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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명가의 서자들 (feat. 아침목장 화식한우 & 화식칡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4. 25.

가족 모임을 맞아 준비한 와인. 어쩌다 보니 모두 명가의 서자들(?)이다.

 

준비한 음식은 아침목장에서 키운 화식한우와 화식칡소. 여물에서 착안해 직접 만드는 사료로 소를 키우기 때문에 육질과 풍미가 매우 훌륭하다. 육회의 경우는 도축일에 맞춰 예약 판매만 한다.

 

지난번에 먹어보고 반해서 두 팩 주문한 화식한우 육회. 고기만 씹어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비주얼. 갑분 육식동물...

 

청양고추와 소금 후추, 참기름 등 함께 보내주시는 양념만 넣어 먹어도 맛있다. 육향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배나 계란 노른자 같은 일체의 부재료를 넣을 필요가 없다.

 

첫 번째 와인은 R Rieussec 2016. 육회와 넘나 잘 어울린다는 지인의 제보에 매칭해 봤는데... 놀랍게도 아무것도 몰랐던 누나가 와인과 육회가 천상 궁합이라고 엄지 척이다. 진짜 밝은 노란 과일 풍미와 은근한 향긋한 오크 뉘앙스가 육회의 싱싱한 육향과 구수한 참기름 향과 넘나 잘 어울린다.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 전문인 샤토 리외섹(Chateau Rieussec)에서 만드는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지만 품질은 상당히 훌륭하다. 역시 와잘잘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와인. 마트에 풀리는 가격도 나쁘지 않아 가성비도 좋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문제지만. 'R 리외섹 블랑 섹'은 별도 포스팅 예정.

 

화식 칡소 사태와 양지는 수육으로 변신했다. 후추 열 알 + 마늘 열 알, 된장 한 스푼만 넣고 삶았는데 넘나 맛있다. 고기만 썰어 냈더니 시간이 지나며 좀 마르는 것 같아 고기 삶은 물을 같이 담아냈더니 더 맛있는 느낌.  

 

초반엔 R 리외섹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고, 자연스럽게 레드 와인으로 넘어갔다.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동생 격 와인이다. 동생이긴 하지만 숙성 기간이 훨씬 짧고 싱싱한 과일 풍미가 중심이 되는 와인이므로 성격이 많이 다른 편이다. 그래도 부르넬로 명가들의 로쏘 디 몬탈치노는 상당한 가심비 와인인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카사노바 디 네리(Casanova di Neri)의 로쏘 디 몬탈치노.

 

Casanova di Neri, Pietradonice 2006 / 카사노바 디 네리 피에트라도니체 2006

피에트라도니체(Pietradonice). 수준급 브루넬로(Brunello di Montalcino) 생산자로 명성 높은 카사노바 디 네리가 2000년 빈티지부터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로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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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사노바 디 네리의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스타일 와인을 오랜만에 마셨는데 여전히 훌륭했다. 오래전에 그들의 브루넬로도 마신 적이 있는데, 메모조차 해 놓지 않아서 기억이 잘... 그럼에도 대단히 즐거웠던 인상은 남아 있다. 그들의 브루넬로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100점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각각 다른 빈티지였지만.

 

Casanova di Neri, Rosso di Montalcino 2018

초반엔 확연한,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적절한 농가 뉘앙스가 주도하는 느낌. 바이올렛 아로마와 허브 힌트, 붉은 베리 풍미 또한 확실히 뒤를 받치기 때문에 제법 복합적인 인상을 풍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뜻한 신맛과 함께 농가 뉘앙스보다는 영롱한 체리와 라즈베리, 붉은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도드라지기 시작하면서 중심이 과일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가볍고 부담 없는 로쏘 디 몬탈치노의 미덕을 갖추었으면서도 슬쩍 드러나는 복합적인 인상이 매력적인 와인. 2019빈은 좀 천천히 마시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라 스피네타의 랑게 네비올로는 벌써 세 번째 마시는데, 항상 흥에 겨워 생각 없이 마셔버리는 바람에 기록을 남기지 못하는 대표적인 와인 중 하나다-_-;; 이 녀석은 반드시 공들여 맛을 보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결국 또 마구 마시고 말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록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 2013 / 라 스피네타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 2013

한우 1+등급 업진살. 화르륵 좀 과하게 구웠어도, 식어도 맛있다♥ 질 좋은 쇠고기를 구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키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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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스피네타 또한 상당히 애정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 바롤로 캄페(Barolo Campe) 같은 건 비싸서 못 마셔도 피에몬테와 토스카나의 엔트리급들 또한 충분히 만족스러우니까. 최근 나의 소비 성향은 떠오르는 지역이나 와이너리의 상급 와인, 혹은 검증된 와이너리의 중하급 와인으로 가는 듯하다.

 

La Spinetta, Langhe Nebbiolo 2016 

앞에 마신 로쏘 디 몬탈치노보다 알코올 함량은 0.5% 낮은데도(14%) 구조가 더 단단하고 바디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향 또한 고혹적인 장미 꽃잎과 타르 같은 미네랄이 떠오르기보다는 가라앉으며, 붉은 과일 풍미 또한 좀 더 음성적인 느낌. 타닌 또한 더 많고 까칠하다.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닫혀 있는 느낌이다. 예전에 마셨을 때도 막 마시긴 했지만 향이 화사하게 피어나지 않고 좀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스피네타의 네비올로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숙성해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다른 DOC/DOCG의 엔트리급 와인들도 맛있긴 했지만 더 숙성한 후에 마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와이너리의 모던한 인상과는 별개로 숙성 잠재력이 빼어난 스타일을 추구하는 듯.

 

스위트 와인 전문 생산자의 드라이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막내 동생, 바롤로/바르바레스코의 배다른 동생... 다들 각 생산자의 서자급 와인들이지만 그 퀄리티만큼은 충분히 훌륭하다. 적당한 음식과 좋은 분위기에서 마신다면 멋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와인들.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면 합리적인 와인들을 찾아야지ㅋㅋㅋㅋ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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