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21 소속 다른 기자들과 함께 미국 와인을 소개하는 여덟 개 연재기사를 썼다. 2편은 대표적인 품종들과 추천 와인들을 소개하는 기사. 캘리포니아부터 워싱턴, 오리건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와인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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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와인 탐구생활 2편 - 버라이어티한 미국 와인, 품종 그리고 스타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양조용 포도 품종은 무엇일까? 힌트는 C로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화이트 품종이라는 것이다. 정답은 샤도네이(Chadonnay). 2017년 기준 43,000 ha로 41,000 ha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의 재배 면적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샤도네이는 감소하는 추세이니 지금쯤 재배 면적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화이트, 레드 재배 면적 1위인 두 품종 모두 이니셜은 C지만 인기와 품질 모두 A+인 품종들이다. 이 두 품종은 역사적으로도 큰 일을 했다.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으로 불리는 1976년의 역사적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쟁쟁한 보르도(Bordeaux) 레드 와인과 부르고뉴(Bourgogne) 화이트 와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함으로써 미국이 월드 클래스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전 세계적으로 알렸으니까.
현재 미국은 세계 5위 안에 드는 와인 생산국이다.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애호가들의 숭배를 받는 소위 컬트 와인(Cult Wine)은 엄청난 가격에도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만 간신히 구할 수 있을 정도다. 구하기 쉽고 품질도 뛰어난 가성비 와인들 또한 많다. 이런 다양성은 자유로운 미국 문화와 궤를 같이 한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와인 생산지 별로 특정 와인 스타일을 규정하거나 포도 품종을 통제하는 등의 엄격한 법규가 거의 없다. 물론 미국도 법적으로 규정된 포도재배지역(American Viticultural Area, AVA)과 제반 규정이 존재한다. 미국 와인 레이블에 표시된 나파 밸리(Napa Valley),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 콜롬비아 밸리(Columbia Valley) 등이 바로 대표적인 AVA다. 하지만 지역의 경계선부터 와인 양조법, 허용 품종까지 세세하게 규정하는 유럽의 원산지명칭보호(PDO)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의 생산자들은 원칙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심을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양조할 수 있다. 이는 생산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면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같은 지역 내에서도 미세 기후와 세부 토양에 맞는 다양한 품종들을 재배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아래 소개할 품종들 외에도 다양한 품종들이 미국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주류 무대로 올라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피노 그리/피노 그리지오(Pinot Gris/Pinot Grigio) 같은 품종은 재배량 면에서 이미 10위 안으로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대표적인 품종과 스타일을 소개하기 앞서 두 번째 퀴즈. 레이블에 품종을 표기하려면 해당 품종의 비율이 몇 % 이상이어야 할까? 정답은 75%다.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더라도 다른 품종이 25%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보통은 해당 품종을 75%보다 훨씬 많이 사용한다. 어쨌거나 레이블에 품종이 적혀 있다면 그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수준에서 와인을 양조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한 지역도 있다. 오리건(Oregon)에서 품종을 표기하려면 90%는 넘어야 한다. 그런데 오리건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 등 18개 품종은 75%만 넘어도 품종 표기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예외의 예외라니, 머리가 아프다. 일단 75%만 기억해 두자.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드는 나라는 어디일까? 카베르네 소비뇽의 고향 보르도가 있는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감히 미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리의 심판'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후에 이루어진 몇 번의 리턴 매치에서조차 모두 미국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도 아니다. 사실 보르도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없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메를로 등 다른 품종을 블렌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레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닌 메를로다. 카베르네 소비뇽 사용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반면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등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그야말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이다. 보통 75%를 훌쩍 넘어서며, 100% 카베르네 소비뇽만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보르도에서 다른 품종을 블렌딩하는 이유가 빈티지에 따라 품종의 품질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임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은 빈티지의 편차가 적어 거의 매년 완숙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얻을 수 있으니까. 카베르네 소비뇽만으로 힘 있고 화려하며 복합적인 풍미의 와인을 만드는 미국이 왕좌를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은 견고한 구조와 농축미를 지녔다. 특히 나파, 소노마 등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은 풍성하고 진한 스타일을 넘어 부드럽고 우아하며 섬세한 터치를 지닌 최고급 와인으로 거듭났다. 최상급 카베르네 소비뇽을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와인이다. 물론 예전에 메리티지(Meritage)라고 부르던 카베르네 소비뇽 중심의 보르도 블렌드 스타일 와인도 있다. 예컨대 리지 몬테 벨로(Ridge Monte Bello), 조셉 펠프스 인시그니아(Joseph Phelps Insignia), 잉글눅 루비콘(Inglenook Rubicon), 오퍼스 원(Opus One) 등 위대한 와인들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데, 요즘엔 굳이 메리티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이외에 워싱턴주 동부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프리미엄급 와인도 제법 많다. 주로 사막처럼 메마른 지역에서 재배하는데,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탄탄한 골격과 깊이를 드러낸다. 어쨌거나 어느 지역의 것이든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고른다면 실망할 일은 없다.
