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사직동으로.
친구가 좀 늦는다 해서 근처 커피숍에서 아아 한 잔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숍 이름은 사직커피. 딱 적당한 이름이다. 커피 맛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카페의 분위기와 디테일은 마음에 들었다.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직터널도.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한적한 곳에 있기 때문인지 손님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 혼자 와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이었음. 가끔 어학원 마치고 여기 와서 커피 한 잔 하면 기분전환이 될 듯.
약속 장소는 사직커피에서 50m 정도 떨어진 사직터널 그집. 실내보다는 야외에 마련된 공간이 시원하니 좋았다.
한옥 스타일의 처마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교회 십자가.
교회 십자가와 어울리는 레이블...-_-;;
Domaine Marcel Deiss, Riquewihr 2018 Alsace / 도멘 마르셀 다이스 리크비르 2018 알자스
페트롤 같은 미네랄이 명확하게, 흰 꽃 향은 은은하게, 서양배와 보들보들한 육질의 잘 익은 살구 풍미, 복숭아 넥타, 그리고 튀지 않고 쫘악 깔리는 화한 허브 뉘앙스. 신맛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생생하게 드러난다. 얇은 규토질 토양(superficial siliceous weave)이 덮인 이회토(marl)에서 필드 블렌딩으로 재배한 피노 그리(Pinot Gris)와 리슬링(Riesling)으로 양조했다.
상당히 맛있었는데 완전한 드링킹 모드가 개방되어 메모는 뒷전이었.... 마르셀 다이스는 보일 때마다 사야 하는 와인이다.
안주로 나온 치즈 육포. 그냥 완제품을 박스로 주시는 저세상 스웩....ㅋㅋㅋㅋㅋㅋ
나름 이런 분위기도 가정적(?)이고 좋다.
이런 상황이니 음식 맛은 기대할 수준이 아님.
두 번째로 시킨 메뉴도 완제품미(?) 뿜뿜ㅋㅋㅋㅋ 이후에 시킨 파스타 등도 비슷... 하지만 위치빨과 공간의 분위기가 음식 맛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AltoLandon, Enblanco La Mancha / 알토란돈 엔블랑코 라만차
빈티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2018일 듯. 아세로라 같은 작은 붉은 베리 풍미와 향긋한 꽃과 꽃봉오리 같은 풋풋함, 괜찮은 신맛. 나쁘진 않은데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르나차 그리(Garnacha Gris)와 가르나차 블랑(Garnacha Blanc)을 반반씩 블렌딩해 껍질과 함께 암포라에서 발효 및 숙성했다. 이스트 첨가도, 이산화황 첨가도 하지 않은 내추럴 방식의 오렌지 와인. 하지만 즐거움이나 재미 측면에서는...
어딘가에서 사 오신다고 했었던 녹두전. 요거 맛있었다.
친구가 가져온 올리비에 르플레브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Olivier Leflaive, Bourgogne Pinot Noir)는 사진조차 못 찍었다;;; 물론 빈티지도 뭔지 모르... 진한 바이올렛 같은 꽃향기와 짙은 검은 체리, 자두, 감초, 약간의 농가 뉘앙스. 역시 좋은 피노 누아.
역시나 각일병으로는 와인이 모자라서... 한 병을 더 열었다. 파이크 로드 빈야드 피노 누아(Pike Road Vineyard, Pinot Noir 2017 Willamette Valley). 비티스에서 수입한 윌라멧 밸리 피노가 저렴한 가격에 이마트 장터에 풀렸길래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매했던 것인데, 이렇게 오픈할 운명이었던 것... ㅋㅋㅋㅋ
백 레이블을 보면 오리건(Oregon)에서 5대를 이어온 가문에서 언덕 경사면에서 재배한 40년 수령의 포도나무로 만든 것 같다. 바이올렛, 정향, 시나몬, 완숙한 레드 베리 풍미 등이 드러났던 것 같은데, 인상만 떠올려 보면 섬세하다기보다는 두툼한 쪽의 신세계 스타일의 피노였다. 마지막에 마셨기 때문에 다시 마셔 볼 필요는 있는...
사실 이 이후에 가게의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해 마셨다. 심지어 그 와인은 사진도, 기억도 없...-_-;;;; 셋이서 다섯 병이니 그럴 만도 하다. 5시부터 10시까지... 신나게 떠드느라 수다 해장한 듯. 만날 때마다 유쾌한 친구들이다.
20210525 @ 사직커피 & 사직동 그집 (사직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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