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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뜻밖의 환대로 기분 좋았던 바, 푸시풋 살룬(Pussyfoot Saloon)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 4.

한남오거리에 위치한 바, 푸시풋 살룬(Pussyfoot Saloon).

 

 

Pussyfoot (Non-alcoholic) Cocktail Recipe

to make a pussyfoot (non-alcoholic) use mint leaves, orange juice (freshly squeezed), lemon juice (freshly squeezed), lime juice (freshly squeezed), grenadine/pomegranate

www.diffordsguide.com

pussyfoot의 사전적 의미는 살며시 걷거나 우유부단하게 망설인다는 뜻이지만, 유명한 논 알코올 칵테일 이름이기도 하다. 1920년대 유명한 금주 운동가이자 금주법의 수호자였던 윌리엄 E. 존슨(William E. Johnson)의 별명에서 따왔다고.

 

어쨌거나 한남오거리와 순천향대학교 사이 골목에 위치한 푸시풋 살룬은 입구를 찾기가 살짝 어렵다. 이른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컨셉이랄까. 금주법 시대 인물의 별명을 딴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코어라고 쓰인 문의 옆 공간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오묘한 느낌의 좁은 계단이 있다. 밤에는 낙상사고 조심해야 할 듯^^;; 계단을 돌면 작은 노천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밖에서 낮술을 즐기기도 좋을 듯.

 

바에 앉아서 본 풍경. 현재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예쁘게 장식돼 있다. 

 

목재와 벽돌, 철제가 조화롭게 사용된 인테리어와 적절한 조명, 음악이 어우러져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잘 보이지 않는 입구를 찾아 들어오면 비비드한 분위기에 '와우!' 하게 된달까. 모던 스피크이지 바의 느낌. 몇 분 섞여 있는 외국인 바텐더 분들도 그런 분위기를 강화하는 듯. 모두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시기 때문에 영어를 잘 못해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칵테일 메뉴. 클래식 칵테일을 살짝 트위스트 한 것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도 있다.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듯. 보틀이나 잔으로 즐길 수 있는 몰트 리스트도 충실하게 갖춰 두셨다. 

 

내가 주문한 칵테일은 올드 프렌드(Old Friend). 진과 캄파리, 자몽 주스와 생 제르맹(St. Germain)을 셰이킹 해 만든다. 

 

진과 캄파리, 그리고 자몽의 조합은 역시나 찐이다. 달콤 상큼 쌉싸름한 맛에 은은한 꽃향기가 가볍게 감도는 듯. 식전주로 알맞은 풍미지만 알코올이 어느 정도 있으므로 식후주나 두 번째 잔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한 잔 더 마시고 싶었는데, 다음 약속이 있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바텐더님에게 한 잔 더 마시지 못해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을 전하다가 사실 오늘이 1년 육아휴직 후 첫 출근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숏 글라스를 쭉 늘어놓으시고는 캄파리를 절반 정도 따르신다. 

 

그리고 나머지는 페르넷 브랑카(Fernet Brana)로. 그런데 아마로 몬테네그로(Amaro Montenegro)는 왜 꺼내셨을까ㅋㅋㅋㅋㅋ 아마 처음엔 몬테네그로를 활용하시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꾸신 듯.

이렇게 만들어진 한 잔을 나에게 주시고 나머지는 다른 스텝들에게 돌렸다. 그리고는 다 같이 건배! 그리고는 본인부터 시원하게 원샷을 때렸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한 번에 쭉 털어 넣었다. 복합적인 스파이스 풍미와 쌉쌀함 뒤에 잔잔히 남는 뒷맛. 그리고 순식간에 몸에 퍼지는 알코올 기운과 따뜻함. 복귀 축하주로 완벽했다.

 

손님에게만 가볍게 한 잔을 서비스 하기보다는 스텝과 함께 축하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훨씬 더 세련되고 멋진 방법인 것 같다. 손님의 처진 기분을 순식간에 업 시켜 준 hospitality에 솔직히 감동했달까. 

푸시풋 살룬은 화려한 분위기에만 치중하지 않는, 진정성을 갖춘 바인 듯. 

 

조만간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단골이 되고 싶어졌으니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건 캄파리 로드 캠페인. 요 여권처럼 생긴 패스와 무료 시음권을 들고 아래 리스트의 바를 방문하면 캄파리를 사용한 칵테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① 서촌 참바 @bar.cham
② 안국 공간 @gong_gan_anguk
③ 연희 코블러 @cobbler_yeonhee
④ 연희 책바 @chaegbar
⑤ 연남 연남마실 @yeon_nam_mashil
⑥ 서교 디스틸 @bar_dstill
⑦ 한남 소코바 @soko_bar
⑧ 한남 푸시풋살룬 @pf.saloon
⑨ 해방촌 프래그릿 @fragrit_bar
⑩ 청담 제스트 @zest.seoul
⑪ 청담 테라스룸 @terraceroom.seoul
⑫ 청담 앨리스 @alice_cheongdam
⑬ 신사 파인앤코 @pineandco_seoul
⑭ 신사 문리버 @moonriver_bar
⑮ 논현 장생건강원 @bar_jangseng

 

나는 첫 스타트를 넘나 잘 끊은 듯.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고마워, 푸시풋 살룬.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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