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ppist La Trappe Blond / 트라피스트 라 트라페 블론드

 

네덜란드의 트라피스트 비어, 라 트라페. 잘 꾸며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아홉 가지나 되는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 치고는 상당히 상업적인 뉘앙스가 풍긴달까. 검색해 보니 실제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트라피스트 비어 인증을 박탈당한 적이 있다. 

<The Beer: 맥주 스타일 사전>에 따르면 1884년 설립된 라 트라페는 연로해지는 수도사들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1969년 인베브(InBev) 소속의 벨기에 최대 라거 양조 회사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에 양조 라이센스를 주었다. 또한 1999년에는 수도원 양조장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네덜란드에서 대중적인 라거를 생산하는 바바리아(Bavaria)의 자회사로 소속되었다. 이는  수도승들의 양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국제트라피스트 협회(ITA)는 라 트라페의 이같은 벤처사업이 너무 상업적이며 트라피스트 맥주가 변질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999년부터 라 트라페는 트라피스트 맥주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박탈당한 후에도 트라피스텐(Trappisten)과 같은 유사 문구를 이용해 여전히 트라피스트 맥주로 위장하기도 했다고. 2005년 9월 이후 라 트라페는 ITA와 사기업 바바리아와의 관계 조정을 통해 트라피스트 맥주로 복귀했으며, 이후 더 엄격하게 양조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엇, 그런데 백레이블에 육각형의 'Authentic Prappist Product'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 왜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니 상단의 한글 레이블이 로고를 가리고 있는 것 같다-_-;;; 

그래도 병에 'Trappist'라는 문구가 떡하니 양각이 되어 있긴 한데, 잘 보이진 않는다. 어짜피 아는 사람이나 마신다 이건가. 이런 무신경함이 너무 아쉽다... 쯧쯧. 

Trappist La Trappe Blond / 트라피스트 라 트라페 블론드

블론드라고 하기엔 조금 짙고 탁한 오렌지-앰버 컬러에 성근 헤드가 풍성하게 얹혀졌다가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코를 대면 벨지언 에일 특유의 향긋한 에스테르가 우아하게 피어난다. 첫 느낌 만으로 상당히 매력적. 뒤이어 강냉이 같이 구수한 맥아 풍미가 기저에 깔리며 알싸한 인상과 톡 쏘는 스파이스, 가벼운 정향 힌트가 조화를 이룬다. 비교적 가벼운 바디에 나이스한 밸런스, 말끔한 피니시. 

블롱드 계열의 에일을 마시면서 이렇게 큰 매력을 느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입맛이 적응해 가는 것일까, 이 블론드가 특별히 좋은 것일까. 어쨌거나 앞으로 블론드 하면 라 트라페가 떠오를 것 같다. 뭐, 일반적인(대중적인) 블론드 보다 가격이 2-3배 비싸긴 하지만.

알코올 6.5%, 재료는 정제수, 보리맥아, 포도당시럽, 홉, 효모.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