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지역에서 가장 빼어난 밭을 꼽으라면? 단연 샤츠호프베르크(Scharzhofberg) 일 것이다. 포도밭 이름이 고유명사가 되어 마을명 없이 포도밭만 표기되는 유일한 경우다. (보통 독일의 명칭 구조는 '마을 이름 er + 포도밭 이름'인데 샤츠호프베르크만 '밭 이름 er'이다.) 마치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가 포도밭 이름 자체로 AOC 명칭이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2012년부터 VDP협회에서는 부르고뉴(Bourgogne)와 유사하게 테루아의 품질에 따른 4개 등급의 체계를 세웠다. 굿츠바인(Gutswein) - 오르츠바인(Ortswein) - 에어스테 라게(Erste lage) - 그로스 라게(Grosse Lage) 가 그것인데, 각각 지역(Regional) - 마을(Village 혹은 Communal) - 프르미에 크뤼(1er Cru) - 그랑 크뤼(Grand Cru)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샤츠호프베르거를 세계적인 와인으로 만든 생산자는 단연 에곤 뮐러(Egon Muller)다. 빌팅겐(Wiltingen)과 오베레멜(Oberemmel) 마을 사이 해발 200~300m에 위치한 샤츠호프베르크는 28 ha 크기의 남향 밭으로 여러 와이너리에서 나누어 소유하고 있는데, 반 폭셈의 구획은 에곤 뮐러의 구획 바로 옆이라고. 주로 붉은 점판암에 일부 퇴적토가 섞인 토질로 우아하며 미네랄이 많이 느껴지는 와인을 생산한다.
휴 존슨,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에 따르면, 샤츠호프베르크 있는 자르(Saar) 마을은 모젤 중에서도 추운 지역으로 포도가 완숙하기 어려운 기후다. 편암/판암 토양의 급경사 포도밭은 미텔모젤(Mittelmosel)과는 달리 차가운 동풍을 바로 맞기 때문이라고. 지구 온난화 전에는 10년에 3~4회 정도만 좋은 빈티지가 되는데, 대신 그런 빈티지에는 정말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Van Volxem, Scharzhofberger Riesling 2012 Mosel / 반 폭셈 샤츠호프베르거 리슬링 2012 모젤
온도가 살짝 높았을 때는 가벼운 페트롤과 달콤한 샤인 머스캣 같은 과일 풍미, 입에서는 생각보다 산미가 낮고 피니시에서 쌉싸름한 미감이 느껴져서 살짝 아쉬웠다. 그런데 적당히 칠링이 되고 나니 향긋한 흰 꽃과 백후추, 허브 힌트에 청량한 미네랄이 더해지며 가벼운 과일 향과 모순되게도 드라이한(?) 꿀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깔끔한 산미와 적당한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견실한 구조감 또한 훌륭하다. 역시 뛰어난 밭은 배반을 하지 않는군. 좀 더 셀러링하고 싶었던 와인인데 지금 마시기도 괜찮았다.
반 폭셈(Van Volxem)은 빛나는 독수리 로고에서 알 수 있듯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독일 우수 와인 생산자 협회)의 일원이다. 현 와인메이커이자 소유주인 로만 니보드니찬스키(Roman Niewodniczanski)의 아버지는 독일 3대 맥주 회사이자 한국에도 수입된 비트부르거(Bitburger)의 대주주로, 엄청난 자금을 기반으로 19세기 포도밭 지도를 연구해 빼어난 포도밭을 찾아 구입해 뛰어난 와인을 만들고 있다. 2004년부터 전 에곤 뮐러의 와인 메이커 도미닉 뵐크(Dominik Voelk)를 고용해 높은 평가를 받는 고품질 와인을 만들고 있다.
좋은 모임의 훌륭한 스타트였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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