*파워스, 카베르네 소비뇽 Powers, Cabernet Sauvignon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에서 '미국 50대 카베르네 생산자'로 선정한 파워스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세심히 선별 및 양조한 후 프렌치 오크에서 20개월 숙성해 만들었다. 블랙커런트, 블랙체리, 블루베리, 프룬 풍미와 함께 은근한 바닐라, 후추 향기가 감돌며, 탄탄한 타닌과 신맛의 밸런스가 좋은 전형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고스트 파인 카베르네 소비뇽 Ghost Pines Cabernet Sauvignon
루이 M. 마티니(Louis M. Martini)는 캘리포니아 각지의 고품질 포도를 블렌딩해 가성비 좋은 와인 브랜드인 고스트 파인을 만들었다. 고스트 파인은 나파, 소노마의 포도밭 부근에서 자주 보이는 토종 소나무의 이름으로, 레이블처럼 안개 낀 황혼녘의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고스트 파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나파와 소노마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함께 사용해 진한 검은 베리 풍미와 스파이스 뉘앙스를 레이블만큼이나 멋지게 담아냈다.
*로버트 홀, 카베르네 소비뇽 Robert Hall, Cabernet Sauvignon
빼어난 레드 와인 생산지인 파소 로블에서 지속 가능 농법으로 테루아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냈다.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풍미에 더해지는 삼나무, 다크 초콜릿 힌트가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질감에 밸런스가 좋은 와인.
*애로우드, 소노마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Arrowood, Sonoma Estate Cabernet Sauvignon
나이츠 밸리(Knights Valley), 알렉산더 밸리(Alexander Valley) 등 소노마의 핵심 산지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18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 만든 소노마 카베르네 소비뇽의 정석 같은 와인이다. 블랙 체리, 라즈베리 등 완숙한 붉은 베리 아로마, 삼나무와 캐러멜 뉘앙스가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미디엄 풀 바디 와인으로 벨벳 같은 질감과 밸런스가 훌륭하다.
*실버 오크,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Silver Oak,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미국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풍미를 지향하며 오크 또한 미국산만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파 컬트 와인. 출시 즉시 시장에서 사라지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진한 검은 베리 풍미와 함께 길게 이어지는 커피, 코코아 뉘앙스의 여운이 매혹적인 와인으로, 묵직한 바디와 최상의 밸런스, 복합미, 긴 숙성 잠재력을 고루 갖췄다.
