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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09. 부르고뉴 테루아의 탁월한 번역가, 아르노 바이오(Arnaud Baillot)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4. 19.

희소성 때문에, 가격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 그럴 때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복받은 기분이 든다. 에세조 그랑 크뤼 등 레드 와인의 품질도 뛰어났지만, 개취로는 화이트 와인들이 발군이었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부르고뉴 테루아의 탁월한 번역가, 아르노 바이오(Arnaud Baillot)

[한국을 찾은 아르노 바이오]

최근 부르고뉴 와인은 연일 상종가다. 아무리 비싸도 없어서 못 사는 게 부르고뉴 와인이다. 이런 상황에 반가운 부르고뉴 생산자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청담동에서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에서 아르노 바이오(Arnaud Baillot)가 직접 소개하는 빼어난 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르노 바이오는 2017년 아내 로르(Laure)와 함께 꼬뜨 도르(Côte-d'Or)의 중심 본(Beaune)의 동쪽에 있는 르베르누아(Levernoir)에 도멘을 설립했다. 그는 물려받은 밭 없이 맨손으로 시작했으나, 포마르(Pommard), 볼네(Volnay), 뫼르소(Meursault) 등 주요 마을의 포도밭들을 조금씩 매입해 현재는 6 헥타르 정도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모든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관리한다. 현재는 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도 적용 중이다. 포도를 구매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총 10 헥타르 정도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생산량은 4만 병에서 4만 5천 병 정도다. 구매하는 포도 또한 최상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내는 도멘 위들로 노엘라(Domaine Hudelot-Noëllat)의 소유주와 남매 관계다. 그 또한 뫼르소의 장 미셀 고누(Jean-Michel Gaunoux)와 친척이다. 그들과의 인연을 통해 양질의 포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형 메종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테루아와 빈티지를 표현하며 환경 친화적이고 자연스러운 와인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포도의 선별과 와인 양조, 배럴의 선택과 숙성 기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하지만 양조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한다. 발효는 포도에 있는 자체 효모로 진행하며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는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프레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바토나주(Bâtonnage, 효모 잔여물 뒤섞기)와 데부르바주(débourbage,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포도즙만 옮기기)를 하지 않는다. 레드 와인 또한 르몽타주(remontage, 발효 중 포도즙을 위로 떠오른 포도껍질 위로 뿌려주기)와 피자주(Pigeage, 발효 중 떠오른 포도껍질 등을 눌러 가라앉히기)를 섬세하게 조절해 풍미 요소들이 적절하게 추출되도록 한다. 테루아와 빈티지 특성에 따라 포도송이 전체를 사용하는 비중 또한 조절한다. 보통 테루아의 표현력이 좋으면 전송이 발효 비중을 줄인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우아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 정제된 인상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와인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랙킹(racking, 통갈이) 또한 진행하지 않는다. 숙성용 오크통은 최고의 오크통 생산자 프랑수아 프레르(François Frères)의 것을 선호하며 화이트 와인은 450리터, 레드는 223리터 용량을 사용한다. 그는 “양조 시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테루아를 표현하는 문을 좁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적절한 오크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새 오크 사용을 최소화해 오크의 영향력을 적절히 조절한다. 

“와인 양조는 테루아를 제대로 번역하는 것”이라는 아르노 바이오. 여러 와인 평론가들이 그를 부르고뉴를 이끌 차세대 평론가로 평가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와인 전문인들도 그의 빼어난 와인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스터 클래스에서 제공된 아르노 바이오의 매력적인 와인 여섯 종을 소개한다. 수량이 제한적이라 한국의 많은 애호가들이 즐길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마스터 클래스에서 소개한 아르노 바이오의 와인 여섯 종]

아르노 바이오, 샤샤뉴 몽라셰 2022  Arnaud Baillot, Chassagne-Montrachet 2022

산뜻한 시트러스, 상큼한 사과, 달콤한 서양배 아로마와 함께 은은한 숲 속 허브, 영롱한 미네랄이 조화를 이루며 순수한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 넣으면 신선한 신맛과 매끄러운 질감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깔끔하고 절제된 느낌이지만 표현력 또한 풍부하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총 12개월 동안 오크통(15% new)에서 숙성한다. 생산량은 2,500병. 아르노 바이오는 “샤샤뉴 몽라셰 마을의 정체성은 이끼(sous-bois)와 버섯(Champignon) 뉘앙스”라며 이 와인은 그런 특성을 아주 잘 표현다고 말했다. 2022년은 최근 가장 더웠던 빈티지다. 샤샤뉴 몽라셰 마을에서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할 정도로 상당히 이례적인 더위였다고 한다. 때문에 신선함을 보존하기 위해 빠르게 포도를 수확했다. 또한 오크 숙성 기간을 줄이고 병입 또한 빠르게 진행했다.

