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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그리스 서부 PDO와 PGI 와인 마스터 클래스(Masterclass : the PDO and PGI wines of Western Greec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17.

 2021 서(西) 그리스 PDO/PGI 마스터 클래스(the PDO and PGI wines of Western Greece 2021). 그리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콘스탄티노스 라자라키스(Konstantinos Lazarakis) 씨가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화면 왼쪽 아래가 라자라키스 MW다. 2016년 그리스 와인 데이 프레스 디너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정말 유쾌한 분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아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와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지 못하는 걸 정말 아쉬워했다. 상황이 진정되면 꼭 가족과 함께 방문하고 싶다고. 그리스에 방문할 때 SNS로 그리스 맛집 물어보면 꼭 알려주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ㅋㅋㅋ

 

한국 쪽에서 통역과 진행을 맡아 주신 김상미 와인 작가님. WSET Diploma 보유자로 <그리스 와인 전문가 인증 교육 프로그램>도 수석으로 통과하셨고, 그리스 와인 투어도 두 번이나 다녀오셨다. 그야말로 그리스 와인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잘 아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미나를 위해 준비된 자료와 글라스들.

 

왼쪽의 얇은 브로셔는 서 그리스 와인의 포도 품종과 테루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 영문 자료다. 3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서 그리스 와인을 빠른 시간 내에 개괄하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마스터 클래스 자료는 특별한 내용 없이 시음 와인의 스펙만 제시되어 있었다.

 

함께 진행된 전시회처럼 마스터 클래스의 와인들도 모두 블라인드로 제공했기 때문. 와인에 집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와인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좀 아쉬웠다.

 

 

그리스 서부의 PDO와 PGI 와인 전시회(Exploring the PDO and PGI wines of Western Greece)

지난 7월 7일 열린 서 그리스 와인 전시회(Exploring the PDO and PGI wines of Western Greece). 그리스는 이탈리아만큼이나 유니크한 토착 품종이 많고, 생산하는 와인의 스타일 또한 다양한 나라다...

wineys.tistory.com

전시회 스케치와 시음한 와인에 대한 내용은 별도 포스팅으로 정리했다.

 

와인21 최성순 대표님의 인사말에 이어 그리스 대사관 경제 상무 참사관 콘스탄티노스 디카로스(Konstantinos Dikaros) 씨의 개회사로 세미나가 시작됐다.

 

서 그리스를 구성하는 아하이아(Achaia), 일리아(Ilia) 모두 생소한 지역. 솔직히 그리스 와인을 공부할 때도 그렇게 집중했던 지역은 아니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지리적 보호 명칭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스에도 주요 와인 생산국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와인법 기준으로 산지를 보호하는 명칭들이 존재한다. PDO(Protected Designations of Origin)와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s)인데,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PDO는 DOC/DOCG, PGI는 IGT와 비슷한 개념이다. 

라자라키스 MW는 PDO는 수백 년 동안 만든 전통을 지키는 지역, PGI는 새로운 품종을 사용하거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규정들이 그리스 와인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하이아와 일리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부에 있다. 지도에서 더 서쪽에 치우친 붉은색이 일리아, 북쪽의 핑크색이 아하이아다. 참고로 일리아에 둘러싸인 더 진한 빨강은 레트리니(Letrini) PGI, 아하이아에 둘러싸인 빨강은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Slopes of Aigialia) PGI다.

 

좀 더 잘 보이게 브로셔에 있는 같은 지도 사진을 찍었다. 더 선명한 지도 이미지를 구하려고 서 그리스 와인 홈페이지(winesofwesterngreece.com/)에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공사중이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서 그리스'라고 하면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서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와인에 있어서 '서 그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부의 아하이아와 일리아만을 의미한다. 

 

출처: winefolly.com

위 지도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리스 윗부분의 본토를 제외하고 아래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부에 있는 '파트라(Patra)' 부근과 그 서쪽만 '와인 생산지로서의 서 그리스 개념'에 포함된다는 것.  