메를로(Merlot)
1990년대 상승가도를 달리던 메를로의 인기는 2000년대 초중반 살짝 수그러들었다. 여기엔 유명한 와인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주인공의 메를로 혐오(?)가 한몫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은 급격한 생산량 증가로 인한 품질 저하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현재 메를로는 그 품질을 완전히 회복했고, 주요 품종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유사하지만 좀 더 풍만한 살집과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메를로는 온화한 기후와 충분한 일조량 아래 완숙되며, 그 원만한 특징을 완전히 드러낸다. 덕혼(Duckhorn)이나 샤토 생 장(Chateau St. Jean) 같은 캘리포니아의 최상급 생산자를 선택한다면 풍성하고 쾌락적인 와인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주의 메를로 또한 농밀하면서도 균형감이 좋다. 마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렴한 와인 중에서도 빼어난 맛을 지닌 와인이 많다. 또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른 품종의 블렌딩 파트너로서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멜로우한 레드 와인을 원한다면 미국 메를로가 답이다.
*덕혼, 디코이 메를로 Duckhorn, Decoy Merlot
나파 밸리 메를로를 대표하는 덕혼 빈야드. 2017년엔 덕혼 쓰리 팜즈 빈야드 메를로(Duckhorn Three Palms Vineyard Merlot 2014)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런 덕혼이 '애호가를 위한 럭셔리 데일리 와인'을 지향하며 만든 디코이 메를로는 프룬, 블랙체리의 농염한 풍미, 다크 초콜릿, 삼나무 뉘앙스, 실크 같은 탄닌과 차분하고 우아한 인상이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와인이다. 어릴 때부터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쾌락적인 메를로.
*노스 스타, 콜롬비아 밸리 메를로 Northstar, Columbia Valley Merlot
노스 스타는 워싱턴주의 유명 생산자 생 미셸 와인 에스테이트(Ste. Michelle Wine Estates)가 월드 클래스 프리미엄 메를로 생산을 목표로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 와인은 질 좋은 포도를 엄선해 18개월 오크 숙성을 거쳐 출시했으며, 강렬한 체리, 라즈베리 풍미와 토스티한 오크 뉘앙스, 다크 초콜릿, 바닐라, 삼나무의 여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애호가와 전문가 양쪽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와인이다.
진판델(Zinfandel)
진판델은 1990년대까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레드 품종이었다. 현재는 카베르네 소비뇽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듯하다. 이는 소노마, 나파, 로디(Lodi), 산 호아킨(San Joaquin) 등 캘리포니아 곳곳에 산재한 올드 바인 진판델 덕이 크다. 몇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 이상 수령의 올드 바인들은 배배 꼬인 느낌의 굵직한 옹이 투성이 줄기에서 깊고 응축된 풍미의 포도를 생산한다. 이 포도들은 잼 같이 진하고 묵직하지만 너무나 편안하고 친근한 맛의 드라이한 레드 와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누구나 좋아하는 유쾌하고 털털하면서도 사려 깊은 친구 같은 와인이랄까. 전통적으로 진판델은 다른 품종과 필드 블렌딩 형태로 함께 재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별도로 재배하는 추세다. 진판델 단독으로도 훌륭한 와인을 만들지만 블렌딩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다재다능하면서도 친근한 스타일 덕에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으로 은근히 찐팬이 많은 품종이다. 유전적으로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Primitivo)와 같은 품종이지만 만드는 와인 스타일은 완연히 다르다.
*1000스토리 진판델 1000 Stories Zinfandel
최근 미국에서 각광받는 카테고리인 ‘버번 배럴 에이지드 와인‘의 선구 브랜드인 1000스토리. 포도밭, 빈티지, 버번 배럴의 특성을 살려 장인정신으로 매회 소량 생산한다. 이 와인은 멘도시노(Mendocino)의 유서 깊은 포도밭에 식재된 올드 바인 진판델과 온화한 기후의 파소 로블스 진판델을 블렌딩해 붉은 과일의 진한 풍미에 스위트 스파이스, 허브 향이 곁들여진 농밀하고 볼드한 스타일을 드러낸다. 미국 및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 와인에 버번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한 와인을 블렌딩해 깊이 있고 다채로운 맛을 구현했다.
