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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몬다비 가문에서 피노 누아로 만든 프리미엄 내추럴 와인, 레인(RAEN)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15.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 가문 중 하나인 몬다비(Mondavi).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는  캘리포니아를 세계 와인 지도에 올려놓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로, 상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단 와이너리는 현재 몬다비 가문의 소유가 아니다. 2004년, 로버트 몬다비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 거대 주류 기업 컨스틸레이션(Constellation)에 매각됐다. 하지만 로버트 몬다비의 자손들은 꾸준히 그들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레인(RAEN)은 'Research in Agriculture and Ecology Naturally'의 줄임말로, 로버트 몬다비의 손자 카를로(Carlo)와 단테(Dante)가 2013년 소노마 서쪽 해안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한 와이너리다. 최고급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 생산을 목표로 포도밭은 유기농, 비오디나미 등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관리하며, 양조 시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한다. 포도는 전부 손으로 수확해 포도밭에서 1차, 양조장에서 2차 선별을 거쳐 흠 없이 적절히 익은 고품질의 포도만을 사용한다. 줄기 제거 없이 송이 채로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며, 알코올 발효 후 12~15개월 정도 프렌치 오크(10% new)에서 숙성한다. 자연 친화적인 농법과 '자연스러운' 와인 양조를 추구하는 셈. 

그런데 왠지 로버트 몬다비와 '자연스러운 와인', 그리고 (오래전부터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왔음에도)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왠지 몬다비 가문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 그들의 대중적인 인기와 상업적인 성공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와 단테의 아버지 팀 몬다비(Tim Mondavi)는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고, '자연스러운' 방식 또한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론을 택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미국와인 탐구생활 5편 - 쏘 쿨~ 한 미국 와인!

캘리포니아에도 해안가를 따라 서늘한 기후를 드러내는 지역이 다수 존재한다. 태평양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안개가 땅의 열기를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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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의 근거지인 소노마 카운티(Sonoma Coast)는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가에 위치해 서늘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태평양의 차가운 공기가 유입돼 오전과 늦은 오후 시간대에 자욱하게 안개가 깔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포트-로스 씨뷰(Fort-Ross Seaview AVA)를 비롯해 좀 더 북쪽 해안에 가까운 지역들 또한 소노마 코스트에서 가장 서늘한 지역으로 손꼽히며 뛰어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산지로 명성이 높다.

 

국내에 출시된 와인은 3종. 권장 소비자가 2-30만 원대의 고가 와인들이다. 실 판매가 역시 10만 원대 중후반 - 20만 원대 일 듯. 가격을 떠나 생산량, 수입량 모두 많지 않아 구하기 쉽지 않은 와인을 것 같다.

  • Raen, Sonoma Coast Royal St. Robert Cuvee 2018
  • Raen, Fort Ross-Seaview Sea Field 2018
  • Raen, Freestone Occidental Bodega 2018

 

Raen, Sonoma Coast Royal St. Robert Cuvée 2018 / 레인 소노마 코스트 로얄 세인트 로버트 뀌베 

오픈 후 30분 이상 지난 상태에서 마셨는데, 딸기와 체리 등의 붉은 베리 향과 농가 뉘앙스가 어우러져 아주 오래전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서 느꼈던 친근한 인상이 떠올랐다. 약간의 환원취가 남아있었는데, 스월링 해 날리고 나면 좀 더 명확한 과일 풍미가 드러나며, 구운 고기 같은 뉘앙스가 가볍게 느껴진다. 드라이한 미감에 산미는 적당하지만 생각보다는 살짝 낮았다. '자연스러운' 인상의 와인에 익숙하다면 전반적으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의 피노 누아.

로열 세인트 로버트(Royal St. Robert) 포도밭4 ha 규모로 해발 200m에 있다. 여름이면 아침 안개가 꼈다가 오전 늦게 사라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골드리지 모래 양토와 프란시스칸 사암 토양에서 칼레라, 포마르, 828(퀘일스 게이트 Quail’s Gate 가 독점 공급하는 깊이와 복합성이 뛰어난 클론), 브이알 1(PN-VR 1), 디종 7667 클론 등을 재배하고 있다.

 

Raen, Fort Ross-Seaview Sea Field 2018 / 레인 포트 로스 씨뷰 씨 필드 2018

영롱한 딸기와 붉은 체리, 아세로라 등 작은 붉은 베리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즉각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화한 허브와 꽃향기가 가볍게 드러나며 과일 풍미화 조화를 이룬다. 향기와 어울리는 날카로운 산미 또한 인상적. 그런데 과일 코어는 살짝 빈 듯한 느낌이라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피노 누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향과 풍미를 적절히 갖춰 즐겁게 마실 수 있다. 세 와인 중 가장 먼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던 와인.

국내에서 포트 로스 씨뷰(Fort Ross-Seaview)의 와인을 만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9 ha 규모의 레인 포도밭 태평양에서 3km 정도 떨어진 해발 310~390m에 위치한다. 캘리포니아 해안가에서 자주 보이는 프란시스칸 복합체(Franciscan Series) 중 풍화된 철분이 많이 함유된 사암(Greywacke 또는 Dirty Sandstone, 가파른 대륙 경사면을 따라 진흙과 모래가 탁한 흐름을 형성해 생기는 사암) 토양에서 디종 클론 777을 재배한다. 

 

Raen, Freestone Occidental Bodega 2018 / 레인 프리스톤 옥시덴탈 보데가 2018

처음에는 환원취가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잔에서 강하게 에어링을 하거나 디캔팅을 할 것을 추천한다. 딸기, 라즈베리, 검붉은 베리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은은한 허브, 영롱한 미네랄, 스모키한 고기 뉘앙스와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가벼운 타닌과 신선한 산미, 풍미를 강화하는 알코올이 견고한 구조를 이뤄 다년간의 숙성 이후에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프리스톤 옥시덴탈(Freestone Occidental)은 정식 AVA는 아니지만 2009년 공식적으로 AVA 등록 신청을 마친 상태다. 레인의 포도밭은 해발 230m에 1.1 ha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삼나무와 잡초로 둘러싸인 서향 포도밭으로 레인의 포도밭 중 낮 기온이 가장 낮다. 골드리지 모래 양토(Goldridge sandy loam, 소노마 밸리의 주요 토양으로 오래전 바다에 있던 사암이 풍화된 황갈색 토양)와 철분이 많은 프란시스칸 사암 토양에 디종 667, 칼레라(Calera), 포마르(Pommard) 클론을 재배하고 있다.

 

사진은 소노마 코스트와 함께 찍혔지만-_-;; 디캔터 안의 내용물은 프리스톤 옥시덴탈이다^^;; 확실히 디캔팅을 한 이후 환원취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좀 더 영롱하고 매력적인 과일 풍미가 드러난 듯. 다른 와인들도 디캔팅 후 즐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좋은 와인이지만 희소성과 가격 때문에 한정된 사람에게만 허용될 수 있는 와인이라는 점이 아쉽다. 가문의 전통(?)대로 이런 와인을 좀 더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와인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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