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로다이 와인 웨비나를 들으며 시음용으로 받았던 와인을 이제야 테이스팅 하게 되었다. 1년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와인21 기자님들과 함께 테이스팅 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자리였음.
로다이 와인 웨비나 내용은 위 포스팅 참고. 그런데 발음이 '로다이'일까 '로디'일까? 한국에서는 로디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단 구글 검색 결과는 로다이에 가까운 것 같다.
고깃집에서 시음을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바이어스가 생겼을 수는 있지만, 외려 숯불구이 등 진한 육류 요리와의 페어링은 극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테이스팅도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그래도 마지막에는 좀 힘들더라;;;) 그래도 상황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Ironstone Vineyards, Ancient Vine Zinfandel Reserve “Rous Vineyard” 2018 Lodi
잘 익은 블랙베리, 프룬 같은 검은 과일 풍미에 감초 같은 약재, 시나몬, 정향 같은 복합적인 스파이스, 시원한 민트 허브가 더해진다. 알코올이 14.5%라서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과하지 않으며 바디 또한 묵직하지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타닌과 달콤한 캐러멜, 향긋한 바닐라 오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세련된 인상을 남기는 와인.
아이언스톤이라는 생산자도, 미국 진판델이라는 품종도 괄목상대하게 만드는 와인이다. 테이스팅을 하면서 들은 이야긴데, 아이언스톤이라는 이름은 와이너리를 처음 세울 때 포도밭 바닥에 있던 암석층을 깨야 하는데 너무나 안 깨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루 빈야드(Rous vineyards)는 모켈럼니 리버(Mokelumne River) sub-AVA에 있는 4 ha 크기의 포도밭이다. 1909년 식재되었으니 2018년 빈티지를 만들 당시엔 109년 수령의 올드 바인이었던 셈. 모래질과 모래질 양토(sandy loam) 아래로 깊이 뿌리를 박고 이리저리 배배 꼬이게 자란 굵은 포도나무에서는 ha 당 1톤의 극히 적은 양만 수확해 풍미의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1994년 아이언스톤에서 이 포도밭을 구입한 후 물방울 관개(drip irrigation)를 도입하고 태양열 패널을 도입하는 등 포도밭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했다. 현재 해충 퇴치는 도마뱀과 거미 등 천적을 이용하고 있다고.
9월 초 완숙한 포도를 손으로 선별 수확한 후 스몰 로터리 발효조(small rotary fermenter)에서 발효한 다음 추가 침용을 거친다. 이후 압착한 포도즙을 작은 프렌치 오크 배럴에 담아 섭씨 15.5도를 유지하는 지하 저장소에서 10개월 숙성한다.
2018년은 아주 온화하고 큰 문제도 없었던 일반적인 빈티지라고.
Michael David Winery, Freakshow Zinfandel 2018 Lodi
코에서는 향긋한 블루베리 아로마가 풍기는데 입에 넣으면 생각보다 깔깔한 타닌에 살짝 놀랐다. 입에 넣으면 쌍화탕이 연상될 정도로 감초, 두충 같은 약재 향이 강하게 드러나다가 이후에는 캐러멜과 커피 등의 향으로 변해간다. 쌍화 커피? 후추를 두껍게 쳐서 구운 바비큐, 잼 같은 과일, 달콤한 사탕, 중국 향신료, 화한 허브 등 다양한 향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정말 프릭쇼처럼 오묘한 와인.
프릭쇼(freakshow)는 와인의 레이블처럼 기상천외한 것을 보여주는 쇼인데, 로다이 진판델의 부드러우면서도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이 와인을 출시했다고 한다. 진판델 86% 외에 쁘띠 시라(Petit Sirah) 8%,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6%를 블렌딩했다. 12개월의 오크 숙성을 거쳤는데 75%는 아메리칸 배럴, 25%는 프렌치 배럴을 사용했다.
Mettler Family Vineyards, Epicenter Old Vine Zinfandel 2018 Lodi
복분자가 연상되는 검붉은 베리 향기에 톡 쏘는 스파이스와 감초가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타닌과 산미의 구조감이 좋고 동글동글한 바디 또한 풍만하다. earthy 힌트에 토스티 뉘앙스, 피니시에서는 초콜릿 같은 여운이 매력적으로 남는다. 각이 잘 잡힌 단정한 진판델. 14.7%이라는 알코올이 부담스럽지 않다.
에피센터(epicenter)는 '진원지'라는 의미로, 로다이에서 100년 동안 6대를 이어 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이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 역시 모켈럼니 리버 sub-AVA에 있으며, 모래질 양토 위에 식재된 평균 50년 수령의 올드 바인이다. 100년에 비해서는 어려 보이지만, 내 나이보다 많다;;; 정확한 양조 방법은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프렌치 오크에서 수개월 이상 숙성하는 듯.
Oak Farm Vineyards, Mohr-Fry Ranches Block 417 Zinfandel 2018 Lodi
향긋한 꽃내음이 살짝 감도는 가 싶더니, 체리, 블랙커런트 등의 검붉은 베리, 감초, 민트, 스모키 미네랄이 겹겹이 벗겨져 나오기 시작한다. 입에 넣으면 달콤한 완숙 과일 풍미가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과하지 않게 드러난다. 15.5%라는 아마로네에서나 볼 법한 알코올 함량이지만 밸런스가 좋아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화려한 레이블이 부끄럽지 않은 품질.