 

아하이아와 일리아 와인 통계. 그리스 와인 자체가 생산량이 적은 편인데 일리아와 아하이아는 생산량이 더 적다.

일리아의 포도밭 면적은 2,300ha, 아하이아는 2,992ha에 불과하다. 부르고뉴(Bourgogne)의 포도밭 면적이 30,000 ha에 육박하고, 리베라 델 두에로 같은 경우는 와이너리 하나가 2,000 ha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니 서 그리스의 포도밭 규모는 귀여운 수준이다. 생산자 수도 두 지역을 합쳐 100개도 되지 않는다.

라자라키스 MW는 '와이너리 하나하나가 부티크 와이너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보르도의 그랑 크뤼 1등급(Premier Gran Cru Classe)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Rothschild)와 비교했는데, '라피트가 비싸고 좋은 와인인 건 맞지만 희귀한 와인은 아니다. 정말 귀하고 찾기 어려운 와인은 아하이아와 일리아 와인'이라는 것. 소믈리에가 이 지역의 와인을 소개하려면 그만큼 이해도가 높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부러 참석자를 격동시키려는 의도도 조금은 있는 듯^^;;

참고로, 그리스 와인은 전반적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경향을 띄기 때문에 매스 마켓 용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소수의 애호가와 마니아들을 위한 개성적인 와인에 가깝다는 것. 호기심 많은 전문인과 애호가들에게 그리스 와인을 알리기 위해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하이아와 일리아 와인은 수백 년 전부터 발전해 온 역사와 전통의 와인이라는 것. 그리스 신화에서까지 여러 번 언급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와인이 아니다.

 

서 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품종은 로디티스(Roditis)다. 그리스 전체로 따져도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품종으로, 아하이아 포도의 60%, 일리아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PDO 파트라(Patra)의 드라이 와인은 100% 로디티스를 사용해야 한다. 위 슬라이드에서 설명하는 대로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화이트 머스캇(White Muscat)은 뮈스카 블랑 아 프티 그랭(Muscat Blanc à Petits Grains)과 같은 품종이다. 주로 달콤한  PDO 머스캇 오브 파트라(Muscat of Patra), 머스캇 오브 리오 파트라(Muscat of Rio Patra)를 만드는 데 쓰인다. 만드는 방식은 주로 주정 강화인데, 주정을 첨가하지 않고 햇빛에 포도를 말리는 방식으로도 생산한다. 최근에는 드라이 스타일로도 생산하는 추세라고.

 

마브로다프네(Mavrodaphni)는 서 그리스 지역의 스타 레드 품종이다. 전통적으로 달콤한 포트 스타일의 주정 강화 와인인 PDO 마브로다프네 오브 파트라(Mavrodaphni of Patra)를 만드는 데 사용하던 품종인데, 최근에는 고품질의 드라이 레드 와인도 많이 생산하는 추세다. 이름의 의미가 검은(Mavro) 월계수(Daphni)라는 뜻인데, 실제로 월계수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시데리티스(Sideritis)는 두꺼운 분홍색 껍질을 가진 품종인데, 그리스 어로 '철'이라는 뜻이라고. 아하이아의 토착 품종으로 재배지가 넓지 않아 매우 귀하다고. 현재 사용하는 생산자는 10여 개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블랙 오브 칼라브리타(Black of Kalavryta) 혹은 마브로 칼라브리티노(Mavro Kalavritino) 또한 거의 멸종 직전에 부활한 레드 품종이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재배하지 않던 품종.

 

아브구스티아티스(Avgoustiatis) 역시 일리아 서부 해안에서 발견된 토착 레드 품종이다. 일리아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는 4-5개에 불과하다고.

