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전용 브랜드 커클랜드 시그니처(Kirkland Signature).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편인데, 주류 쪽도 마찬가지다. 가장 유명한 게 프렌치 보드카(French Vodka)인데 그레이 구스(Grey Goose)에서 만든다는 소문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우연한 기회에 커클랜드 브랜드를 달고 나온 버번을 맛보게 되었는데, 품질이 넘나 괜찮아서 깜짝 놀랐다. 후배가 코스트코에서 3병 사 둔 건데 최근에 단종되어서 현재 코스트코에는 없을 거라고. 한 병을 넘기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고맙게 한 병을 사 왔다.
가격은 1리터에 6.29만 원. 보통 과거에 와터 101이었던 와일드 터키 8년 숙성(Wild Turkey aged 8 years)이 750ml에 4만 원 대 중후반 정도에 팔리니까, 대략 비슷한 가격인 셈이다. 알코올 도수도 51.5%로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이건 마트 자체 브랜드인 데다 7년 숙성이고 와터 8년은 증류소 핵심 라인업의 오피셜 보틀인데, 과연 비슷한 가격에 살 가치가 있는 걸까? 솔까 나는 와터 8년을 지나가다 한 모금 마셔보았을 뿐, 제대로 음미한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버번이 내 입맛에 더 잘 맞는 건 확실하다.
병목에는 위스키 애드버킷(Whisky Advocate) 91점이라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하지만 와인과는 다르게 위스키 애드버킷의 점수는 그닥 권위가 있어 보이진 않... 는데.
그래도 나름 스몰 배치 버번이다. 배치 넘버도 적혀 있는. 설마 다 똑같은 숫자는 아니겠지;;;
그런데 문구가 조금 애매하다. 버번이면 버번이고 테네시(Tennessee) 면 테네시지, 테네시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Tennessee Straight Bourbon Whiskey)는 당췌 뭐임??
원래 버번은 최소 51% 이상의 옥수수가 포함된 곡물을 발효해 만든 술을 알코올 80% 이하로 증류해 불에 태운 새 오크 통에 숙성해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40% 이상의 알코올 도수로 병입한 위스키를 말한다. 꼭 버번에서 생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기만 하면 어떤 지역에서 생산해도 상관은 없다. 흥미로운 건 현재 버번 카운티는 조례에 의해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술을 제조할 수가 없다. 따라서 버번에서는 버번을 만들 수 없는 셈.
숙성 기간 또한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데, 2년 이상 숙성하면 스트레이트 버번(Straight Bourbon)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그리고 4년 미만 숙성한 제품은 반드시 보틀에 숙성 기간을 명기해야 한다. 그러니 숙성 기간이 명기되지 않은 버번이라면 최소 4년 이상은 숙성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테네시 위스키는 버번의 친척 뻘이다. 하지만 2013년 공식적으로 버번에서 분리됐다. 테네시 위스키가 버번과 차별화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반드시 테네시 주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링컨 카운티 프로세스(Lincoln County Process)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링컨 카운티 프로세스는 단풍나무 숯으로 숙성된 위스키를 여과하는 작업인데, 이 작업을 거치면 위스키가 더 부드러워지며, 동시에 단풍나무 특유의 달큼한 향을 머금게 된다고 한다. 단, 벤자민 프리차드(Benjamin Prichard) 위스키의 경우 링컨 카운티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가 있다.
그래서 이 위스키는 버번 위스키인가, 테네시 위스키인가. 답은 버번 위스키이다. 테네시 디스틸링 LTD(Tennessee Distilling LTD)라는 테네시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만든 원액을 사용했지만, 링컨 카운티 프로세스는 거치지 않고 일반 버번과 같이 만든 듯하다. 그러니 법적 분류로는 버번인 셈.
Kirkland Signature Premium Small Batch Tennessee Straight Bourbon Whiskey aged 7 years
커크랜드 시그니처 프리미엄 스몰 배치 테네시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 7년 숙성
은은한 바닐라와 화사한 꽃 향기, 달콤한 캐러멜과 토스티 오크 풍미가 과하지 않게 드러난다. 몇 개월 간 에어레이션이 됐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낮지 않은 도수임에도 입 안에서의 타격감이 강하지 않고 상당히 부드럽게 넘어갔다. 칵테일 용으로는 물론 니트나 온 더 락으로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볼 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고.
1L니까 거의 1년 정도는 걱정 없이 사용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거 마시다 보면 다른 버번들은 언제 맛보게 되려나;;;;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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