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것 같지만, 세계적으로는 상당히 유명한 클래식 칵테일 중 하나가 바로 브롱크스(Bronx)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데, 크리스마스에 많이 마신다고 한다. 참고로 브롱크스는 뉴욕 주의 한 지역 이름으로 브롱크스 동물원이 유명하다. 근데 왜 난 몰랐지;;;
금주법 시대에 등장한 클래식 칵테일로, 단속을 피하기 위한 프루티한 오렌지 주스의 컬러와 풍미가 돋보이는 칵테일이다. 오래된 칵테일인 만큼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계란 노른자를 섞은 골든 브롱크스(Golden Bronx), 흰자를 섞은 실버 브롱크스(Silver Bronx)가 특히 유명한 듯.
큰 틀에서 보면 진(Gin)과 드라이 베르무트(Dry Vermouth),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를 함께 쓰는 퍼펙트 마티니(Perfect Martini)에 오렌지 주스를 추가한 베리에이션으로 볼 수도 있다.
사용하는 재료는 대체로 유사하지만, 칵테일 레시피 사이트마다 비율은 천차만별이다. 전반적으로 최근의 경향은 진의 비율을 높여서 드라이하고 깔끔한 형태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이 너무 높아진다는 느낌. 클래식한 레시피는 진과 두 베르무트를 합친 비율이 1:1에 가깝지만, 그래도 진의 비율이 살짝 더 높다. 베르무트는 위에 링크한 디포즈가이드처럼 스위트 베르무트의 비율이 살짝 높거나 같은 비율로 첨가한다. 오렌지 주스는 보통 진의 50% 전후로 사용하는 듯. 리커닷컴의 경우 8:1:1:4 라는 극단적인 비율인데, 이렇게 되면 베르무트는 그저 약간의 향을 더하는 정도이고 진과 오렌지 주스가 전체 풍미를 주도하게 될 것 같다.
어떤 비율을 쓸까 고민하다가, 나는 알쓰이니까 진 : 스위트 베르무트 : 드라이 베르무트 : 오렌지 주스의 비율을 2:1:1:1로 했다. 그리고 오렌지 비터스도 2대시 듬뿍 뿌리고. 전반적으로 매우 프루티한 스타일이 되지 않을까...
셰이커에 모든 재료를 때려 넣고 열심히 셰이킹하여 칠링한 사워 글라스에 따랐다. 요렇게 보니 역시나 오렌지 주스 같은 컬러...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왤케 컬러가 칙칙한지...과연 맛이 있을까 한 모금 살짝 마셔 봤는데 와, 이거 완전 상큼하다. 그렇다고 오렌지 주스 맛만 강하게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오렌지 주스가 튀어나가려는 걸 나머지 요소들이 부여잡고 있는 느낌. 다른 요소들이 뭉글하게 튀어나오냐면 그건 또 아니긴 한데, 그래도 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일하는 듯 맛이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베르무트와 진의 향이 아주 미묘한 오라를 형성하는 듯. 오렌지의 강렬한 풍미와 상큼한 신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심심하지 않아 술술 넘어간다.
포스팅을 하는 동안 한 잔을 다 마셔버렸음-_-;;; 알쓰도 쉽게 비울만큼 쉬운 칵테일이랄까. 조금 더 술답게(?) 마시고 싶으면 진의 비율을 살짝 높여도 괜찮을 듯.
옆에서 프로도 컵에 오렌지 주스 얻어 마시고 있던 아들냄도 향이 좋다고 한다. 마시다 취하는 줄 모르는 앉은뱅이 술이다. 작업주(?!)로도 안성맞춤인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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