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으로 간단히 피자. 이제 라지 한 판으로는 모자라는 상황이 되었다.
요즘 서오릉 피자라는 동네 피자를 자주 먹는다. 나름 재료의 질이 나쁘지 않고 풍성하게 올려줘서 좋다. (내돈내산) 아들냄이 좋아하는 페페로니 피자.
요건 딸냄이 좋아하는 치즈듬뿍 피자. 꼬릿한 치즈 향이 괜찮다.
와인은 오랜만에 발폴리첼라. 그 중에서도 아마로네 찌꺼기를 일반 발폴리첼라에 넣어 재활용하는 리파소(Ripasso)다. 리파소는 영어로 Re-pass와 유사한 의미인데, 포도를 말려서 아마로네(Amarone) 혹은 레치오토(Recioto)를 양조한 후 나온 포도 찌꺼기(marc)를 일반급 발폴리첼라에 넣어 추가 숙성해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고급 와인에서 나온 포도 잔여물에 와인을 다시 통과시켜 만든다는 의미.
생산자인 테데스키(Tedeschi)는 1630년에 시작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테데스키는 '독일인'이라는 뜻인데, 아마 오래 전 이탈리아 동북부에 정착한 독일인 가문인 듯. 그들은 특히 1960년대 초반 발폴리첼라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인 몬테 올미(Monte Olmi)를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로네를 비롯해 리파소, 일반 발폴리첼라, 소아베(Soave) 등 다양한 스타일의 여러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테데스키 카피텔 산 로코 발폴리첼라 리파소 수페리오레(Tedeschi Capitel San Rocco Valpolicella Ripasso Superiore). 이름 참 길다;;; 테데스키의 와인은 예전에도 몇 번 만났었는데, 다 스치듯 마셨던 거라 명확한 인상이 남아있지 않다. 레이블도 바뀌어서 더욱 낯선 지도.
이 와인은 수확한 포도를 섭씨 28도에서 15일 정도 발효한 후 2월까지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안정화한 후, 아마로네와 레치오토의 찌꺼기를 넣고 섭씨 18도에서 8-10일 정도 추가 발효한다. 이후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1-2년 정도 숙성 후 병입하여 추가 6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Tedeschi, Capitel San Rocco Valpolicella Ripasso Superiore 2017
테데스키 카피텔 산 로코 발폴리첼라 리파소 수페리오레 2017
진한 루비 레드 컬러에 브라운-오렌지 림이 살짝. 톡 쏘면서도 달콤한 느낌의 스파이스와 검은 체리, 완숙한 검붉은 자두 아로마와 커런트 힌트, 머스키 뉘앙스. 약간의 환원취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잔을 살살 돌려 날리고 나면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붉은 베리류의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생각보다 신맛이 적어서인지 구조감이 약하고 사알짝 퍼진 느낌이 드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날 수록 진한 말린 과일 풍미와 나무 뉘앙스가 살아나는 게 전반적으로 괜찮다. 미디엄 풀 바디에 둥글게 풀어진 타닌 또한 편안하니 좋다.
편하게 마실 만한 리파쏘. 좋은 가격에 구한다면 말이지. 남은 반 병은 독일식 돼지 족발과 함께 마셔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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