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만드는 과정이 더 즐거운 칵테일, 사제락(Sazerac)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1. 16.

클래식 칵테일 사제락(Sazerac). 재료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 빌드 형식으로 만드는 칵테일인데도 오묘하게 만들기가 번거로운 칵테일이다. 그런데 솔까 이런 번거로운 과정 자체가 나름 즐겁기도 하다. 과정을 지날 때마다 하나하나 쌓여가는 풍미가 제법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재료는 라이 위스키, 압생트, 페이쇼드 비터스(Peychaud's Bitters), 각설탕 하나, 레몬 필. 그리고 올드 패션드 글라스라고도 하는 락 글라스가 2개 필요하다. 하나는 믹싱 글라스를 쓸 수도 있지만 왠지 그냥 글라스를 쓰는 게 더 맛이 나는 듯.

 

일단 글라스 하나는 칠링을 위해 냉동실에 넣는다. 완성 후 마실 글라스이므로 더 예쁜 걸 넣도록 한다. 원래는 얼음을 넣어 칠링하지만 냉동실에 넣는 게 덜 번거롭고 효과도 더 좋다. 

 

다른 글라스에는 각설탕을 넣고 페이쇼드 비터스를 3대시 뿌린다. 아낄 필요 없다. 페이쇼드 비터스는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마법의 물약 같은 거니까. 빨갛게 물든 각설탕을 부수다 보면 마치 딸기나 체리 사탕 같은 향이 나는데 이게 참 마음에 든다.

 

이제 라이 위스키를 넣고 노를 저을 시간이다. 라이 위스키를 45ml 정도 넣고 설탕을 녹이는 것. 붉게 물들었던 설탕이 그 컬러를 위스키에 빼앗기며 하얗게 변했다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참을 저어도 설탕은 다 녹을 줄을 모르니 은은하게 퍼지는 오크 향이 지겨워질 때까지만 적당히 저어 주면 된다.

 

이제 냉동실에 칠링해 둔 잔을 꺼낼 차례. 

 

시원한 잔에 압생트를 조금 따라 슬슬 돌려가며 잔 표면에 압생트를 코팅한다. 물씬 피어나는 특유의 아니스 향을 감상하면서. 압생트로 린스를 하지 않고 팔각을 살짝 담갔다 꺼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잡생각은 남은 압생트와 함께 수채 구멍에 버린다. 그리고 아까 다른 잔에 만들어 놓은 칵테일을 압생트로 린스 한 잔에 따르면 완성. 

 

아차차, 레몬 필을 잊었구나. 작은 부분이지만 레몬 필이 있고 없고는 이 섬세한 칵테일의 풍미에 큰 차이를 만든다. 그러니 레몬이 있을 땐 반드시 사제락을 마셔야 한다. 

 

내가 지금 사제락을 마시는 것도 다 레몬 때문이다.

 

완성. 얼음이 없다 보니 도수가 제법 높고 온도 또한 상온과 유사하다. 그래서 여름보다는 겨울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이다. 

 

독하지만 달콤한, 그리고 향긋함이 감도는 매력적인 칵테일, 사제락이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