*리머릭 레인, 에스테이트 진판델 Limerick Lane, Estate Zinfandel
리머릭 레인 와이너리가 위치한 소노마 밸리 내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의 북동쪽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서늘한 지역으로 지형과 토양, 기후 등 모든 자연조건이 포도 재배에 최적이다. 리머릭 레인 진판델은 후추 같은 스파이스와 신선한 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풍미와 둥글고 부드러운 타닌이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풀 바디 와인으로, 2015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판델 품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 바로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다. 진하고 묵직한 진판델 품종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화사한 핑크 컬러에 가볍고 온화하며 맛은 달콤하다. 사실 화이트 진판델의 탄생은 사고에 가까웠다. 1975년 셔터 홈(Sutter Home) 와이너리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진판델의 발효가 중단된 것이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발효를 끝내지 못한 와인은 결국 폐기해야 하므로 손해가 클 수밖에 없었지만, 와인메이커 밥 트린체로(Bob Trinchero)는 그 맛과 컬러에 주목했다. 발효가 끝나지 않아 단맛이 남았고, 알코올 함량은 낮았으며, 예쁜 핑크빛이 감돌아 상품성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와인을 판매하기로 결정했고, 의외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정이 결국 화이트 진판델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화이트 진판델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다양한 음식과 곁들이거나 피크닉, 캠핑용 와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가오는 봄과 여름을 위한 와인으로 화이트 진판델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벤드 화이트 진판델 Bend White Zinfandel
벤드는 이탈리아 출신 와인메이커 3명이 나파 밸리에 설립한 와이너리 카모미(Ca’Momi)에서 출시한 가성비 와인 브랜드다. 벤드 화이트 진판델은 아름다운 로즈 핑크 컬러에 향긋한 꽃향기와 백후추의 힌트, 딸기 한 바구니를 담은 듯 밝고 풍성한 과일 풍미, 부드럽고 적당한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로버트 몬다비, 우드브릿지 화이트 진판델 Robert Mondavi, Woodbridge White Zinfandel
화이트 진판델을 대표하는 와인 중 하나로, 밝은 살몽 핑크 컬러와 딸기, 체리 오렌지 등 향긋한 과일 향, 부드러운 질감과 가벼운 단맛이 매혹적이다. 식전에 가볍게 마시거나 식사와 곁들이기 좋다. 우드브릿지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대표하는 로버트 몬다비에서 1979년 선보인 대중적인 와인 브랜드로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피노 누아(Pinot Noir)
가장 민감한 품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피노 누아. 부르고뉴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까다로운 품종도 전 세계에 새로운 거처를 찾아가고 있는데 그 중 첫 손에 꼽히는 곳이 바로 오리건이다. 이곳의 일조량과 기온, 강우량은 부르고뉴와 대단히 유사해 피노 누아의 섬세하면서도 관능적인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와인을 만든다. 드루앵(Drouhin), 루이 자도(Louis Jadot) 등 부르고뉴의 유명 생산자들 또한 오리건에 주목해 일찌감치 자리 잡았을 정도.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 던디 힐(Dundee Hill)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테루아의 세분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오리건의 피노 누아는 그 품질과 스타일 모두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파리의 심판'의 피노 누아 버전이 열린다면 그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 또한 가파른 품질 향상을 이뤄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온화한 캘리포니아는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피노 누아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차가운 해류의 영향을 받는 소노마 카운티의 해안 지역과 중부 해안 지역, 고도가 높은 포도밭을 중심으로 피노 누아 재배에 적당한 기후가 다수 존재한다. 보통 오리건 피노 누아에 비해 조금 더 원만한 인상과 부드러운 과일 풍미를 갖췄다. 전반적으로 미국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에 비해 빈티지 별 차이가 적고, 품질과 스타일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더 힐트, 피노 누아 The Hilt, Pinot Noir
