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동쪽 대평리에 위치한 와인샵, 슬기로운 와인생활.
워낙 발사진이라 느낌이 좀 안 살지만;;; 와인샵 아랫길로 50m 정도만 내려가면 대평 포구 쪽으로 보이는 절벽은 정말... 엄청난 장관이다.
위 지도 박수기정 아래쪽의 툭 튀어나온 곳인데, 3일 내내 저 절벽 보면서 매일 감탄했음... 근처에 뷰 맛집으로 제법 유명한 카페루시아도 있고, 와인샵 바로 앞에는 라울이라는 맛있는 이탈리안 비스트로도 있어서 겸사겸사 들릴 만하다.
슬기로운 와인생활의 쥔장은 세계 와이너리 투어를 했던 와인쟁이 부부. 소믈리에르 출신 아내와 와인 기자 출신 남편이 의기투합해 1년 이상 와이너리 투어를 했고, 그 경험을 엮은 책도 출간했다. 최근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을 소재로 <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이라는 책도 냈다. 네이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와인 콘텐츠도 꾸준히 만들고 있는, 슬기로운 와인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부부다.
가게 내부.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국가의 와인들이 알차게 진열돼 있다.
본인들의 취향보다는 방문하는 고객을 배려해 와인 리스트를 짠다고. 방문 고객의 취향과 필요에 맞게 세심하게 와인을 추천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화면의 양 옆에 계신 분들이 와인쟁이 부부다. 가운데는 모 와인 수입사 대표님ㅋ
야외에 가볍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1개 정도 준비돼 있고, 간단히 안주가 될 수 있는 샤퀴테리와 치즈도 팔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구매한 와인을 바로 마실 수도 있다. 단, 코로나로 방역이 강화된 상황이거나 다른 고객이 먼저 선점하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 문의를 해야 한다.
우리는 근처 맛집에서 공수한 음식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서 마시다가 해가 진 후에 실내로 들어왔다. 지인 찬스♥
넷이서 6병 마셨는데 신경 써서 마신 것만 가볍게 메모. 첫 와인은 주인장님들이 추천해 준 오스트리아 레드 와인이다.
밀랍으로 마감한 게 마음에 든다. 왠지 좋아ㅋㅋㅋ
Hager Matthias, 11 Hager Rot Reserve 2012 Niederosterreich
조명이 어두워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사용한 품종들을 감안할 때 컬러가 제법 짙은 편. 처음 코를 대면 풍성한 허브 향이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나며, 영롱한 작은 레드 베리와 자두, 블랙커런트 등 다양한 베리 풍미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살살 스월링을 하면 향긋한 바이올렛 향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목 넘김 후엔 후추 뿌려서 구운 고기 같은 스파이시 & 스모키 뉘앙스. 생생한 신맛과 부드럽게 무두질한 타닌이 좋은 밸런스의 탄탄한 구조감을 형성한다. 현재 너무 마시기 좋은 상태로, 다층적인 레이어의 복합적인 풍미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뿜어냈다.
해게르(애게르?) 마티아즈(Hager Matthias)는 오스트리아 북부, 니더외스터라이히 캄프탈(Kamptal) 지역에 자리 잡은 생산자다. 그의 집안은 친환경 와인을 3대째 생산해 오고 있으며, 비오디나미 단체 중 하나인 데메테르(Demeter)의 멤버이기도 하다. 살충제, 제초제, 성장제, 와인 첨가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의 손꼽히는 명 생산자 FX 피흘러(F.X. Pichler)와도 친한 모양. 레드, 화이트, 펫낫, 오렌지 등 다양한 스타일/레인지의 와인을 만든다.
구글 번역을 돌려 보면 캄프탈의 전형적인 토양에서 올드 바인 쯔바이겔트(Zweigelt), 생 로랑(St. Laurent), 피노 누아(Blauen Burgunder)를 오크통에서 24개월 숙성해 부르고뉴 스타일로 만든 와인이라는 설명이다. 2011년은 과일이 아주 건강하게 완숙한 해라고.
내 취향에 아주 잘 맞는, 그리고 아주 맛있고 품질 좋은 와인을 추천해 주셨다. 역시 내공이...
두 번째는 내가 선물로 가져온 와인인데, 와인샵에 와인 선물 ㅋㅋㅋㅋㅋ 그냥 같이 마셨다ㅎㅎ 샵에서 파는 와인은 아님.
Familia Nin-Ortiz, Partida 'Les Planetes' 2015 Priorat
짙은 검보라 빛... 앞의 와인보다도 훨씬 진하다. 약간의 환원취가 지나간 후에도 꿈꿈하게 '자연스러운' 뉘앙스가 드러나는데, 거부감보다는 친밀감이 드는 뉘앙스다. 붉은 베리와 딸기, 블루베리 등 검붉은 베리 풍미와 함께 쫀쫀한 타닌과 생생하게 살아있는 산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풍미의 밀도가 높고, 제법 묵직한 스타일인데도 술술 넘어가는 것이 아주 맛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해 재배하고 유기농 인증을 받은 포도밭의 그르나슈(Grenache) 60%, 카리냥(Carignan) 40%로 비오디나미 월력에 따라 양조했다. 이스트를 첨가하지 않고 이산화황도 최소한만 사용하여 테루아를 드러내는 와인을 추구했다.
파밀리아 닌 오티즈(Familia Nin Ortiz)는 에스터 닌(Ester Nin)과 그녀의 남편인 카를레스 닌(Carles Nin)이 운영한다. 에스터는 프리오랏 포레라(Porrera) 마을에 있는 북사면의 가장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해발 650m의 편암층 토양에 명성 높은 포도밭 마스 덴 카카도르(Mas d’en Cacador) 1.2 ha를 구입했고, 카를레스는 그 이전에 핀카 레스 플라나테스(Finca Les Planates) 근교에 약 5ha의 포도밭을 구입하여 오래된 가르나차와 까리냥 포도나무를 복원했다. 그들은 비오디나미 농법에 근거하여 독자적으로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포도를 재배하며, 모든 발효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각 포도원의 특성에 맞추어 딱 두 종의 와인만 생산하는데, 마스 덴 카카도르에서 8,500병 한정 생산하는 닛 데 닌(Nit de Nin, 2004 이후)과 오늘 마신 플라네테스 데 닌(Planetes de Nin, 2008이후)이다. 특히 닛 데 닌은 2012년 이후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로부터 최소 97점 이상을 획득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플라네테스 데 닌의 점수가 낮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플라네테스 데 닌 2015년 빈티지도 <와인 애드버킷>으로부터 95점을 받았으니까. 다만 장기 숙성형이 아닐 뿐이다.
어쨌거나 통금 시간(?)인 10시가 다 되어서까지 신나게 먹고 마시고, 와인 한 병 더 사서 나왔다. 이 와인을 마실 때면 이 날의 즐거운 추억이 되살아나겠지.
20210810 @ 슬기로운 와인생활(대평포구)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