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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3종 시음 @피스트로(Fistro)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5.

나라셀라에서 수입하는 섬세하고 우아한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작년 말엔 뀌베 브리짓 바르도(Cuvee Brigitte Bardot), 뀌베 BB 1843(Cuvee BB 1843) 등 최고급 라인업을 중심으로 런칭했는데, 올 5월에는 엔트리급 라인업을 추가 런칭했다.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은 1843년 에페르네(Epernay) 지역에 설립해 크랑 크뤼(Grand Cru)와 프리미에 크뤼(1er Cru)의 포도만을 사용하는 하이엔드 샴페인 하우스다. 루브르, 오르세, 들라크루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상트로페 범선 대회의 공식 와인이며, 프랑스 내 170곳, 해외 40곳의 미슐랭 레스토랑에 리스팅 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스트로노미 샴페인이다. 

설립자인 에드몽 베세라(Edmond Besserat)는 자신의 샴페인을 유명 호텔, 레스토랑, 최대 와인 네고시앙에게 공급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베세라 드 벨퐁 샴페인 품질을 지속 발전시켰다. 1930년 에드몽의 손자 빅토르(Victor Besserat)는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 라 사마리텐느 드 룩스(La Samaritaine de Luxe) 매니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어떤 식사에도 페어링 할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어준다면 1,000병의 샴페인을 주문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에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은 젖산 발효를 하지 않아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병내 압력이 4.5 기압으로 다른 샴페인(6 기압)보다 30% 정도 낮아 더 섬세한 기포를 지닌 뀌베 데 무안(Cuvée des Moines)을 탄생시켰다.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표면에 미세하고 부드러운 작은 거품이 떠오르는 듯 보이며 입에서는 크림 같은 질감을 주며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인 뀌베 데 무안은 금세 파인 다이닝을 즐기는 미식가를 만족시키며 큰 명성을 얻었다. 뀌베 데 무안은 샴페인 생산 비법을 알아낸 베네딕트 수도회 수사를 기리기 위한 이름이라고. 

더 자세한 내용은 와인21에 실린 정수지 기자님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규 런칭된 샴페인은 블뢰 브뤼(Bleu Brut),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로제 브뤼(Rose Brut) 등 3종.

 

간단한 이름으로 가독성을 높인 레이블에 비해 백 레이블에는 좀 더 정확한 이름이 적혀 있다. 무엇보다 데고르주망(degorgement) 날자가 적혀 있는 게 참 좋다.

 

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Cuvée des Moines Bleu Brut NV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데 무안 블뢰 브뤼 NV

옅은 볏짚 색. 섬세한 버블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처음엔 좀 거칠게 느껴졌는데, 서빙 상황과 잔의 영향도 있었던 듯. 시간이 지나며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향긋한 꽃과 천도복숭아 같은 핵과 풍미, 레몬 필 같은 쌉싸름한 미감과 레몬과 자몽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신맛. 피니시에 가볍게 느껴지는 수렴성이 입맛을 돋우는 느낌이다. 식전주나 깔끔한 튀김, 생선회나 스시 등과 잘 어울릴 듯.

 

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Cuvée des Moines Blanc de Blancs Grand Cru Brut NV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데 무안 블랑 드 블랑 그랑 크뤼 브뤼 NV

14K 골드 컬러에 은은한 형광 연둣빛이 비친다. 스모키 힌트가 가볍게 스치는가 싶더니 폭발적인 이스트 향과 유산 뉘앙스가 드러난다. 자두, 풋살구 등의 핵과와 레몬 속껍질 같은 아로마, 유질감이 느껴질 듯한 볼륨감과 크리미한 여운. 풍미부터 질감, 여운까지 상당히 매력적인 블랑 드 블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샴페인.

 

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Cuvée des Moines Rose Brut NV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데 무안 블뢰 로제 브뤼 NV

고혹적인 살몬 핑크에 컬러에 체리빛 휴. 석류, 아세로라 같은 작은 붉은 베리 풍미가 섬세한 버블에 실려 가볍게 드러나며, 구수한 뉘앙스와 가벼운 스모키 힌트, 가벼운 수렴성, 맵게 쏘는 느낌, 날 선 산미 등이 흥미로운 인상을 남긴다. 생선회와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장 소스를 곁들인 전복구이 등 다른 음식들과 더욱 좋은 궁합을 보였던 듯.

 

샴페인을 시음한 피스트로(Fistro)는 가볍게 한 잔 마시기 딱 좋은 해산물 중심의 가게다. 논현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데, 내추럴 와인은 물론, 소주, 맥주 등도 판다. 콜키지는 병당 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인 필요.

