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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13. 산지오베제(Sangioves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23.

지역, 품종 등 특정 테마를 선정해 개괄하고 추천 와인을 함께 소개하는 와인21의 기획 연재물 와인21's PICK. 직전에 진행된 키안티 클라시코 기획 연재와 연계할 겸 산지오베제 품종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내가 썼고, 와인 선정은 와인21과 함께, 와인 소개는 수입사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했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와인21's PICK, 산지오베제(Sangiovese) 편

제우스의 피(sanguis Jovis). 산지오베제라는 이름의 어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신인 제우스의 피에 비견될 정도라니, 예로부터 산지오베제가 얼마나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도 이탈리아에서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품종으로, 토스카나(Toscana)를 비롯한 이탈리아 중부에서 활발히 재배하고 있다. 지역 별 토착 품종이 다양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산지오베제는 대세 중의 대세인 셈이다. 다만 제우스의 힘이 이탈리아 밖에까지 미치긴 어려웠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재배하지 않는다. 과거 이탈리아의 영토였던 코르시카 섬을 비롯해 그리스, 북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일부 재배하고 있다. 실험적인 재배가 점차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다른 나라의 산지오베제 와인에 관심을 가지기엔 이른 것 같다.

산지오베지는 와인 애호가들의 추앙을 받는 아이콘 와인부터 매일 편하게 즐기는 저렴한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다재다능한 품종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맑은 루비 컬러에 바디감도 무겁지 않지만, 의외로 타닌 함량이 많고 신맛 또한 강해 섬세한 터치와 강건한 구조를 겸비한 와인을 만든다. 산지오베제의 싱그러운 붉은 베리 아로마, 가벼운 허브와 스파이스 뉘앙스, 영롱한 미네랄 힌트는 대단히 매혹적이며, 오크 숙성한 와인과 오크를 사용하지 않은 와인 양쪽 모두에서 매력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산지오베제는 재배가 쉽지 않은 품종이다. 일찍 싹을 틔우고 늦게 익기 때문에 재배 기간이 길며 잘 익지도, 균일하게 익지도 않는다. 또한 생산성이 지나치게 좋은 편이라 풍미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확량 조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재배면적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산지오베제가 매력적이고 장점 또한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산지오베제는 유전적으로 변종이 발생하기 쉬운 품종이다. 1980년대 토스카나 주요 와이너리들의 주도로 시작된 클론 연구 결과 산지오베제 클론은 총 116개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각 지역의 생산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포도밭에 맞는 클론을 심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여기서는 세부 클론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요 산지 별 특징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산지오베제 클론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정수지 기자의 '산지오베제 품종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토스 카나의 주요 와인 산지  (출처 : italianwinecentral.com)  ]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그리고 키안티(Chianti)

산지오베제를 대표하는 지역은 누가 뭐라고 해도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다. 1719년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3세(Cosimo III)는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전적 키안티'의 경계를 설정했고, 이 영역을 중심으로 확대되다가 오늘날 7만 ha에 이르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이 정해졌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주변 지역에서도 유사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키안티(Chianti)로 규정된 지역이다. 그 태동부터 현재 규정에 이르기까지 키안티 클라시코와 키안티는 완전히 구별되는 DOCG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키안티의 생산 규정이 좀 더 느슨하며, 생산되는 와인들 또한 좀 더 가볍고 저렴한 와인들이 많다. 그러나 레이블에 키안티의 7개 하위 산지(Rufina, Colli Fiorentini, Montespertoli, Colli Senesi, Colli Arentini, Colline Pisane, Montalbano) 명칭이 함께 표시된 키안티의 경우 상대적으로 뛰어한 품질인 경우가 많다. 특히 루피나의 와인은 발군인데,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는 카스텔로 디 니포자노(Castello di Nipozzano)가 대표적인 예다.

