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 공부/와인21 기고

214. 와인 생산에 최적! 워싱턴주의 특별한 테루아 - 워싱턴 와인 101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7. 23.

미국 와인 연재와 유사하게 별도 연재했던 워싱턴주 와인 특집. 품질은 좋지만 나파 소노마 등 개별 지역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미국 와인인데, 워싱턴주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드러내면서도 가성비 뿜뿜한 와인들이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믿고 구매하는 지역 중 하나.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와인 생산에 최적! 워싱턴주의 특별한 테루아 - 워싱턴 와인 101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산지다. 1825년 처음 포도나무가 식재된 이래 현재까지 약 25,000 ha에 이르는 넓은 포도밭이 생겨났다. 1,000개가 넘는 와이너리에서 70여 품종을 사용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 또한 훌륭하다. 일례로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평가한 와인을 지역 별로 구분한 결과, 워싱턴주 와인은 90점 이상을 받은 와인의 비율은 높은 반면, 평균 가격은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극강의 가성비 와인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주요 와인 산지 별 <와인 스펙테이터> 90점+ 와인 비율 및 평균 가격 ]

워싱턴주 와인이 이렇게 빼어난 품질과 좋은 가격을 겸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8할은 워싱턴주의 특별한 테루아(Terroir) 덕일 것이다. 워싱턴주의 생산자들 또한 그들만의 독특한 테루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테루아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건립한 최첨단 와인 연구 시설인 와인과학센터(Wine Science Center)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도대체 테루아란 무엇인가. 토양을 비롯해 와인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이나 기후 등 모든 자연환경을 뜻하는 말이 아니던가. 도대체 워싱턴주의 테루아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는 것일까.

 

지형과 토양

학창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판 구조론'을 기억하는가? 지구 표면을 이루는 여러 개의 판들이 이동함에 따라 지진, 화산활동 등 다양한 지질현상이 발생한다는 이론 말이다. 천만년 혹은 그보다 더 전에 태평양 판과 북아메리카 판의 충돌로 올림픽 산맥과 캐시케이드 산맥이 융기했고, 당시 분출한 용암들이 워싱턴주에 두터운 현무암(basalt) 층을 형성했다. 이 용암대지는 콜롬비아 강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으며 워싱턴주를 넘어 오리건주와 아이다호주까지 걸쳐 있을 정도로 광대하다.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놓은 고원은 현재 해발 고도가 200-600m 정도라 포도 재배에 알맞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아의 방주'급 대홍수가 워싱턴주의 지형과 토질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미줄라 대홍수(The Missoula Floods)'라고 불리는 이 홍수는 15,000년 전 몬타나주와 아이다호주 경계 부근에 있던 빙하기에 형성된 얼음이 녹으며 발생했다. 거대한 호수의 물길을 막고 있던 이 얼음이 녹으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나왔고, 현재 콜롬비아 밸리(Columbia Valley) 지역을 물바다로 만든 후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대홍수는 2,000년 동안 수십 차례 반복적으로 일어나 경이로운 단층과 협곡을 만들었으며, 표토를 깎아냈다가 다시 퇴적시키기를 반복하면서 넓은 지역에 다양한 토질을 형성했다.

 

[ 미줄라 대홍수의 영향을 받은 지역 ]

마지막으로 바람의 노래가 힘을 더했다. 빙하기의 퇴적물들이 오랜 시간 바람에 의해 풍화돼 쌓인 황토(loess) 층이 비옥한 표토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가볍고 고운 입자인 황토는 배수가 좋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분을 유지하는 양면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포도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해 포도 재배에 최적의 토양으로 꼽힌다. 황토는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인 콜롬비아 밸리의 포도밭에서 흔히 보이는 대표적인 토양이 되었고,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조금 단순화해 정리해 보자. 몇천만 년 전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용암 지대는 와인 재배에 적당한 고도와 지형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고, 빙하기 이후 발생한 대홍수는 다양한 지형을 만들고 양질의 퇴적토를 쌓았으며, 오랜 기간에 걸친 바람이 포도 재배에 최적인 황토를 날라 주었다.

 

[ 워싱턴주의 다양한 토양 ]

기후

워싱턴주의 와인 산지는 주로 북위 46도 위아래로 걸쳐 있다. 이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와 북부 론(Northern Rhone)과 유사한 위도로, 포도 재배에 유리한 '꿀 위도'다. 약 23.4도 기울어진 자전축이 만들어낸 효과로 인해 포도 생육 기간에 충분한 일조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핵심 산지인 콜롬비아 밸리의 4-9월 평균 일조량은 약 14-16시간으로 온화한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Napa Valley)보다 1시간 정도 많다. 일조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교차다. 따뜻한 낮에는 포도가 충분히 익어 당분을 축적하고 생리적으로 성숙할 수 있으며, 서늘한 밤에는 신선한 산미(acidity)와 향긋한 아로마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의 7-9월 평균 일교차는 섭씨 17-19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커서 포도가 완숙됨과 동시에 산미의 밸런스까지 조화롭게 유지해 준다.

 

[ 올림픽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에 의한 비 그늘 효과 ]

강수량 또한 포도 재배에 최적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포도의 수분이 증가해 당도와 풍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장마철 직후 시장에 나온 과일의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와 유사하다. 콜롬비아 밸리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300일이 넘고 연평균 강수량은 150-200mm에 불과하다. 이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서쪽의 올림픽 산맥(Olympic Mountains)과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을 통과하면서 비를 뿌린 후 수분을 모두 잃은 상태로 콜롬비아 밸리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로 비 그늘 효과(Rain Shadow Effect)라고 하는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푄(Föhn)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혹시 물이 너무 적어 포도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강인 콜롬비아 강에서 충분한 수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콜롬비아 강은 주변 포도밭에 빛을 반사하고 공기 순환을 촉진해 서리를 방지하는 등의 도움도 준다.   

 

[ 콜롬비아 밸리 포도밭 전경 ]

이밖에도 대륙성 기후를 보이는 워싱턴주는 겨울은 매우 추워 병충해를 억제하고, 여름은 강렬한 더위와 낮은 습도로 질병 발생을 낮춘다. 게다가 토양 특성 덕분에 필록세라가 살 수 없어 대목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뿌리를 유지한 포도나무에서 품종의 순수성을 그대로 반영한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빼어난 토양, 충분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적은 강수량 등과 어우러져 특별한 테루아를 구성한다. 워싱턴주 와인이 완숙 과일 풍미를 드러내는 신세계적 특징과 우아한 밸런스를 지닌 구세계적 특징을 겸비할 수 있는 이유다.

 

 

와인 생산에 최적! 워싱턴주의 특별한 테루아 - 워싱턴 와인 101 - 와인21닷컴

워싱턴주는 와인 생산에 최적의 테루아를 갖추고 있다. 몇천만 년 전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용암 지대는 와인 재배에 적당한 고도와 지형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고, 빙하기 이후 발생한

www.wine21.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