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스 빈티지 에일 2017(Fuller's Vintage Ale 2017). 오래 가지고 있던 맥주를 꺼냈다. 언제 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한창 다양한 맥주를 마시던 2018~9년쯤이었던 것 같다.
빈티지 에일은 1997년부터 매년 발매되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다. 2017년 빈티지는 타깃(Target), 골딩스(Goldings) 등 영국산 홉과 함께 미국산 드날리(Denali) 홉을 사용해 솔 같은(pine-like) 향을 더했다. 몰트 또한 새로운 영국산 몰트인 로리어트(Laureate malt)라고.
크라운 캡을 덥고 있는 실. 첫 빈티지와 현재 빈티지가 함께 적혀 있는데, 생각해 보니 딱 20번째 빈티지다.
레이블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일련번호도 적혀 있고.
동봉돼 있던 리플릿. 병에 눌려서 구겨졌다-_-;; 내용은 박스 뒷면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효모가 살아 있기 때문에(bottle conditioned) 시간이 지나며 맛과 향이 바뀐다. 상미기한은 2027년으로 10년이나 된다.
뒷면에는 과거 빈티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에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
백레이블에도 유사한 내용이 적혀 있다. 어떻게든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느낌. 고급스러움은 덤이다.
안주는 수제 소세지. 저녁 식사에 반주로 마셨다.
짙은 갈색 세디먼트가 헤드 위에 올라앉았다. 일반적인 에일들은 세디먼트까지 마시라고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요건 깔끔한 맛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조심해서 따르라는 주의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세디먼트가 나오지 않도록 따르긴 했음.
빈티지 에일 덕분에 오랜만에 풀러스 전용 파인트를 꺼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닉 파인트(nonic pint). 모양도 예쁘고 그립감도 좋다.
Fuller's, Vintage Ale 2017 / 풀러스, 빈티지 에일 2017
약간 붉은빛이 감도는 탁한 고동색 컬러. 베이지 색 헤드는 성글게 올라앉았다가 금세 사라진다. 코를 대면 오렌지 필과 시나몬 같이 달콤하게 톡 쏘는 스파이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오랑제리가 연상되는 풍미랄까. 붉은 베리 아로마도 더해지는 듯. 입에 넣으면 둥근 미감과 함께 적당한 단맛이 편안하며 쌉쌀함은 절제돼 있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도 심심하거나 밋밋한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우아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상당히 맛있는, 그리고 고급스러운 맥주.
이거 요즘은 안 들어오나... 더 사고 싶은데. 하긴, 들어와도 가격이 상당히 올랐을 것 같다. 배춧잎 한 장이던 당시 가격으론 구하기 힘들겠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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