 

이외에도 다양한 토착 품종들이 있다. 아씨르티코(Assyrtiko)나 말라구지아(Malagousia),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 등 익숙한 것도 있지만 생소한 게 대부분. 그나마 이번 전시회와 세미나 덕분에 익숙해진 품종들이 몇 개 더 생겼다. 더욱 대단한 건 지금도 계속 새로운 품종, 잊혀진 품종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산토리니의 토착 품종이자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인 아씨르티코의 경우, 산토리니에서는 알코올 함량과 산미가 높고 미네랄 또한 강한 스타일로 만들어지지만, 서 그리스에서 만드는 아씨르티코는 신맛과 알코올이 조금 누그러져 낮고 좀 더 소프트한 스타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토착 품종 외에도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 리슬링(Riesling), 비오니에(Viognier),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시라(Syrah) 등 다양한 국제 품종을 재배한다. 토착 품종이 많은데도 국제 품종을 도입해 와인을 만드는 이유는 토착 품종이 생소한 소비자들에게도 그리스 와인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스 와인과 친근해지는 일종의 브리지를 만드는 셈.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또한 전통과 혁신이 공존한다. 전통적인 와이너리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와이너리가 뒤섞여 있으며,
암포라와 오크통,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가 함께 숙성 용기로 쓰인다.

 

세부 산지로 들어가서, 먼저 아하이아(Achaia). 위 지도에 표시된 지역이다. 

 

윗부분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의 습기가 비구름을 만든다. 특히 왼쪽의 이오니아 해에서 오른쪽의 코린트만 방향으로 병목처럼 좁은 해협이 있어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 아래쪽으로는 산악지역으로 여러 토양과 복잡한 지형적 요소들이 다양한 미세 기후들을 형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 

 

아하이아 중간의 PGI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Slopes of Aigialia)는 코린트 만과 인접한 고지대에 포도밭이 조성돼 있어 공기의 흐름이 좋아 질병 예방에 유리하다. 특히 북향 경사면에 조성된 포도밭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포도 재배지는 북향을 선호하지 않지만, 더운 지역의 경우 포도의 과숙을 북향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반드시 일교차가 커야 한다. 그 이유는 포도나무가 밤에 푹 쉬어야 낮에 광합성을 잘할 수 있는데, 밤에도 온도가 높으면 낮에는 훨씬 더 강한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는 일교차가 큰 데다 바닷물에 비치는 태양광 덕분에 포도가 잘 익고, 바람도 센 편이라 신맛도 잘 유지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얼마 없는 독특한 테루아라고. 

 

아하이아의 PDO와 PGI 리스트.

  • PDO : PAtra, Muscat of Patra, Muscat of Rio Patra, Mavrodaphni of Patra
  • PGI : Achaia, Slopes of Aigialia

 

PDO 파트라는 로디티스 품종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다.

 

PDO 무스캇 오브 파트라는 뮈스카 품종으로 만드는 주정 강화 스위트, 혹은 말린 뮈스카를 사용해 만드는 스위트 와인이다. 만드는 방식에 따라 표기에 차이가 있다. 주정 강화는 알코올 15% 이상, 말린 포도 사용은 알코올 9% 이상이어야 한다.

  • 뱅 두 리큐어(Vin Doux Liqueur/VDL) : 알코올 발효 전 포도즙에 주정 강화
  •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VDN) : 알코올 발효 첫 단계 이후 주정 강화
  •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 Grand Cru) : 수확량이 매우 적은 고지대에 위치한 특별한 포도밭
  • 뱅 나튀렐망 두(Vin Naturellement Doux) : 햇빛에 말린 포도로 만든 천연 스위트 와인

PDO 무스캇 오브 리오 파트라는 리오 부근 지역으로, 무스캇 오브 리오 파트라와 생산 규정은 같다.

 

PDO 마브로다프네 오브 파트라는 주정 강화 스위트 레드 와인으로 유럽에서 명성이 높다. 마브로다프네를 51% 이상 사용해야 하며, 나무통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숙성 기간에 따라 리저브(Reserve, 3년), 비에이으 리저브(Vieille Reserve, 최소 5년), 그랑 리저브(Grand Reserve, 최소 7년) 등을 표시할 수 있다.

 

PGI 아하이아는 아하이아 전체를 커버하는 광역 PGI이고, PGI 슬로프스 오브 애기알리아는 코린트 만 남쪽에 있다.