검은 수탉 로고가 인상적인 키안티 클라시코는 일반적인 키안티보다 더욱 풍미가 진하고 개성적이다. 등급에 있어서도 기본급(Annata)과 리제르바(Riserva) 외에 키안티 클라시코만의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라는 특별한 등급이 있다. 반드시 와이너리가 직접 소유한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해 최소 30개월의 숙성을 거쳐야 그란 셀레지오네가 될 수 있다. 또한 키안티 클라시코의 개성을 갖춘 우수한 품질의 와인임을 확인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명실공히 키안티 클라시코 최고의 와인만이 그란 셀레지오네가 될 자격이 있는 셈이다. 기본급의 숙성 기간 또한 12개월 이상으로 일반 키안티의 6개월보다 길다. 리제르바는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모두 24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현재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모두 산지오베제만 100%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어도 된다. 일반적으로는 규정된 기타 품종을 일부 블렌딩하는데, 키안티는 30%, 키안티 클라시코는 20%까지 허용한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2006년부터 화이트 품종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반면, 키안티의 경우 화이트 품종을 10%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레드 품종에는 콜로리노(Colorino), 카나이올로(Canaiolo Nero) 등 토착 품종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 등 국제 품종이 포함된다. 하지만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의 풍미와 스타일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산지오베제다.

 

[(왼쪽부터) 지네프로네 키안티, 폰테루톨리 키안티 클라시코, 카판넬레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펠시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란치아',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군계일학의 슈퍼 키안티' 
콜도르치아, 지네프로네 키안티 Col d'Orcia, Gineprone Chianti

보통의 키안티, 심지어 하위 산지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키안티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보다 몇 수 아래로 평가되지만 이 와인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임에도 풍미의 밀도와 우아함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수준급 키안티다. 바이올렛 아로마, 붉은 체리와 자두 풍미에 커런트, 감초와 스파이스 힌트, 알싸한 미네랄 뉘앙스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드러난다. 전용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10-12일 간 섭씨 28도 이하 온도에서 침용 및 발효 후 5000-7500 리터 크기의 커다란 오크통에서 8~10개월 숙성한다. 과일 풍미가 잘 살아있는 상태로 병입해 4~6개월 안정화를 거친 후 출시한다. 산지오베제 사용 비율이 85%로 상당히 높으며 기타 품종을 15% 사용한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살아있는 역사' 
폰테루톨리, 키안티 클라시코 Fonterutoli, Chianti Classico

폰테루톨리는 마쩨이(Mazzei) 가문이 1435년부터 25대째 소유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중심이다. 키안티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현존하는 최고(最古) 문서의 주인공이 바로 마쩨이 가문이니까. 키안티 클라시코는 까스텔로 폰테루톨리의 베스트 셀링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90%를 중심으로 빈티지에 따라 기타 품종을 10% 블렌딩한다. 알싸한 미네랄, 향긋한 붉은 꽃, 상쾌한 허브, 가벼운 먼지 힌트와 오크 터치가 어우러지는 정제된 아로마와 체리, 자두, 딸기(잼) 등 검붉은 베리의 밀도 높은 풍미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타닌의 우아한 질감, 크리미한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엄선한 120개의 소구획에서 손 수확한 포도를 섭씨 26-28도에서 3주 정도 침용 및 발효한 후 225 & 500리터 프렌치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혁신과 전통이 공존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카판넬레,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Capannelle, Chianti Classico Riserva

100% 산지오베제만으로 양조한 품격 높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원뿔 모양의 1300-3000 리터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한다. 밀도 높은 체리와 붉은 베리 아로마가 아름답게 드러나며, 적절한 밸런스와 긴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스타일을 지향하는 카판넬레는 토양 분석을 통해 가장 잘 맞는 품종과 클론을 선택하는 동시에 최신 설비를 갖추고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와인을 만든다. 또한 몬테풀치아노의 명가 아비뇨네지(Avignonesi)와 함께 만든 슈퍼 투스칸 와인 ‘50 & 50’ 또한 유명하다.

 

'부드럽고 견고한 싱글 빈야드 키안티 클라시코' 
펠시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란치아' Felsina, Chianti Classico Riserva 'Rancia'

란치아는 해발 400m에 위치한 남서향 포도밭으로 토스카나의 특징적인 토양인 알베레제(Alberese)와 갈레스트로(Galestro)가 섞여 있다. 여기서 재배한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이 와인은 향긋한 꽃 향기와 레드 베리 풍미에 곁들여지는 스파이시 힌트가 포인트를 준다. 부드러운 타닌과 잘 짜인 구조감, 신선한 과일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펠시나의 대표적인 와인 중 하나. 손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해 섭씨 28-30도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6-20일간 침용 및 발효한 후 새 프렌치 오크에서 18-20개월, 병입 후 6-8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펠시나는 몬탈치노(Montalcino)와 가까운 키안티 클라시코 남쪽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e Berardenga)에서 1966년부터 3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와인 명가다.