더 힐트는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과 호나타(Jonata)를 소유한 스탠 크랭키(Stan Kroenke)가 캘리포니아 샌타 바버라(Santa Barbara) 인근 산타 리타 힐즈(Santa Rita Hills)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태평양으로부터 불과 13마일 떨어진 고도 150~200미터의 산등성이에 위치한 서늘하고 척박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45년 수령의 올드 바인 피노 누아로 양조해 테루아를 온전히 드러낸다. 블랙베리, 블랙 페퍼, 체리 등의 베리 풍미와 드라이 세이지, 신선한 흙 내음이 실키한 질감을 타고 아찔하게 드러나는 와인으로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덕혼, 골든아이 피노 누아 Duckhorn, Goldeneye Pinot Noir
덕혼의 와인답게 사랑스러운 <오리>가 레이블을 장식하고 있는 골든아이 피노 누아.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만찬에 제공됐을 정도로 맛과 품질, 상징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캘리포니아 북부 멘도시노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의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한 포도를 16개월 동안 오크 숙성해 그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향긋한 제비꽃, 딸기, 체리, 잘 익은 자두 풍미와 토양, 스모크, 감초, 삼나무 뉘앙스가 인상적이며 섬세한 터치와 매끄러운 질감, 탄탄한 구조를 겸비한 정상급 피노 누아다.
*이브닝 랜드, 피노 누아 세븐 스프링스 Evening Land, Pinot Noir Seven Springs
이브닝 랜드는 영화 제작자 마크 탈로프(Mark Tarlov)가 부르고뉴의 손꼽히는 양조자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와이너리다. 도미니크 라퐁이 부르고뉴 포마르(Pommard)에서 들여온 클론과 30년 이상의 올드 바인을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재배해 12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했다. 오리건 테루아를 그대로 담은 순수한 피노 누아의 풍미가 긴 피니시를 타고 길게 이어지는 훌륭한 와인이다.
시라(Syrah), 그리고 론 스타일 레드
최근 미국에서 가장 핫한 와인 스타일 중 하나는 시라 등 론(Rhone) 지역 품종 기반의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진판델 등에 비해 재배 면적은 적지만 와이너리 연합인 론 레인저스(Rhone Rangers) 등을 중심으로 빼어난 와인들이 생산되면서 소비자의 관심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시라 등 단일 품종 와인은 물론 그르나슈(Grenache), 무르베드르(Mourvedre), 카리냥(Carignan) 등을 블렌딩해 만드는 와인도 많다. 미국 시라는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되며 기본적으로 견고한 구조와 부드러운 질감, 풍부한 과일 풍미 등 프랑스 시라와 호주 쉬라즈의 장점을 겸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워싱턴과 오리건, 미시간 등지에서도 많이 생산하며 스타일 또한 다양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로 꾸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 와인들이 대거 등장할 테니까.
*비엔 나시도, 웰 본 뀌베 시라 Bien Nacido, Well Born Cuvee Syrah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마스터 소믈리에 윌 코스텔로(Will Costello MS)가 브랜드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비엔 나시도 와이너리. 웰 본 뀌베 시라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가까이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에 1973년 식재돼 유기농으로 재배한 올드 바인으로 양조해 10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했다. 라벤더 허브와 후추 검푸른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는 스타일리시한 와인이다. 비엔 나시도를 영어로 직역하면 웰 본(Well Born)이 되는데 이를 와인 이름에 그대로 사용했다.