 

일리아(Ilia)는 아하이하 서쪽 해안에 면해 위아래로 길게 뻗은 지역이다. 

 

이오니아 해 영향을 크게 받아 습하고 안개가 많이 생긴다. 아하이아와 마찬가지로 산악지형 역시 많은데, 포도밭은 주로 낮은 지역에 조성돼 있다. 

 

아마도 이렇게 평지에 많이 조성돼 있다는 이미지 샷일 듯. 

 

일리아는 PDO는 없고 두 개의 PGI만 있다. 아마도 비교적 최근에 와인 양조를 시작한 지역으로 보인다. PGI 레트리노이는 특별함을 추구하는 작은 PGI로 상당히 희소하다고.

 

지역과 품종에 대해 개괄한 후 12종의 와인 테이스팅. 어설프게 테이스팅 노트를 남기는 것보다는 빠르게 설명하는 라자라키스 MW의 설명을 듣는 데 집중했다.  

dry white 2020 / PDO Patra(Achaia)

옅은 그리니 컬러. 싱그러운 청포도, 라임 풍미. 신맛이 좋고 짭조름한 뉘앙스가 감도는 게 가볍고 신선하다. 약간의 '자연스러운'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리스는 더운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며, 서 그리스는 특히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또한 쿨, 핫 클라이밋을 구분하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품종과 연관 지어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북부 론(Rhone) 지방의 코트 로티(Cote Rotie)는 따뜻한 기후에 가깝지만 그르나슈(Grenache) 품종에게는 서늘한 기후일 수 있다.

이 와인은 해발 1,100m까지 고도가 올라가는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매우 프레시하고 입맛 당기는 타입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와인으로 느낄 수도 있을 듯. 내추럴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지만 펑키한 타입은 아니다.

로디티스는 클론, 재배지, 양조방식 등에 따라 스타일이 다양해 어떤 국제 품종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어떤 와인은 리슬링과, 또 다른 와인은 비오니에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고. 

 

dry white 2020 / PGI Slopes of Aigialia(Achaia)

어린 와인이지만 오묘하게도 약간의 숙성 뉘앙스가 느껴지며, 쌉싸름한 피니시와 함께 신맛이 좀 더 원만하게 느껴졌다.

1번 와인과 완전히 다른 프로파일을 지닌 와인으로, 해발 700m의 좀 더 낮은 고도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했다. ph는 같은데 1번보다 산의 총량이 더 적어 덜 날카로우며, 더 프레시한 타입니다.  

 

dry white 2020 / PGI Achaia(Achaia)

달콤한 열대 과일 풍미와 함께 익힌 야채 같은 구수한 뉘앙스, 향긋한 플로럴 티 아로마가 곁들여진다. 나이스한 산미와 깔끔한 여운 또한 인상적.

알코올 12%로 음식 친화적인 와인의 전형이다. 라자라키스 MW는 '알코올 14도가 넘는다면 쭉쭉 마시기 어려운 와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으로 낮은 도수는 그리스 와인의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말라구지아 품종은 1990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품종이었다. 하지만 부활한 이후 모두가 이 품종을 사랑해 현재는 120개 이상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dry white 2020 / PGI Ilia(Ilia)

시간에 쫓겨 테이스팅 노트를 제대로 적지 못했는데, 상당히 애매한(?) 인상이었다.

티낙토로고스(Tinaktorogos)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품종 중 하나다. 출시된 와인 자체라 2-3종 밖에 없다고. 일리아의 포도밭은 일반적으로 아하이하에 비해 고도가 낮은 편인데도 산미가 좋은 편이라고. 이 와인만 봐도 ph가 상당히 낮고 총 산량은 리슬링 이상이라고 한다. 

 

dry rose 2019 / PGI Ilia(Ilia)

익힌 베리, 치즈 뉘앙스, 약간의 토양 힌트. 산미는 매우 강한 편이지만 풍미는 무난한 로제.

