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팀 아담스(Tim Adams). 10년 전쯤 상당히 맛있게 마셨던 와인이라 정말 반가웠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이 확실히 남아있는 걸 보면 찐맛집이었던 게 확실.
새로 출시된 여섯 종의 와인을 모두 테이스팅해 봤는데 모두 나름의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강추하는 것은 역시 기본급인 팀 아담스 리슬링(Tim Adams Riesling)과 팀 아담스 쉬라즈(Tim Adams Shiraz). 상급인 셰이퍼 시라즈(Schaefer Shiraz)와 애버펠디 쉬라즈(Aberfeldy Shiraz)는 재미하지 않으면서도 풍미의 밀도가 높은 장기 숙성형 와인이다.
남은 와인 중 세 병을 집에서 마셨는데 넘나 맛있었다. 팀 아담스 리슬링은 아버지가 오셨을 때 열었더니 진짜 꿀꺽꿀꺽 드셔서 낮술로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래서 사진도 없...ㅠㅠ
팀 아담스 쉬라즈 또한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와 함께했는데 궁합이 좋다. 풍미도 깊고 알코올도 높은 편(14.5%)인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jammy 한 느낌 1도 없고 신맛의 밸런스도 좋아서인 듯.
파스타는 거들뿐. 최근 호주 시라즈가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라 멀리하고 있었는데, 이런 와인이라면 종종 즐겨도 좋을 듯. 할인하면 2만 원대 후반에 팔릴 것 같으니 가성비도 상당히 괜찮다.
팀 아담스의 아이콘 와인인 애버펠디는 오픈한 후 4-5일 뒤에 마시기 시작했다. 오픈 후 두 잔 따라내고 3시간 정도는 스크루 캡으로 막은 상태, 이후는 배큐빈으로 막아 냉장 보관했다.
처음엔 쇠고기 수육과 함께 마셨는데, 워- 아직도 쫀쫀한 타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산화되거나 한 인상 없이 처음 오픈했을 때와 유사한 느낌. 구조가 상당히 견고하고 풍미의 밀도 또한 엄청난 와인이다. 세련된 뉘앙스만 조금 덧붙이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랭톤 등급도 더 올라갈 것 같고.
쫄깃한 식감의 도가니 수육과는 잘 어울렸고,
심지어 깡장을 넣은 호박잎 쌈과도 나쁘지 않았다.
깡장을 덜어 전자레인지에 데웠더니 수분이 날아가고 바닥이 탄 것처럼... 그런데 꼭 뚝배기에 눌어붙은 느낌이라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은 언제나 진리...
다음날엔 에그 인 헬에 바게트 얹어 먹으며 곁들였는데, 약간 더 편안해진 느낌.
그다음 날엔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함께 마셨다. 오리지널에 마늘을 더한 야매 파스타.
파스타가 좀 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상당히 잘 어울렸다.
게다가 에버펠디 쉬라즈가 이제는 상당히 잘 풀려서 마시기 넘나 좋았다. 아무래도 구입 후 빨리 마시려면 디캔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면 5년 이상 숙성 후 즐기는 걸 추천.
팀 아담스의 최상급 와인이지만 할인하면 1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와이너리에서는 2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이 있다고 소개하는데, 실제로 그럴 것 같다.
호주 리슬링, 쉬라즈는 경쟁이 심한 시장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잘 자리 잡길 바란다. 경쟁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니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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