*크룹 브라더스, 블랙 바트 스테이지코치 시라 Krupp Brothers, Black Bart Stagecoach Syrah
크룹 브라더스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소유한 와이너리다. 일부 포도는 폴 홉스, 그레이스 패밀리 등 유명 컬트 와이너리에 공급하며, 스스로는 최적의 테루아에서 생산한 포도로 새로운 블랜딩을 시도하고, 독특한 와인을 다양하게 생산하는 진취적인 생산자다. 스테이지코치 포도밭의 우수한 구획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에서 21개월 숙성한 블랙 바트 시라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터무니없이 비싼 프랑스의 꼬트 로티를 찾기 전에 먼저 마셔 보라'라고 했을 만큼 훌륭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트러블메이커 Troublemaker
‘레드 와인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파소 로블스에서 호프 패밀리 와인스(Hope Family Wines)가 만드는 독특한 레드 와인. 시라를 중심으로 그르나슈, 진판델 등 다양한 품종을 사용함은 물론 여러 빈티지를 블렌딩 함으로써 오픈하자마자 바로 즐기기 좋은 와인을 만들었다. 품종 별 숙성 기간은 15~27개월로 짧지 않으며,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를 함께 사용해 와인에 깊이와 복합성을 더했다. 기존의 상식을 넘어 혁신의 메시지를 재치 있게 담은 이 와인은 ‘Just for Fun’이라는 모토처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쁘띠 시라(Petite Sirah)
먼저 쁘띠 시라는 시라와는 완전히 다른 품종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시라 품종의 '작은(petite)' 클론 정도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스펠링도 다르다. 하지만 시라와 펠루생 누아(Peloursin Noir)의 교배로 탄생한 자식 품종이기 때문에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리프(Durif)라고도 부르는 쁘띠 시라는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현재는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돼 일종의 특화 품종처럼 인식되고 있다. 와인을 만들면 잉크처럼 진한 루비 컬러에 타닌이 많고 산미가 높으며, 특징적인 후추와 블루베리, 자두, 초콜릿 풍미가 드러난다. 육즙이 많은 고기와 치즈, 스파이시한 음식 등과 곁들일 직설적인 와인을 찾는다면 진한 풍미에 바디감도 좋은 쁘띠 시라가 적절한 해답이 될 것이다.
*스펠바운드 쁘띠 시라 Spellbound Petite Sirah
스펠바운드는 미국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아들 마이클 몬다비가 자신의 아들 로버트 몬다비 주니어와 함께 만든 친근하면서도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와인 브랜드다. 스펠바운드 쁘띠 시라는 농축된 컬러만큼이나 농익은 과일 풍미와 탄탄한 탄닌이 강하게 드러나는 와인으로, 밸런스가 좋고 여운이 깔끔해 다양한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보글, 쁘띠 시라 Bogle, Petite Sirah
'캘리포니아 쁘띠 시라의 원조'로 불리는 보글. 새크라멘토 강(Sacramento River) 연안의 배수가 잘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클락스버그(Clarksburg)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해 아메리칸 오크에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자두의 응집된 맛과 구운 오크 향이 기분 좋게 어우러지며 부드러운 질감과 스파이시한 여운이 일품인 풀바디 와인이다. 원조집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쁘띠 시라.
샤도네이(Chardonnay)
미국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도네이 맛집이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위대한 부르고뉴 와인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한 미국 샤도네이는 잘 익은 과일 풍미와 버터 같은 뉘앙스, 묵직한 바디 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형성했다. 파리의 심판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소노마, 나파, 몬터레이, 샌타바버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슈퍼 프리미엄급 와인들이 즐비하다. 1990년대 이전에는 샤도네이의 인기에 편승해 과숙한 과일 풍미와 지나친 오크 뉘앙스를 풍기는 부담스러운 와인이 다량 생산돼 애호가의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서늘한 지역을 중심으로 최적의 클론을 선별해 식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샤도네이의 전반적인 품질이 향상됐다. 이를 기반으로 생기 넘치는 신맛과 신선한 과일 풍미가 살아있고 오크 뉘앙스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스타일로 진화했다. 이외에 워싱턴주와 오리건, 뉴욕 등지에서도 캘리포니아보다는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샤도네이를 생산한다.