다양한 희귀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 로제인데, 낮은 고도의 포도밭에서 만들었지만 제법 상큼한 타입이다. 역시 '푸드 프렌들리'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스스로가 잘난 와인이라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할 때 즐거운 와인이라는 것.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와인 품질이 아직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싶다.

 

dry orange 2020 / PGI Achaia(Achaia)

오렌지 컬러에 이국적인 과일 풍미가 느껴진다. 약간의 환원취와 흙 뉘앙스, 수렴성이 강한 편이다.

로디티스로 양조한 오렌지 와인인데, 역시나 로디티스의 다양한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일 침용 및 숙성을 암포라에서 진행했다. 라자라키스 MW는 '그리스도 오렌지 와인 전통 있다'며 최근에 뉴 트렌드로 받아들여지지만, 그리스에서는 수백 년을 이어 온 트렌드라고 밝혔다. 이 와인 또한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타닌의 구조감과 신맛이 잘 살아있고, 알코올은 낮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dry red 2020 / PGI Slopes of Aigialia(Achaia)

영롱한 바이올렛 퍼플 컬러. 검붉은 베리 풍미가 가볍게 드러나며 , 날렵한 바디에 적은 타닌, 명확한 신맛. 알싸한 미네랄이 스친 후 구운 고기 같은 힌트가 스친다. 상당히 개성적인 레드 와인.

메를로 60%, 시라 40% 블렌딩으로 비교적 높은 해발 650m에서 재배했다.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고 양조 중 모든 단계에서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았다. '토착 품종이 많은 그리스에서 굳이 국제 품종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와인 전문가나 마니아적인 애호가가 아니라면 국제 품종을 원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한다. 심지어 그리스 안에서조차 일반인은 토착 품종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물며 외국인들의 경우는 그리스 토착 품종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국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그리스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 위 와인도 국제 품종으로 만들었지만, 그리스 와인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니까.

 

dry red 2016 / PGI Ilia(Ilia)

가벼운 토양 뉘앙스, 정향, 시나몬 캔디, 그리고 적당한 과일 풍미.

희귀한 아브구스티아티스 품종으로 양조한 레드 와인이다. 테이스팅 리스트의 와인 중 알코올이 높은 편인데도 13.5% 밖에 되지 않는다. 라자라키스 MW는 '호주 등 신세계 와인이라면 14.5%는 기본으로 넘는 경우가 많고, 풍미 또한 지나치게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며, '와인이 너무 부드럽다면 음식 친화적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신선하고 경쾌해야 음식과 더 잘 어울린다는 것. 5년 수령의 어린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는데도 과일 풍미, 신맛, 타닌의 드라이한 인상과 질감 모두 훌륭한 와인이라고.

 

dry red 2017 / PGI Achaia(Achaia)

완숙한 딸기와 붉은 베리, 자두, 시나몬 캔디, 정향, 월계수 등 오묘한 허브. 밸런스와 구조감 모두 매우 뛰어나며 여운 또한 길다.

마브로다프네 품종으로 만든 드라이 와인이다. 라자라키스 MW는 '모든 그리스는 다양한 토양, 지형, 기후, 품종 등을 기반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혁신 중'이라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에 위대한 와인이 탄생할 잠재력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와인이 바로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원래 마브로다프네는 완숙 시 높은 알코올을 지녀 주정 강화 스위트 와인의 재료로 적절하지만, 추세에 맞게 드라이하게 양조했더니 대단히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신맛이 경쾌하고 타닌은 탄탄하며, 향과 풍미가 좋은 와인이다. 생산량은 2천 병 밖에 되지 않으며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마브로다프네가 스위트 와인으로는 토카이(Tokaj) 급으로 유명한 탓에 마브로다프네로 만든 드라이 레드 와인은 PDO가 되지 못하는데, 이는 규정이 와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10번 같은 와인이라고 한다.

 

dry red 2014 / PGI Achaia(Achaia)

검붉은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났다가 사그라들며, 엄청난 신맛과 촘촘한 타닌, 드라이한 미감이 지배한다.