 

'금빛 레이블이 상징하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품격'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오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Ruffino, Riserva Ducale Or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반짝이는 금색(Oro=Gold) 레이블이 잘 어울리는 이 와인은 2010년부터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최고 등급인 그란 셀레지오네 등급이 되었다. 지난 50년 간 불과 15개 빈티지만 출시했을 정도로 빼어난 빈티지에만 엄선해 만드는 와인이다. 키안티 클라시코 남서쪽 카스텔리나(Castellina)에 위치한 그레토레(Gretole), 산테다메(Santedame) 두 포도밭에서 양질의 포도를 손 수확해 양조하며, 콘크리트 탱크, 슬라보니안 오크, 뉴트럴한 올드 배럴에서 차례로 각각 12개월간 숙성한다. 바이올렛 아로마와 함께 체리, 검은 자두 풍미와 초콜릿, 시나몬, 발사믹, 향긋한 허브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와인이다. 산지오베제 80%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20%를 블렌딩해 만든다. 루피노는 1890년대 이탈리아 왕실 공식 납품 와이너리였으며, 미국 시장에 키안티 와인을 처음 수출하는 등 오랜 기간 그 품질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피에몬테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베네토의 아마로네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의 레드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와인 이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A di B' 같은 구조는 대략 'B지역에서 A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는 의미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도 마찬가지다. 브루넬로는 몬탈치노 지역에서 산지오베제 품종을 일컫는 이름이니 '몬탈치노에서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 된다. 키안티 클라시코 남쪽으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몬탈치노는 산지오베제 재배에 대단히 유리한 환경이다. 몬탈치노는 바위 투성이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중세 분위기의 마을로, 주변의 포도밭 또한 대부분 해발 100m에서 500에 이르는 척박한 경사지다. 게다가 여름 내내 무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완숙한 포도를 얻기도 쉽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몬탈치노의 산지오베제는 붉은 베리 아로마와 함께 검은 베리와 가죽 뉘앙스를 겸비한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내며, 풍성한 질감과 충분한 타닌을 더한다. 이런 장점을 살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스타일을 정립한 와이너리가 바로 비온디 산티(Biondi-Santi)다. 그들은 브루넬로의 특징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천천히 침용 및 발효한 다음 커다란 슬라보니안 오크통에서 몇 년, 병입 후 다시 몇 년에서 몇십 년의 긴 숙성을 거쳐 강건하고 묵직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비온디 산티의 와인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몬탈치노의 생산자들이 그들의 방식을 따르면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1980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떠올랐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산지오베제 품종만을 사용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최소 2년, 병입 후 최소 4개월 숙성 후 빈티지로부터 5년째 되는 해부터 출시할 수 있다. 리제르바의 경우 최소 오크 숙성 기간은 같으나, 병입 후 6개월 이상 숙성하여 6년째 되는 해부터 출시할 수 있다. 로소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어린 동생 격으로, 똑같이 산지오베제 100%로 만들지만 1년 숙성 후 바로 출시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가볍고 신선한 브루넬로를 즐길 수 있으며, 생산자는 브루넬로에 사용하기는 조금 아쉬운 포도를 이용해 빠르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는 더 좋은 포도만 사용해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왼쪽부터) 카사노다 디 네리 로쏘 디 몬탈치노, 콜도로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블루 라벨]

 

'어릴 때 즐기는 베이비 브루넬로' 
카사노바 디 네리, 로쏘 디 몬탈치노 Casanova di Neri, Rosso di Montalcino

토양의 특징과 품종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는 카사노바 디 네리. 그들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모두에게 100점 만점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빼어나다. 출시 즉시 애호가들의 표적이 되는 대표적인 생산자 중 하나. 로쏘 디 몬탈치노 또한 와이너리가 직접 소유한 두 포도밭의 산지오베제만을 사용해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만들듯 정성껏 양조한 후 나무통에서 12-15개월 정도 숙성하기 때문에 품질이 매우 높다. 완숙한 과일 풍미를 고혹적으로 드러내며 신선한 신맛과 풍부한 타닌이 조화를 이루는, 섬세함과 견고함을 겸비한 수준 높은 와인이다.