*웬티, 모닝 포그 샤도네이 Wente, Morning Fog Chardonnay
웬티는 1936년 미국 최초로 샤도네이라는 품종 명칭 표기 와인을 출시한 와이너리다. 그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샤도네이의 80% 정도가 웬티 클론(Wente Clone)을 사용하고 있으니, 감히 '미국 샤도네이의 아버지'라고 할 만하다. 모닝 포그 샤도네이를 위한 포도를 재배하는 샌프란시스코만 부근의 리버모어 밸리(Livermore Valley)는 큰 일교차와 바다의 영향으로 아침마다 안개가 드리우는데, 이것이 바로 와인 이름이 되었다. 신선한 사과, 달콤한 열대 과일 풍미가 은은한 바닐라 힌트와 함께 조화롭게 드러나며 싱그러운 신맛과 드라이한 미감의 밸런스가 훌륭한 와인이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 Far Niente, Chardonnay
나파 밸리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파 니엔테는 뛰어난 와인과 함께 아름다운 와이너리 전경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의 샤도네이는 풍만한 질감과 잘 짜인 구조를 겸비한 와인으로 잘 익은 서양배와 열대과일 풍미, 스위트 스파이스, 헤이즐넛 등의 견과 뉘앙스가 황홀하게 드러난다. 어릴 때는 완숙한 과일 풍미를 중심으로 생기 발랄한 인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와 복합미가 더해진다. 빼어난 나파 밸리 샤도네이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와인. 이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이너리의 이름처럼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와인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의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 미국 소비뇽 블랑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의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의 소비뇽 블랑과도, 프랑스 루아르(Loire)의 소비뇽 블랑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뇽 블랑은 특유의 풋풋한 아로마가 적절히 드러나면서도 싱그러운 과일맛과 넉넉하고 원만한 스타일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게다가 종종 오크 숙성을 통해 거친 느낌은 정제되고 크리미한 풍미와 질감이 더해진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크 숙성을 한 것이든 안 한 것이든 꼭 경험해 봐야 할 와인이다. 그 중독성 있는 풍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로버트 몬다비, 푸메 블랑 Robert Mondavi, Fume Blanc
‘캘리포니아 소비뇽 블랑의 원조’로 1968년 최초로 출시했다. 이 와인이 특별한 것은 소비뇽 블랑의 지나치게 풋풋하고 거친 풍미를 완화하기 위해 오크 숙성을 했으며, 당시 지명도가 낮았던 소비뇽 블랑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연기라는 의미의 푸메(Fume)와 소비뇽 블랑의 블랑(Blanc)을 결합해 프랑스 루아르의 푸이-퓌메(Pouilly-Fume)와도 유사한 '푸메 블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신선한 허브 향과 감귤, 멜론 풍미, 신맛과 우아한 질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에너지 넘치는 와인이다. 특별한 소비뇽 블랑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생 수페리, 소비뇽 블랑 나파 밸리 St. Supery, Sauvignon Blanc Napa Valley
명품 브랜드 샤넬이 소유한 와이너리 생 수페리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관리하는 자가 소유 포도밭의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생 수페리 소비뇽 블랑은 신선한 과실 풍미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양조 시 개입을 최소화하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했다. 상큼한 시트러스와 달콤한 열대 과일 아로마, 싱그러운 허브 향이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상쾌한 인상과 깔끔한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투미 소비뇽 블랑 Twomey Sauvignon Blanc
투미는 실버 오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이외의 품종으로 만드는 부티크 와인이다. 나파와 소노마의 4개 빈야드에서 생산한 소비뇽 블랑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탱크, 뉴트럴 오크통에 숙성한 후 블렌딩해 섬세하고 복합적인 와인을 만든다. 레몬, 라임 등 상큼한 과일 풍미과 시원한 허브 힌트, 깔끔한 미네랄과 개운한 신맛이 크리스털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고급스러운 소비뇽 블랑이다.