 

제철 생선으로 구성한 숙성 사시미. 넘나 맛있어서 셋이서 大자 세 접시를 먹었....

 

고급 생선으로 만든 수제 크로켓. 일일 10개 한정 메뉴인데 우리가 4개 먹었다^^;;

 

전복구이. 전복 내장을 사용해서 크리미한 소스를 만들었는데 하나도 비리거나 부담스러운 느낌 없이 맛있었다. 그릇을 핥아먹고 싶었을 정도.

 

명란 오일 파스타. 이것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다른 메뉴들이 워낙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묻혀 버린 비운의 메뉴;;

 

모두의 호응을 받았던 감자전!!! 이게 개당 7천 원이라니, 이것만 먹으러 오고 싶을 정도.

 

매콤 낙지 삼겹살 카펠리니는 무난하게 매콤한 맛. 

 

도미 머리 구이는 서비스, 서비스!!

 

음식 가격도 강남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서넛이 만나서 인당 4-5만 원 잡으면 배부르게 먹을 듯. 시메 사바랑 개조개 얼큰 수제비를 못 먹은 게 아쉬울 뿐.

 

이외에도 다양한 술을 마셨음... 힘들지만 좋았달까;;;

로즈록(RoseRock)은 부르고뉴에서 오리건으로 진출한 드루앵(Drouhin)이 이올라-애미티 힐즈(Eola-Amity Hills) AVA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올라-애미티 힐즈 AVA는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 AVA의 세부 AVA 중 하나. 이제 오리건도 부르고뉴처럼 지역적 특성에 따라 AVA를 세분화하고 포도밭 별 개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작업을 하는 듯.

 

RoseRock(Drouhin Oregon), Zephirine Pinot Noir 2016 Eola-Amity Hills
로즈록(드루앵 오리건) 제피린 피노 누아 2016 이올라-애미티 힐즈

장미와 바이올렛 같은 꽃향기와 검은 체리, 커런트처럼 약간 강건한 베리 풍미도 느껴진다. 체리 코크나 닥터 페퍼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정향이나 시나몬 캔디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토스티 오크 뉘앙스. 전반적으로 향수 같은 인상의 화사하고 복합적인 부케다. 실키한 질감 덕분에 목넘김 또한 매끈하며, 튀지는 않아도 명확한 신맛이 느껴지는다. 미디엄 풀 바디에 밸런스 또한 빼어난 와인. 문제는 그런 만큼 가격 또한 상당하다고 했던 듯. 

 

Bellotti Boll, Le Pendu du Raisin 2019 / 벨로티 볼, 르 펜뒤 뒤 헤쟁 2019

벨로티 볼은 피에몬테의 비오디나미 생산자인데, 코르테제(Cortese)와 모스카토(Moscato)를 블렌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 프리잔테(Frizzante)라고 한다. 전통방식이라는 게 뭔고 하니 병입한 후 추가 당분 투입 없이 2차 발효를 하는 것. 쉽게 말해 펫낫(Pet-Nat)이라는 얘기. 처음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온도 컨트롤 없이 발효하며, 청징, 여과 모두 하지 않는다. 뿌연 짚색, 향긋한 꽃 향기와 살구 류의 완숙 핵과 풍미, 약간의 꿈꿈함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 잔당감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아주 가벼워 편안한 단맛과 짭조름한 미감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와인. 제법 좋다.

 

병마개를 장식한 예쁜 하얀 장미. 병모양도 그렇고 컬러도 그렇고 처음엔 증류주인 줄 알았다. 브랜디? 그라빠?

 

그런데 알고 보니 캘리포니아에서 만드는 로제 와인이었다. JNSQ는 "je ne sais quoi"라는 프랑스어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완전히 새로워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란다. 아직 국내 미수입 와인. 

JNSQ, Rose Cru NV / JNSQ 로제 크뤼 NV
향긋한 아카시아와 완숙 핵과, 서양배, 붉은 자두, 딸기. 산미가 높지 않고 밸런스가 좋은 로제 와인이다. 그르나슈(Grenache)를 중심으로 비오니에(Viognier)를 첨가했다는 듯. 이렇게 병에 힘준 와인들 중 별로인 경우도 꽤 많은데 이 와인은 그렇지 않다. 가격이 아주 비싸지만 않다면 좋아할 고객은 분명히 있을 듯.

 

전날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알차게, 다양하게, 많이 먹고 마셨던 날.

 

20210526 @ 피스트로(반포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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