해발 800m에서 재배한 마브로다프네 60%, 마브로 칼라브리티노 40%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타닌이 강한 편이며, 칼라브리티노 품종 특유의 검은 과일 풍미가 뎁스 있게 드러난다. 7년 동안 아름답게 숙성 중인 와인으로, 아직 추가 숙성 여력이 충분하다고.

 

sweet fortified red 1979 / PDO Mavrodaphni of Patra(Achaia)

완연한 토니 컬러. 잘 익힌 조청 같은 인상. 말린 살구, 열대 과일 풍미에 너티한 뉘앙스와 은은한 우디함이 더해진다. 아련한 단맛과 어우러지는 생생한 신맛과 오렌지 같은 싱그러움은 아직 어린 느낌을 줄 정도. 상당히 잘 만든, 추가 숙성 여력이 충분한 주정 강화 와인이다.

오크 숙성 기간만 35년인 1979년 빈티지의 주정 강화 와인. 라자라키스 MW의 설명으로는 이 와인도 젊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신맛과 타닌의 여운이 달콤함 속에 숨어 있어 디저트뿐만 아니라 짭짤한 음식이나 메인 디시와도 잘 맞는다고. 에스프레소에 살짝 섞어 마셔도 좋은데 시간 상 불가능해서 아쉽다고. (진짜 아쉬워 보였음 ㅋㅋㅋㅋ)

 

naturally sweet white 2017 / PDO Muscat of Rio Patra(Achaia)

전시회에서 시음한 마지막 와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꿀 같은 질감이 역시나 매력적.

뮈스카 오브 파트라와 뮈스카 오브 리오 파트라는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지만, 일반적으로 뮈스카 오브 리오 파트라가 꽃향이 많고 섬세하고 우하하며 덜 달다. 도시 리오(Rio)가 해안과 가까워 서늘한 영향을 더 받기 때문이라고. 이 와인은 말린 머스캣으로 만들어 향의 집중도가 탁월하며, 12도의 낮은 알코올이 특징이다. 매우 달지만 질척이지 않고 산뜻한 느낌. 말린 뮈스카를 오크에 숙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순수한 과일 풍미가 잘 드러난다.

라자라키스 MW는 '그리스 외의 뮈스카는 좀 질척한 느낌이 있는 편'이라면서 '그리스 뮈스카는 산뜻한 편이라 다른 나라 뮈스카를 마신 고객이 그리스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주정 강화 방식의 뮈스카에서 튀는 알코올 느낌만 잘 제어한다면 라자라키스 MW의 말 대로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콘스탄티노스 라자라키스 MW는 마스터클래스를 마치며 '그리스 와인은 생산량이 적어 니치 마켓 상품 같은 성향이 있다'며서 '소비자가 먼저 그리스 와인을 찾는 경우는 솔직히 드물' 것이라고 언급했다. 찐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와인이지 메인 스트림을 주름잡는 와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소믈리에와 와인 판매상의 입장에서는 그리스 와인이 조예가 깊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누구나 아는 보르도, 나파 와인보다는 레어한 지역과 품종의 그리스 와인을 권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는 것. 특히 그리스 와인은 음식 친화적인 와인이므로 더욱 그렇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스 와인은 기승전 푸드 프렌들리다 ㅋㅋㅋㅋ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밀도 높고 유익한 세미나였다. 그리고 이 세미나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다시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래도 그리스 서부 와인을 만날 때마다 두고두고 다시 볼 만한 내용과 자료라 뿌듯하다. 

 

20210707 @ 그리스 서부의 PDO/PGI 와인 마스터 클래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더보기

덧>

 

끝나고 나니 배가 고팠는데, 센스 있게 샌드위치 팩을 준비해 준 와인21에 감사를.

내용물도 매우 충실하다. 식후를 위한 디저트와,

 

프로슈토를 곁들인 샐러드, 연어, 햄 치즈 샌드위치, 오렌지 주스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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