리슬링(Riesling)
뉴욕과 워싱턴주에서는 리슬링 품종으로 빼어난 아이스와인(Icewine)을 생산한다. 앤더슨 밸리와 알렉산더 밸리 등 캘리포니아의 서늘한 지역에서도 적은 양이지만 보트리티스의 영향을 받은 디저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향긋한 꽃향기와 영롱한 미네랄, 진한 과일 풍미를 지닌 가볍고 상쾌한 드라이 혹은 오프 드라이 리슬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독일의 리슬링에 비해 산미가 정돈되어 있고 넉넉하고 원만한 스타일이라 편하게 즐기기 좋다. 리즈너블한 가격 또한 만족스럽다.
*샤토 생 미셸, 콜롬비아 밸리 리슬링 Chateau Ste. Michelle, Columbia Valley Riesling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샤토 생 미셸은 레드와 화이트를 망라해 프리미엄 와인부터 에브리데이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가성비가 훌륭한 이 리슬링은 시트러스, 멜론, 배, 사과, 살구 등 다양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며 은근한 미네랄과 가벼운 허브 힌트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일상을 위한 와인으로 최적임은 물론, 처음 리슬링을 접하는 분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와인이다.
*리머릭 레인, 리슬링 Limerick Lane, Riesling
코르크 스크루가 그려진 빈티지한 레이블이 인상적인 이 리슬링은 멘도시노의 콜 렌치(Cole Ranch)의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레몬, 파인애플, 흰 복숭아, 재스민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상큼한 산미와 가벼운 단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부드러운 질감으로 목넘김이 좋은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 (Sparkling Wine)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와인이다. 1960년대 슈램스버그(Schramsberg)에서 처음 샤도네이 품종을 사용해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Traditional Method)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이후 캘리포니아는 고급 스파클링 와인 산지로 단번에 뛰어올랐다. 풍미의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그 품질만큼은 샴페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모에 샹동(Moet & Chandon), 떼땅져(Taittinger),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등 다수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캘리포니아에 와이너리를 설립한 것만 봐도 그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외에 프랑스 샴페인 지역과 위도가 비슷한 워싱턴 주 콜롬비아 밸리(Colombia Valley)에서도 도멘 생 미셸(Domaine Ste. Michelle) 같은 와이너리가 품질과 가격이 모두 만족스러운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에는 흥미로운 스파클링 와인들이 많다. 특히 최근 내추럴 와인 붐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약발포성 와인인 펫낫(Pet-Nat) 등도 주목해 볼 만하다.
*덕혼, 디코이 캘리포니아 브뤼 뀌베 스파클링 Duckhorn, Decoy California Brut Cuvee Sparkling
캘리포니아에는 의외로 피노 누아, 샤도네이 등 스파클링 와인 양조에 쓰이는 품종의 재배에 적당한 서늘한 지역이 많다. 게다가 샴페인에 비해 기후가 온화해 적절히 익은 포도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덕혼 디코이 스파클링은 2020년 첫 출시 즉시 애호가와 언론 모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레시한 레몬, 달콤한 구운 사과, 백도, 은은한 바닐라 향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복합미가 일품이다. 도자주(dosage) 시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 나파 밸리 샤도네이를 사용해 그 풍미와 바디감을 더했다.
*필드 레코딩스, 드라이 홉 펫 낫 Field Recordings, Dry Hop Pet Nat
이렇게 재미있는 와인이 또 있을까. 블라인드로 이 와인을 마신다면 정체를 파악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의 코퀴나 빈야드(Coquina Vineyard)에서 재배한 신선한 샤도네이를 손수확해 효모 첨가 없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0주간 발효하는데, IPA 맥주에서 사용하는 모자이크 홉과 아마릴로 홉을 함께 넣는다. 그 결과 시트러스, 사과 등 샤도네이에서 유래한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을 지니면서도 자몽, 열대과일, 허브 같은 홉 특유의 향이 드러나는 독특한 약발포성 와인이 되었다. 너무나 미국적인, 그리고 너무나 매력적인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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