모스 앤드 프라이스(Mohrs and Frys)의 역사는 1955년 두 가문의 자녀가 결혼하면서 시작된다. 모스 가문은 1855년 할아버지 때부터 다양한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두 가문의 결혼 후에도 계속 세를 확장했다고. 1965년 바로 위에 언급한 메틀러(Mettler) 가문으로부터 Block 417 빈야드를 구입하고, 현재는 5대째인 브루스 프라이(Bruce fry)가 이 밭과 함께 수십 ha의 포도밭에서 12개 품종을 이용해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 포도 재배자 협회로부터 올해의 재배자(Grower of the Year)로 선정되었다고.
블록 417은 1945년 모래질 양토 위에 식재된 포도밭으로 2005년 로다이 룰에 따라 최초로 인증된 포도밭이다. 히스토릭 빈야드 인증도 받았다. 역시 모켈럼니 리버 sub-AVA에 있으며, 6 ha의 크기에 자기 뿌리를 가진 총 6,472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생산량은 1 ha 당 1.4톤으로 매우 적다. 수확 전에 포도나무의 줄기와 잎사귀를 정리하여 포도의 풍미를 응축시킨다. 2018년에는 9월 17일에 손으로 수확했으며, 선별을 거쳐 줄기를 제거한 후 탱크에서 24시간 동안 저온 침용(cold soak)한다. 이후 효모를 첨가하여 주기적인 펌핑 오버와 함께 발효 및 침용한 후 프렌치 오크(20% new)에서 숙성한다.
Klinker Brick Winery, Old Ghost Old Vine Zinfandel 2017 Lodi
예상외로 바이올렛 같은 향긋한 꽃향기가 가장 먼저 반긴다. 이외에도 다양한 꽃과 허브가 섞인 느낌에 체리, 블랙베리, 블루베리, 커런트, 등 검붉은 과일 풍미가 상당히 밝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오미자, 석류 같은 작은 붉은 베리 풍미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은은한 타닌에 생생한 산미, 파워가 느껴지며 질감도 제법 두툼한 편이지만 jammy하게 들러붙지 않으며, 시나몬 캔디와 정향 등 스위트 스파이스가 매력적인 여운을 선사한다. 알코올이 15.9%라는 게 도대체 믿기지 않는 균형감 또한 놀랍다.
개인적인 1픽. 풍미는 물론 레이블도 아주 마음에 든다.
올드 고스트(Old Ghost)라는 이름은 겨울 포도밭을 뒤덮는 안개(Delta Tule Fog)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포도밭은 1916년 식재된 버니 메틀러 빈야드(Burney Mettler Vineyard)로 모두 자기 뿌리를 가진 올드 바인들이다. 드라이 파밍으로 경작하다가 1960년대 물방울 관개 장치를 설치했지만, 매우 건조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수확량은 1 ha 당 오직 0.4톤으로 극히 적다. sub-AVA는 여기도 모켈럼니 리버. 2017년은 평년보다 조금 더운 해였지만, 시원한 저녁 바람으로 밸런스를 맞췄고, 9-10월에는 서늘해져서 집중도 있는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포도는 손 수확해 부드럽게 줄기를 제거한 후 파쇄하여 바로 프렌치 & 아메리칸 오크 배럴에 넣어 14일 동안 침용 및 발효한다. 이는 양조의 이른 단계에서 오크를 접촉하여 미묘한 풍미를 더하고 산소에 노출시켜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이후 아름다운 컬러 등을 추출하기 위해 10일 정도 추가 침용한 다음 랙킹을 통해 효모 잔여물과 분리해 18개월 동안 오크(40% new) 숙성한다.
Langetwins winery and Vineyards, Centennial Zinfandel 2014 Lodi
18배럴만 만들었다는, 희소성에 대한 프리미엄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문구. 2014 빈티지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숙성된 진판델을 마시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검붉은 베리의 복합적인 풍미와 함께 은은한 믹스드 스파이스가 쭉 깔린다. 입에 넣으면 풍부하지만 둥글둥글한 타닌. 16%라는 어마어마한 알코올에 적당한 산미가 균형을 맞춘다. 강렬하게 잘 만든 진판델.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었다^^;;
포도밭은 루이스 빈야드(Lewis vineyard)로, 충적토양(alluvial soil)에 대목을 쓰지 않고 1903년 식재된 올드 바인들이다. 양조는 테루아를 반영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진행했으며(효모 첨가를 안 했다는 의미일 듯), 아메리칸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한다. 병입 년월이 2017년 6월 29일인 걸로 보아 양조 과정 중의 발효 및 침용도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한 듯.
2014년은 겨울은 비교적 온화하면서 건조했던 반면 봄에는 적절한 시기에 비가 내려 포도나무의 생육을 도왔다. 봄 이후로는 온화하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이례적으로 빠른 수확을 할 수 있었다고. 평년 수준의 생산량에 품질은 상당히 좋았다.
여섯 종의 로다이 진판델을 마셔 보니 각기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알코올 함량은 살짝 부담이지만, 그래도 그 알코올에 눌리지 않는 밸런스와 품질을 보여주었달까. 무엇보다 바비큐 등 진한 육류 요리와 곁들이기 정말 좋을 것 같다.
로다이 와인 협회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포스팅이 늦어서 죄송...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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