 

'유기농으로 드러낸 몬탈치노의 테루아' 
콜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Col d'Orcia, Brunello di Montalcino

콜도르치아는 '오르치아 강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소재지인 발 도르치아(Val d'Orcia)는 유네스코가 인류유산(Patrimony of Humanity)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콜 도르치아의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브루넬로가 명성을 떨치기 전부터 몬탈치노에서 와인을 만들어왔다. 포도밭뿐만 아니라 140 ha에 이르는 모든 영지에 유기농 인증을 받은 토스카나에서 가장 큰 유기농 인증 포도원이기도 하다. 콜도르치아의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는 시원한 허브, 침엽수, 스위트 스파이스와 검붉은 베리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며 은은한 다크 초콜릿 피니시로 마무리된다. 신맛, 타닌, 알코올의 밸런스가 훌륭해 출시 즉시 마시기도 좋지만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최고의 포도만 손 수확해 28도 이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8-20일 정도 침용 및 발효한 후 2500-5000 리터 슬라보니안 혹은 알리에(Allier) 오크에서 3년, 병입 후 1년 숙성해 출시한다. 전통적인 뉘앙스와 모던한 인상을 겸비한 맛있는 브루넬로.

 

'키안티 클라시코의 살아있는 역사'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블루 라벨 Fattoria dei Barbi, Brunello di Montalcino Blue Label

자타공인 브루넬로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그들의 부르넬로는 빼어난 품질과 높은 평가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인기가 높다. 레이블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소유주인 콜롬비니(Colombini) 가문의 문장으로, 1352년 시에나에서 몬탈치노로 이주한 후 지금까지 와인을 만들고 있다.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우아하고 온화하며 고전적인 인상의 와인이다. 달콤한 딸기, 체리 등의 섬세한 아로마에 싱그러운 시트러스 힌트가 스치며, 입에 넣으면 붉은 베리와 자두 풍미가 은은한 신맛,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수확 후 섭씨 16도에서 발효 전 침용을 통해 색과 향을 충분히 뽑아낸 후 27-28도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6-17일간 발효한다. 중간 사이즈 이하의 오크통에서 먼저 1개월을 숙성한 다음 커다란 오크통으로 옮겨 2년 더 숙성해 병입한다. 클래식한 브루넬로를 원한다면 강력 추천.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비노 노빌레'는 품종 이름은 아니고 '귀족적인 와인'이라는 뜻이다. 옛날부터 이탈리아의 교황과 귀족들이 즐겨 마셨다는 점에 착안한 이름으로 ‘몬테풀치아노 마을에서 생산하는 귀족적인 와인’이라는 의미다. 몬테풀치아노에서는 산지오베제를 프루뇰로 젠틸레(Prugnollo Gentile)라고 부른다. 몬테풀치아노는 브루넬로에서 동쪽으로 2-30km 거리에 있으며, 브루넬로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기후의 언덕 지대다. 강수량이 조금 더 많지만 배수가 잘 되는 모래 섞인 토양이라 문제는 없다. 다만 최근 비노 노빌레의 위상은 이름과는 조금 다르다. 브루넬로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지며 다른 토스카나 와인에 비해서도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비뇨네지(Avignonesi), 보스카렐리(Boscarelli), 폴리지아노(Poliziano) 등 빼어난 생산자들의 와인을 맛보면 왜 이 와인이 귀족적인 와인인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다른 생산자들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양조 시 산지오베제를 70% 이상 사용해야 하며, 최소 숙성 기간은 오크 숙성 1년 이상을 포함해 기본급 2년, 리제르바 급 3년이다. 로쏘 디 몬테풀치아노(Rosso di Montepulciano)는 짧게 숙성해 수확 다음 해 3월부터 출시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 이탈리아에서 산지오베제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몬테풀치아노 품종과 헷갈리지 말자. 예를 들어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Montepulciano d'Abruzzo)는 아부르쪼(Abruzzo) 지역에서 몬테풀치아노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이다.

 

[카르피네토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리제르바]

 

'와인 스펙테이터가 인정한 귀족적인 와인' 
카르피네토,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리제르바 Carpinet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Reserva