 

아르노 바이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레 크라” 2022  Arnaud Baillot, Meursault 1er Cru "Les Cras" 2022

후지 사과, 잘 익은 핵과, 파인애플 같은 아로마와 버터리 힌트가 처음에는 잔잔하게 드러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밀도 높게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강렬한 산미가 더운 빈티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게 드러나며, 브리오슈 같은 뉘앙스가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뫼르소 치고는 대단히 정제되고 차분한 인상이지만 그 정체성만은 명확히 표현하는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총 12개월 동안 오크통(15% new)에서 숙성한다. 생산량은 1,300병. 포도밭 이름인 '레 크라'는 석회질이라는 말의 어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볼네(Volnay) 마을 쪽에 인접한 포도밭으로, 비교적 유질감이 덜하면서도 버터와 브리오슈 같은 뫼르소 와인의 특징을 잘 담고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

 

아르노 바이오, 퓔리니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르페르” 2022  Arnaud Baillot, Puligny-Montrachet 1er Cru “Les Referts” 2022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이 '깨 볶는 향'이라고 표현하는 고소한 리덕션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나며, 패션 프루트 같은 열대 과일, 완숙 핵과, 달콤한 서양배 아로마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영롱한 미네랄리티와 그린 허브의 미묘한 뉘앙스가 베일에 싸인 듯 신비한 인상을 남긴다. 생동감 넘치는 신맛, 꿈결 같은 질감, 견고한 구조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와인.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총 12개월 동안 오크통(15% new)에서 숙성한다. 생산량은 1,000병. '레 르페르'는 뫼르소에 인접한 포도밭으로 그랑 크뤼에 버금가는 품질이다. 아르노 바이오는 “코르통 샤를마뉴(Corton Charmagne) 같은 그랑 크뤼는 구획이 위치한 지형과 일조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품질을 보이지만, 레 르페르 프리미에 크뤼의 경우 전반적으로 빼어난 품질의 와인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아르노 바이오, 본 프리미에 크뤼 “퇴롱” 2022  Arnaud Baillot, Beaune 1er Cru “Teurons” 2022

영롱한 루비 레드 컬러에 스파이시한 허브 스파이스와 붉은 베리, 붉은 자두 아로마가 싱그럽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오디를 연상시키는 풍미와 우아한 타닌이 인상적이다. 본(Beaune) 마을의 레드 중에는 섬세한 타입으로, 우아함과 편안한 소박함을 겸비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총 12개월 동안 오크통(15% new)에서 숙성한다. 양조 중 피자주와 르몽타주를 적게 하여 과도한 추출을 방지했다. 생산량은 4,000병. 이 포도밭은 아르노 바이오가 약 2년 전에 구입했으며, 2022년이 첫 출시 빈티지다.

 

아르노 바이오, 볼네 프리미에 크뤼 “레 미탄” 2022  Arnaud Baillot, Volnay 1er Cru “Les Mitans” 2022 

향긋한 붉은 꽃과 영롱한 작은 붉은 베리 아로마, 입안에서는 알싸한 미네랄과 웜스파이스, 세이버리 허브 힌트. 입에 넣으면 잔잔한 산미를 타고 신선한 인상이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에 비견되는 볼네의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와인이다. 100%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총 12개월 동안 오크통(15% new)에서 숙성한다. 생산량은 2,000병. '레 미탄'은 '중간'이라는 의미의 고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언덕의 중간 부분에 위치한다. 아르노 바이오에게는 무척 중요한 밭으로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에세조 2021]

아르노 바이오, 에세조 2021  Arnaud Baillot, Echézeaux 2021

농밀한 붉은 자두와 붉은 베리, 블랙커런트, 구수한 토스티 오크와 웜 스파이스, 감초 등 복합적인 풍미가 끝없이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탄탄한 과일 풍미의 코어가 느껴지며, 신선한 신맛과 벨벳 같은 타닌이 매끄러운 질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긴 여운을 남긴다.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표현력이 좋은 와인이다. 40%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 및 젖산발효를 진행한다. 생산량은 600병. 취향에 따라 바로 마셔도 좋지만, 10~15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2021년은 대단히 서늘한 빈티지로, 양질의 포도를 선별하는데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와인의 산도를 유지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빈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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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르고뉴 와인은 연일 상종가다. 아무리 비싸도 없어서 못 사는 게 부르고뉴 와인이다. 이런 상황에 반가운 부르고뉴 생산자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청담동에서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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