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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아리안나 오끼핀티(Arianna Occhipinti) 와인 디너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6. 11. 7.

 

시칠리아의 떠오르는 샛별, 아리안나 오끼핀티(Arianna Occhipinti) 디너.

 

 

 

 

 

 

오끼핀티는 시칠리아 남부 비토리아(Vittoria)에 위치한 비오디나미 농법을 활용하는 와이너리다.

이탈리안 답게(?)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역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와인을 추구한다고.

손으로 슥- 그린 듯 편안한 오키핀티의 문양이 와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하다.

 

 

 

 

 

아리안나 오끼핀티가 본격적으로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6세 무렵.

삼촌인 지스토 오끼핀티(Giusto Occhipinti)를 따라 이탈리아 최대 와인전시회 비니탈리(Vinitaly)를 경험하고 나서다.

 

이후 양조 공부를 위해 밀라노 소재 대학에 진학했으나 상업적인 방식에 집중하는 수업에 심한 이질감을 느꼈다고.

결국 대학을 자퇴하고 고향인 비토리아에 돌아와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04년 21세의 어린 나이에 양조를 시작했으며 '13년엔 자신의 의도에 맞는 새 와이너리를 건축했다.

현재 22ha의 포도밭에서 레드 품종인 프라파토(Frappato), 네로다볼라(Nero d'Avola), 

그리고 화이트 품종인 알바넬로(Albanello), 지비뽀(Zibibbo)를 재배한다.

 

 

아리안나 오끼핀티는 완벽주의자로 조그만 결점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란다.와이너리 내부만 해도 극도의 청결을 추구해 파리나 모기는 커녕 먼지 하나 발견하기가 어렵다고.30대 초반의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시칠리아의 라이징 스타로 인정받는 이유가 아닐런지.

 

 

 

 

 

특히 그녀가 애정하는 품종은 프라파토.

 

섬세한 꽃과 가벼운 붉은 베리 아로마를 지닌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검은 베리 풍미에 두툼하고 힘있는 스타일로 대표되는 네로 다볼라와는 대척점에 있다.

 

 

사실 프라파토의 중흥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바로 그녀의 삼촌인 지스토 오끼핀티. 

최근 플라네타(Planeta)가 재빠르게(약삭빠르게? ㅋ) 확산하고 있어 살짝 억울해하고 있단다ㅎㅎㅎ

참고로 지스토 오끼핀티는 1980년대 초반부터 코스(COS)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초기엔 가야로부터 숙성을 위한 오크통을 사올 정도로 열정적이며

2000년부터는 암포라에 와인을 숙성하는 등 자연주의적 방법을 시도하는 생산자다.'05년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Cerasuolo di Vittoria) DOCG 승격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시칠리아의 와인 지도... 너무 귀엽다ㅋ (출처)

 

비토리아는 우측 아래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의 서쪽에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

붉은 양토(red loam)가 덮고 있는 흰 석회질(limestone) 토양이 비토리아의 대표적인 떼루아.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는 시칠리아 유일의 DOCG이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다.

 

 

비노비노 ㅎㄷㅁ 이사님의 와이너리/와인 소개 후 와인 & 다이닝시작.   

모든 와인이 훌륭했지만 오끼핀티와 코스의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비교 시음은 특히 이날의 백미!

 

 

 

 

첫 번째 와인은 오늘의 유일한 화이트.

 

 

Arianna Occhipinti, SP68 Bianco 2015 Terre Siciliane IGT

 

진한 황금빛의 반짝이는 질감만으로도 매력이 충만한 와인.

말린 파인애플, 말린 살구 향에 가볍게 묻어나는 산화 뉘앙스.  

완숙한 과일의 단내, 그리고 익숙한 모스까또의 향기가 언뜻 스윗 와인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입에 넣으면 확실히 드라이한 미감, 풍만한 질감에 꽉 찬 풍미.

완숙 핵과와 열대 과일 풍미에 견과 껍질 같은 쌉쌀한 힌트, 정향 허브와 연기 미네랄까지.

바디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구조감이 좋고 화사한 풍미가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지비뽀(모스카토 디 알렉산드리아) 60%에 알바넬로 40% 블렌딩.

6개월 정도 콘크리트 스틸 탱크에서 숙성 후 추가 1개월 병입 숙성한다.

 

 

알바넬로는 과거엔 주로 파시토 방식으로 말려 스위트 와인을 만들거나 

주정 강화 와인인 마르살라(Marsala)에 블렌딩되었다.