비노 노빌레라는 이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빼어난 와인으로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의 단골손님이다. 리제르바 답게 응축된 과일 맛이 은근한 동물성 부케와 마른나무향, 둥근 타닌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아한 질감과 강한 임팩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산지오베제 70%에 카나이올로 및 기타 품종을 30% 사용하며, 섭씨 25-30도에서 10-15일 동안 침용 및 발효 후 5500리터 슬라보니안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2년, 병입 후 6-8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카르피네토는 1967년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5ha의 포도밭으로 시작해 현재는 토스카나 전역에 5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역 별 특징을 살린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 토스카나의 주요 와인 산지  (출처 : italianwinecentral.com)  ]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토스카나 남부 해안과 가까운 마렘마(Maremma) 지역은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토스카나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안티노리(Antinori),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체키(Cecchi), 비온디 산티 등 내륙 지방의 주요 와이너리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볼게리(Bolgheri) 지역의 스타일을 모방해 슈퍼 투스칸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거나, 국제 품종을 포함한 다양한 품종들로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디저트 등 거의 모든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하지만 산지오베제 품종을 중심으로 만드는 DOCG 등급의 와인이 가장 유명한데, 그것이 바로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다. 모렐리노(Morellino)는 이 지역에서 산지오베제를 부르는 이름이며, 스칸사노(Scansano)는 생산 지역 중앙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고도가 높지 않으며 바다의 영향을 받아 온화한 기후를 드러내는 이 지역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는 다른 지역의 포도에 비해 신맛은 적고 살집이 좋으며 나긋나긋한 질감을 드러낸다. 산지오베제를 최소 85% 이상 사용해야 하며, 일반급은 수확 다음 해 3월부터, 리제르바는 오크 숙성 1년 포함 2년 이상 숙성한 후 출시한다.

 

[폴리지아노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둥글둥글 편안한 명가의 산지오베제' 
폴리지아노,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Poliziano, Morellino di Scansano

몬테풀치아노의 맹주 폴리지아노가 마렘마 지역에 진출해 설립한 로사(Lohsa)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이회토와 사암이 섞인 해발 100m의 남동향 경사지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 85%와 칠리에졸로(Ciliegiolo) 15%를 블렌딩해 만든다. 풋풋한 허브, 정향 아로마와 가벼운 체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풍미 등 신선한 베리 풍미가 느껴진다. 신맛이 잘 살아있으며 은근한 타닌이 제법 드러나는 미디엄 바디 와인. 손 수확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5-20일 침용 및 발효한 후 일부는 나무통,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다. 육류 요리와 함께하는 일상의 저녁 식탁에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와이너리 이름 폴리지아노는 소유주인 페데리코 카를레티(Federico Carletti)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시인 안젤로 암브로지니(Angelo Ambrogini)의 필명(Il Poliziano)에서 따왔다고 한다.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스타일

슈퍼 투스칸의 효시는 토스카나 중서부 해안에 위치한 볼게리의 자갈밭 토양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으로 만든 사시카이아(Sassicaia)다. 이후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마세토(Masetto) 등의 슈퍼 투스칸 와인들도 보르도 품종을 중심에 두었지만, 티냐넬로(Tignanello)를 시작으로 플라치아넬로(Flaccianello), 이 소디 디 산 니콜로(I Sodi di San Nicolo) 등 산지오베제 중심의 슈퍼 투스칸도 속속 등장했다. 이는 보르도 품종이 아닌 토스카나의 토착 품종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의 표현임과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생산 규정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티냐넬로, 카스텔라레 이 소디 산 니콜로,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라 코르테, 카르피네토 도가졸로 로쏘]

 

'전통에 기반한 슈퍼 투스칸의 원조'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는 온고지신의 슈퍼 투스칸이다. 티나넬로를 만든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는 사촌인 마리오 인치사 후작(Mario Inchisa della Rochetta)이 만든 사시카이아의 성공에 자극받긴 했지만 그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보르도 품종을 메인으로 하는 대신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반드시 포함해야 했던 화이트 품종을 사용하지 않았다. 와인 숙성에 최초로 225리터 프렌치 오크를 도입한 것 또한 포인트.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지역 안에 있던 테누타 티냐넬로로서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이룬 셈이다. 다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농익은 과일 풍미와 은근한 오크 뉘앙스가 조화를 이루며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벨벳 같은 타닌과 신맛이 긴 여운을 남기는 장기 숙성용 레드 와인이다. 1971년이 첫 빈티지로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한다.

