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정오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로다이(Lodi) 와인 세미나.
이제 줌으로 세미나 및 회의에 참석하는 게 제법 익숙하다. 코로나 19로 해외 방문이 어려운 와인 생산자 및 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와인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로다이는 캘리포니아 북동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와인 산지다. 나파(Napa), 소노마(Sonoma) 등 유명 와인 산지에 가려져 있지만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토양 덕에 포도 재배에 매우 적절하다.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산호아킨 강과 새크라멘토 강이 만나는 산호아킨/새크라멘토 델타(San Joaquin/Sacramento Delta)를 지나 로다이까지 넘어오기 때문에 포도 재배에 알맞은 온화한 기온이 된다. 밤이 되면 기온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지는데, 덕분에 생리적으로는 완숙하면서도 타닌과 신맛이 살아 있는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옛날부터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루이 마티니(Louis Martini), 갤로(Gallo) 등 대규모 와인 브랜드들이 로다이의 포도를 선호했다.
좋은 환경 덕인지 로다이의 포도 재배 전통은 150여 년에 이른다. 19세기 중반 이탈리아와 독일 이민자들이 양조용 포도 품종(Vitis Vinifera)을 들여와 시작된 와인 양조는 20세기 초 금주법 시대에도 꺾이지 않았다. 근처를 지나던 철도를 이용해 '합법적인 가정용 와인 양조자들(legal home winemakers)'에게 포도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후 일반 대중 와인용 포도 공급지로, 스위트 와인과 진판델 와인으로 포도 재배 면적을 넓혀 가던 로다이는 1986년 AVA(America Viticultural Area)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2005년에는 7개의 서브 AVA가 지정되었다. 2005년에는 로다이 룰(LODI RULES)이라는 제도 또한 도입되었다. 포도밭을 둘러싼 환경 보호와 지역 사회 공헌 등을 골자로 하는 지속 가능 농법 프로그램(sustainable winegrowing Program)인데, 캘리포니아 최초의 제삼자 인증(3rd-party certified) 프로그램이다.
로다이의 토양은 시에라 네바다에서 흘러오는 모켈럼니 강(Mokelumne River)과 코섬니스 강(Cosumnes River)의 수 천 년 동일 실어 온 화강암 성분 미네랄이 풍부한 고운 모래질 양토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척박한 동쪽 경계 지역에도 포도밭이 늘어나고 있다. 북쪽에는 배수가 좋은 자갈 토양, 남쪽에는 묵직한 점토질 토양이 많은데 둘 모두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7개의 서브 AVA는 코섬니스 리버(Cosumnes River AVA), 모켈럼니 리버(Mokelumne River AVA)를 비롯해 알타 메사(Alta Mesa AVA), 보던 랜치(Borden Ranch AVA), 클레멘츠 힐즈(Clements Hills AVA), 얀트(Jahant AVA), 슬로하우스(Sloughhouse AVA) 등인데, 아직은 서브 AVA 보다는 메인 AVA인 로다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실제 세미나의 주체였던 6개의 와이너리들도 서브 AVA를 표기할 수 있음에도 로다이 AVA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로다이에는 90여 개의 와이너리, 800개의 재배자, 45,000 ha의 포도밭이 있다.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품종 또한 75종 이상으로 다양한데, 이는 캘리포니아의 어떤 지역보다도 많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진판델(Zinfandel), 메를로(Merlot), 샤르도네(Chardonnay) 등 메인 품종들 외에도 알바리뇨(Albarino), 템프라니요(Tempranillo), 베르델호(Verdelho), 산지오베제(Sangiovese), 비오니에(Viognier), 카리냥(Carignan), 쁘띠 시라(Petit Sirah), 시라(Syrah) 등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들여온 다양한 품종들을 재배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유명한 것은 이날 세미나 주제이기도 했던 올드 바인 진판델(old vine Zinfandel).
앞서 얘기했듯이 로다이의 포도 재배 전통은 제법 긴 편으로 가족이 여러 대를 이어 포도를 재배하는 경우도 많다. 20세기 중후반까지는 재배한 포도를 대기업 등에 넘기는 형태가 많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직접 양조를 하는 생산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조부모, 부모 세대가 재배하던 올드 바인으로 양조자가 된 자녀들이 빼어난 와인을 만들고 있는 것. 그 중심에 바로 진판델이 있다.
로다이 진판델은 100년이 넘는 것도 종종 보일 정도로 오래된 것이 많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일반 캘리포니아 와인' 레이블을 단 저렴한 테이블 와인의 원료로 팔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날 세미나의 진행자 중 한 명이었던 로다이 와인 커미션(Lodi Wine commission)의 스튜어트 스펜서(Stuart Spencer)는 '올드 바인이 식재된 포도밭을 그 잠재력을 표현하고 싶은 양조자와 연결시켜 주는 것이 큰 숙제'라고 언급했을 정도. 이런 포도가 훌륭한 양조자를 만나 훌륭한 와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진정한 와인 애호가가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일일 것이다.
세미나의 주축이었던 여섯 와이너리의 올드 바인 진판델 와인 테이스팅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로다이 와인 협회 덕분에 로다이 와인에 대해 개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정말 고마웠다. 다음엔 미국 현지에서 볼 수 있기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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