최근에는 생산량이 상당히 줄어들어 오끼핀티네 동네, 

그러니까 시칠리아 남부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러니 이 와인을 드시는 건 진정 레어템을 드시는 것임ㅇㅇ

오끼핀티가 이러려고 알바넬로를 재배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지 않도록 꼭 드셔보시길.

 

 

 

 

 

첫 디시는 토마토 새우 양배추쌈 오븐 요리.

내용물과 양배추의 앙상블이 아주 훌륭했음... 집에서 한번 시도해 보고 싶더라는.

 

 

 

 

첫 번째 레드 와인은 화이트의 짝궁.

 

 

Arianna Occhipinti, SP68 Rosso 2014 Terre Siciliane IGT

 

밝은 미디엄 루비 컬러에 어울리는 생동감 넘치는 허브, 그리고 알싸한 미네랄.

달콤한 시나몬과 스모키한 모카, 복합미를 더하는 가벼운 농장 힌트도 가볍게 느껴진다.

입에서는 야생 베리류와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의 신선한 풍미와 생생한 산미 또한 매력적. 

미디엄 정도의 바디에 탄닌은 가볍고 편안하게 술술 넘어간다.

복합적이면서도 깔끔함이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기분.

로쏘 역시 6개월 정도 콘크리트 스틸 탱크에서 숙성 후 1개월 병입 숙성한다.

 

SP68 로쏘는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와 같은 밭 포도로 양조했기에 세컨드 와인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칠리아 IGT등급인 이유는 프라파토 70%, 네로 다볼라 30% 라는 블렌딩 비율 때문.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DOCG를 받으려면 프라파토는 30-50%, 네로 다볼라는 50-70%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프라파토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더움 섬세하고 신선한 가벼움이 잘 살아있는 와인이 된 듯.

수준급 프라파토 생산자의 솜씨를 처음부터 느낄 수 있었던 와인.

 

 

SP68은 오끼핀티 와이너리가 위치한 도로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그녀가 추구하는 지역의 존중과 거들먹대지 않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SP68 비앙코/로쏘를 포함한 그녀의 모든 와인은 토착 이스트(indigenous yeast)로 양조한다.

 

 

 

 

 

시칠리아식 밥 튀김 아란치니... 음식 역시 와인처럼 편안하다.

 

 

 

 

 

 

Arianna Occhipinti, Il Frappato 2014 Terre Siciliane IGT

 

영롱한 미디엄 루비컬러에 알싸한 미네랄, 차분히 정제된 아로마.

하지만 스월링을 하고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딸기와 라즈베리, 체리의 방순한 풍미가 잔잔하게 피어오른다.

가볍고 신선한 미감에 가볍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탄닌, 시간이 갈 수록 살아나는 산미.

미디엄 바디에 여리여리한 구조, 다홍빛 꽃잎의 향긋하고 풋풋한 느낌과 초컬릿 힌트의 피니시.

 

풍미가 두껍진 않지만 여리여리한 느낌이 외려 오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속이 비칠 듯 말 듯한 씨쓰루의 느낌이랄까.

 

 

일반적으로 비오디나미/내추럴 와인 계열은 동물성 향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오끼핀티의 경우 동물성 뉘앙스가 절제된 깔끔한 풍미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런 기조를 대표적으로 잘 느낄 수 있었던 와인.

22개월 25hl 슬라보니안 오크 숙성 후 2개월 병숙성한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임과 동시에 결코 쉽지 않은 와인이다.

장기 숙성용 와인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 정도는 충분히 견디며 매력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지금의 생생함이 어느 정도 사라지며 형성되는 부케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단호박 꽈트로 포마지 카펠레티.

 

카펠레티는 네모난 생면 파스타에 속을 채워넣고 끝부분을 붙여 

위가 뾰족한 작은 모자 모양으로 만든 만두 비슷한 파스타다.

 

 

 

 

후추를 뿌리면 더 맛있을 거라는 홍이사 님 의견을 따라 후추 투척... 진짜 맛있었음 ㅎㅎㅎ

 

 

 

 

 

 

Arianna Occhipinti, Siccagno Nero d'Avola 2013 Terre Siciliane IGT

 

조금 짙은 검보라빛 루비 컬러.

검은 베리와 건포도 아로마 그리고 가죽 힌트.

입에 넣으면 블랙베리, 블랙 체리, 라즈베리와 적포도 본연의 풍미가 

로스트 아몬드와 시나몬 캔디, 화한 허브 힌트와 함께 드러난다.