 

'섬세하고 우아한 슈퍼 투스칸' 
카스텔라레, 이 소디 산 니콜로 Castellare, I Sodi San Niccolo

이 소디 산 니콜로는 향긋한 꽃향기, 은근한 스파이스와 침엽수 힌트, 다양한 베리 풍미에 어우러지는 오크 바닐라 뉘앙스가 일품인 와인이다. 촘촘한 타닌의 벨벳 같은 질감과 산미를 타고 길게 이어지는 여운 또한 훌륭하다. 마셔 보면 <와인 스펙테이터> TOP 100과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3글라스 리스트에 수시로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빈티지에 따라 산지오베제 85-90%에 말바시아 네라(Malvasia Nera)를 블렌딩하며,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프렌치 오크(50% new)에서 24-30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장기 숙성 잠재력을 겸비한 와인. 카스텔라레는 대표적인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이지만, 볼게리(Bolgheri) 지역에서 보르도의 도멘 바론 드 로칠드(Domaines Baron de Rothschild)와 합작 와인을 만드는 혁신적인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또한 제초제와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생산자로 레이블에 그려진 토스카나의 텃새는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품질을 위해 등급을 포기한 슈퍼 투스칸'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라 코르테 Castello di Querceto, La Corte

'라 꼬르테'는 현재 규정으로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급에 포함될 수 있지만, 품질을 위해 등급을 포기한 대표적인 와인 중 하나다. 2006년 법 개정 전까지 키안티 클라시코 DOCG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이트 품종을 블렌딩 해야 했다. 크뤼급 포도밭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만으로 복합적이고 밀도 높은 와인을 만들고 싶었던 퀘르체토는 라 꼬르테를 IGT 등급으로 출시했다. 산지오베제의 복합적이고 우아한 향기, 산뜻한 신맛과 드라이한 미감, 관능적인 뉘앙스가 제대로 드러나는 이 와인은 그때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여전히 IGT 등급을 고수하고 있다. 퀘르체토는 키안티 클라시코 협회의 창단 멤버일 정도로 전통을 중시하지만, 품질을 위해서는 규정 밖으로 뛰쳐나갈 줄도 아는 생산자다. 또한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아이콘급 와인부터 매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와인까지 좋은 품질의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레이블도 맛도 훌륭한 베이비 슈퍼 투스칸' 
카르피네토, 도가졸로 로쏘 Carpineto, Dogajolo Rosso

슈퍼 투스칸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베이비 슈퍼 투스칸(baby Super Tuscan)은 어떨까. 화려한 레이블이 인상적인 도가졸로는 카르피네토의 엔트리급 와인이지만 완숙한 과일 풍미를 중심으로 슈퍼 투스칸의 풍모를 갖춘 와인이다. 향긋한 체리 아로마에 블랙 커런트 뉘앙스가 더해지며, 바닐라와 커피, 스파이스 힌트가 뒤를 받친다. 구매 후 바로 마시기도, 3-5년 정도 숙성해 변화한 풍미를 즐기기도 좋다.

 

토스카나 이외 지역

토스카나 외에 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움브리아(Umbria), 라지오(Lazio), 마르케(Marche) 등에서도 산지오베제를 재배한다. 토스카나보다 북쪽에 위치한 에밀리아 로마냐의 경우 산지오베제가 완전히 익기에는 조금 서늘한 편이라 다른 품종의 블렌딩 파트너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산지오베제 디 로마냐(Sangiovese di Romagna)와 같이 산지오베제를 85% 이상 사용해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토스카나 남서쪽의 움브리아의 경우 산지오베제를 70% 이상 사용하는 토르지아노 리제르바(Torgiano Riserva)가 1990년 DOCG로 승격되었을 만큼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레드 와인은 물론 로제, 스파클링, 파시토(passito), 빈산토(Vin Santo) 등에 다양하게 산지오베제를 사용한다.

 

[룽가로티 루베스코]

 

'움브리아의 색다른 산지오베제' 
룽가로티, 루베스코 Lungarotti, Rubesco

영롱한 루비 컬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이름을 딴 루베스코는 토스카나와는 다른 산지오베제의 매력을 드러내는 와인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붉은색에서 피어나는 향긋한 과일 풍미와 담뱃잎, 스파이스 뉘앙스가 매력적이며, 훌륭한 밸런스와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미감이 특징이다. 산지오베제 90%에 콜로리노 10%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5일간 침용 및 발효 후 나무통에서 1년, 병입 후 1년 숙성해 출시한다. 룽가로티는 1960년대 현대 이탈리아 양조학에 선구자 조르지오 룽가로티(Giorgio Lungarotti)가 설립했으며, 움브리아의 DOC/DOCG 취득에도 크게 공헌한 명실상부 움브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와인21's PICK, 산지오베제(Sangiovese) 편 - 와인21닷컴

산지오베지는 아이콘 와인부터 매일 편하게 즐기는 저렴한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하는 다재다능한 품종이다. 맑은 루비 컬러에 바디감도 무겁지 않지만, 의외로 타닌 함량이 많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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