으로 기후 변화를 우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르도는 수백, 수천 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하던 지역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포도가 완전히 익는 게 쉽지 않았고, 완숙하지 못한 포도를 수확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한 15년 전부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선 겨울 기온이 많이 온화해져서 포도 생장이 더 빨리 시작됩니다. 그리고 고온 건조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포도가 대단히 빨리 익습니다. 그래서 요즘 보르도 와인메이커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과숙으로 인해 와인이 무거워지는 것입니다. 와인의 신선함과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 결과 예전처럼 숙성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바로 마셔도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연합은 총 14개의 아펠라시옹(appellation)을 포괄하고 있고,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위트 와인을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130개의 샤토가 함께하는 연합이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바로 마셔도 좋은 와인과 적당한 숙성 후 마실 와인, 그리고 좀 더 오랫동안 숙성해도 좋을 와인 등을 모두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품질이 대단히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보르도 하면 레드 와인 생산지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네, 맞습니다. 사실 보르도 전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와인이 레드 와인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보르도에서도 그라브(Graves),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 등에서 훌륭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르도라는 지역 자체가 바로 옆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테루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탄탄한 레드 와인도 만들지만, 신선하고 상쾌한 화이트 와인도 만들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소테른 등 귀부 와인은 어떤가요? 최근 스위트 와인의 인기가 높지는 않아 보이고, 최근 기후 변화도 귀부 와인 생산에는 긍정적이지 않아서 이중고를 겪을 것 같은데요.

아시다시피 귀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습니다. 수확 직전에 특별한 조건이 만들어져야 귀부화가 진행되니까요. 귀부화 된 포도알이 자연적으로 잘 건조되어야 와인을 만들 수 있고요. 보르도 지역 중에서도 한정된 곳에서만 귀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보르도만의 특별한 노하우도 빼놓을 수 없고요. 결국 희소한 그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좀 전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 2020년에는 귀부 와인을 만드는 게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2021년, 2022년, 2023년까지는 생산량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스위트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마케팅과 영업적인 역량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스위트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 이유가 어떤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할지 몰라서인 경우가 많거든요. 소테른 와인의 클래식 페어링은 푸아 그라지만, 그것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러 가지 푸드 페어링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스위트 와인은 병을 연 후에도 일반 드라이 화이트나 레드 와인에 비해 장기 보관이 가능하거든요. 그러니 오픈 이후에도 천천히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 유럽의 젊은 세대들은 와인을 많이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세대별 와인 선호 경향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좀 과하게 와인을 드셨죠(웃음). 단적인 예로 1945년 프랑스에서는 16세 이상 1명 당 1년에 평균 130리터의 와인을 마셨으니까요. 당시는 식수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와인을 물 대신 마신 영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인은 라이프스타일의 문제가 되었고, 문화적인 면에서 소비하는 재화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량을 줄이는 대신 더 특별한 와인, 고급 와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와인 소비 성향이 바뀐 거죠. 

그리고 한국의 와인 소비자층이 특히 젊은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와인은 35세 이후에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와인은 좀 복잡한 술이라 즐기는 사람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숙한 이후에 와인에 정착한다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와인 소비자의 25% 정도가 19세에서 35세 사이더라고요. 한국 분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좀 더 빨리 성숙해지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유기농 등 자연 친화적 농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르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비단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포도 재배자들은 재배 방식 자체가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자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에서도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환경 인증 포도밭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입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내추럴 와인에 대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의 공식적인 의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회장님 개인적으로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추럴 와인에 대해 우리 연합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습니다. 연합 내에 내추럴 와인 생산자도 없고요. 모든 와인 생산자들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명확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내추럴 와인은 품질이나 성격이 좀 일정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내추럴 와인 여섯 병을 샀는데 여섯 병의 맛과 품질이 다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내추럴 와인이라는 게 품질이나 스타일을 보장하는 인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은 항상 와인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이 어떤 병을 열더라도 일관된 품질과 스타일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회장으로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의 발전과 보르도 와인의 성장을 위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세상이 변화하고 있으니 우리의 마케팅 전략도 그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은 물론 스타일의 다양성,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한 환경적 노력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수입사, 유통사, 그리고 언론 등을 만나 다양한 메시지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직접 들으려고 합니다.

 

회장님 나이가 젊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 변화 등이 있을까요?

꼭 저 때문은 아니더라도(웃음),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보르도가 최근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에 맞춰 재배 기술도 많이 도입되고 있죠. 예를 들어 포도밭 안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받거나 드론으로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등 날씨 변화와 수분 보유량, 토양 및 포도나무의 생장 현황 등을 파악합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하셨죠? 몇 년 전 '로난 바이 클리네(Ronan by Clinet)' 론칭 행사에서 저와 만난 적도 있었고요. 한국 음식 경험도 많을 텐데, 보르도 와인을 한국 음식과 어떻게 곁들이면 좋을까요?

현재 우리 아시아 투어 중에 한국과 대만에서만 '와인과 로컬 음식의 마리아주'라고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음 행사장에도 한국의 네 개 양념 및 음식과 어울리는 보르도의 네 개 지역을 매칭해 두었습니다. 우리가 특별히 서울과 타이베이를 선정한 이유는 음식이 대단히 다양하고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 대중들이 와인을 친근하게 접한 지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을 어떤 로컬 음식과 함께 마셔야 좋을지 제안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보르도 와인의 스타일과 맛이 너무 다양한 데다 한국의 음식 자체도 워낙 복합적이고 풍성하기 때문에 네 개 기준을 선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뭔가 공식을 만들어서 '딱 이렇게만 하세요'라고 제안한다기보다는 '다양한 마리아주의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은 보르도 그랑 크뤼 수입 랭킹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나요?

4년 전 정도부터 한국의 랭킹이 정말 급상승했습니다.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가 영국인데요, 한국은 9위 정도 됩니다. 2019년 이전에는 한국이 12~15위 수준이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수치를 말씀드리면, 몇 년 전에는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의 수출액 비중이 보르도 와인 전체 수출액의 50% 정도였는데 최근 2~3년 동안 이 비중이 60~70%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마지막 인사와 함께 보르도 와인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께 조언 부탁드립니다.    

보르도는 면적이 넓고 보고 즐길 것 또한 많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잘 짜시고 충분한 일정을 확보해서 오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메독 같은 경우 광활한 와인 재배지와 다양한 샤토가 있고, 생테밀리옹에 가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죠. 이런 걸 다 보려면 며칠은 너무 쉽게 흘러가거든요. 또한 보르도 시 자체도 정말 멋집니다. 특히 도시 안의 보르도 와인박물관(La Cité du Vin)도 지나칠 수 없는 곳이죠.

우리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 와인의 진가를 알아주시고 열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연합은 보르도에서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한국에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인터뷰] 2023년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 회장, 로난 라보르드(Ronan Laborde)과의 만남 - 와인21닷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UGCB).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Bordeaux Grands Crus Classés)를 포함해 보르도 각지의 뛰어난 포도밭을 소유한 130개 샤토들의 연합이다. 작년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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