미디엄풀 바디에 풍미의 임팩트가 제법 강하지만 신선하고 섬세한 인상 또한 살아 있다.  

피니시의 알싸한 뉘앙스에서는 '익숙한 청량음료(!)'가 연상되기도.

22개월 25hl 슬라보니안 오크 숙성 후 2개월 병숙성한다.

대중적인 네로 다볼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성.역시 오끼핀티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랄까.여담인데 전반적으로 오끼핀티 와인은 컬러에서 연상되는 인상과 아로마/풍미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메인 요리와 함께 두 종류의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먼저 코스의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클라시코.

 

 

COS, Cerasuolo di Vittoria Classico DOCG 2013

 

인상적인 정향 정향 정향... 그리고 시나몬.

장미, 야생 꽃과 허브 아로마와 커런트, 체리, 자두 등 (검)붉은 과일 풍미.

무엇보다 입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실키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미디엄풀 바디에 은근한 탄닌과 정제된 산미, 긴 여운과 날선 구조감, 그러면서도 좋은 밸런스.

주질이 훌륭하다... 부르고뉴의 좋은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듯. 

바롤로와 블라인드 시 맞추기 어렵다는 ㅎ이사님 말씀도 납득이 된다.

프라파토 40%에 네로다볼라 60% 블렌딩... 커다란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숙성한다.

 

 

체라수올로는 체리같다는 의미.

 

아부르쪼에도 체라수올로 다부르쪼(Cerasuolo d'Abruzzo)라는 DOC가 있는데 체리 같은 로제 '컬러' 때문.

반면에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는 주도적인 체리/베리 같은 '풍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에는 오끼핀티의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홍이사님 표정이 상당히 잼있었는데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이모티콘 처리 ㅋㅋ

 

Arianna Occhipinti, Grotte Alte Cerasuolo di Vittoria DOCG 2012

 

가벼운 농장 향이 스치듯 지나간 후 알싸한 미네랄이 드러난다. 

앞의 와인들보다는 쫀쫀한 타닌이 '비교적' 두텁게 느껴진다.

스모키한 검은 베리, 다크 체리, 블랙베리... '비교적' 검은 느낌도 강하다.

처음엔 삼촌의 것 보다는 와일드하고 강하다... 는 느낌이었는데

마시다 보니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딸기와 붉은 체리에 더해지는 스모키 모카 뉘앙스의 피니시. 

(미디엄)풀 바디에 훌륭한 밸런스, 탄탄한 구조감으로 확실한 장기 숙성형 와인이다.

프라파토와 네로 다볼라를 각각 50%씩 블렌딩.

32개월 25hl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숙성 후 4개월 병 숙성한다.

 

 

오끼핀티 자신도 바롤로와 유사하다고 인정할 정도.

실제로 바롤로 생산자들과 함께 올빈끼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는데

어떤 게 오끼핀티의 와인인지 맞추지 못했다고.

올해 12년 빈티지가 나왔으니 출시 시기 또한 바롤로와 유사하다.

 

스파이시 소스의 갈비찜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코어의 밀도는 느껴지는데

향이 확 피어오르지 않고 전반적으로 잔잔한 느낌이라 조금 난해했다.

하지만 그만큼 츤데레한 매력이 느껴졌던 와인.

 

 

 

 

 

메인 와인들과 함께 한 찜갈비 브라사토.

 

같이 나온 병아리콩(?)이 맛과 질감 양쪽에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함.

요것도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던데... 와인을 많이 넣어야 하고 밸런스 맞추기도 쉽진 않을거라고ㅠㅠ

 

 

 

 

 

 

디저트.. 살살 녹는 것이 맛있었음.

 

 

 

 

 

 

리마인드 단체샷... 레이블부터 스타일, 품질, 맛에 이르기까지,

전체 세트로 구매하고 싶었지만 내 용돈으론... 흙.

 

 

 

 

그래서 프라파토하고 코스의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 한 병씩 구매. 

 

체라수올로 디 비토리아도 오끼핀티 것으로 살까 하다가, 이날의 퍼포먼스는 코스가 더 좋았으므로.

물론 오끼핀티 것도 주질이 좋고 시간이 갈 수록 풍미가 피어난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상당히 오래 망설였지만 역시 용돈의 장벽이... 애 딸린 유부남의 비애여ㅠㅠ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20161027 @ 알파르코(올림픽공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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