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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요수정 크리스마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2. 24.

요수정을 아지트 삼아 만나는 후배 두 명과 방역수칙을 엄수하는 송년모임을 즐겼다.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방역 수칙 강화로 6시 30분에 시작해 9시에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아쉬운 우리는 30분 먼저 만나 식전주를 한 잔씩 즐겼다. Angiolino Maule, Masieri 2010 Veneto IGT. 베네토에서 가르가네가(Garganega)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처음부터 내추럴 와인 특유의 환원취와 톡 쏘는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환원취를 좀 날리고 나면 상큼한 사과와 레몬 풍미에 상쾌한 허브 스파이스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후배들이 식전주를 아주 제대로 골랐다. 안주 없이도 부담 없이 즐기며 입맛을 돋우기 좋은 와인. 

 

노마 코르크를 썼다. 제로 카본에 재활용 가능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내추럴 와인에 합성 코르크는 살짝 안 어울리는 느낌.

 

오늘의 메뉴는 와인 페어링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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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와인은 Zana Morel Red Pet-Nat. 펫낫 치고는 상당히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는 탄산이 인상적이다. 약간 탁하지만 딸기 쭈쭈바 컬러랑 비슷한데 맛 또한 그와 유사한 느낌.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딸기맛 아폴로가 연상된다는 의견에도 동감. 

 

검색해 보니 피노 누아 75%, 메를로 15%, 카베르네 소비뇽 10%를 블렌딩했다. 알코올 함량도 13%로 펫낫 치고는 높은 편.

 

동해산 피문어에 트러플을 아낌없이 썼다. 

 

대방어와 살사 베르데. 와, 대방어 지방 오졌다. 대존맛.

 

Le Romoh, Zana Jagot 2016. 이름이 Jakot이 아니라 Jagot이다. 원래는 토카이(Tokaj)라고 불리던 화이트 품종을 헝가리의 EU 제소로 인해 프리울라노(Friulano)라고 부르게 되면서, 프리울라노 품종으로 만든 와인 이름을 풍자적인 의미로 Tokaj를 거꾸로 쓴 Jakot이라고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요 와인은 거기서 한 번 더 비튼 것인지... 잘 모르겠다.

버터와 야쿠르트 같은 부드러운 풍미가 전체를 주도하는 게 젖산 발효가 완전히 진행된 느낌. 조금 투박한 느낌이긴 하지만 입 안에서의 질감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술술 넘어간다. 생산지역은 슬로베니아의 고리스카 브르다(Goriska Brda). 

 

관자와 성게를 채운 에클레어. 요거 참 오묘하다.

 

통통한 관자와 싱싱한 성게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치킨 살사 타고. 와, 타코가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삼키기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다음 와인은 Le Romoh, Ian Sauvignon 2017.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이 와인은 깨 볶는 것 같은 구수한 향과 열대 과일, 과일 사탕 같은 달콤한 과일 풍미가 상당히 강하다. 산미도 좋고 깔끔하며, 컬러 또한 탁하지 않고 비교적 투명해서 누가 마셔도 좋아할 것 같은 타입. 

 

상대적으로 평범(?)했던 트러플 라비올리.

 

싱가포르 스타일 페퍼 새우 요리. 머리부터 깨물어 먹었는데 바삭바삭 고소한 게 아주 맛있었다. 꼬리까지 다 먹음.

 

레드 와인 시작. Azienda Martini Georgea, Zero 8 Rosso Aleatium A19/21. Aleatico 품종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으로, 향긋한 붉은 꽃 향에 약간 이국적인 뉘앙스가 감도는 붉은 베리 풍미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산미가 강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생기가 없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저 부드럽고 편안하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선호하는 스타일 중 하나.

 

로마풍 까르보나라. 무난한 베이컨을 쓰셨는데도 풍미는 지대로다. 

 

프렌치 렉. 위의 세 가지 소스들이 단조로움을 없애주는 킥.

 

Azienda Martini Georgea, Zero 8 Rosso R19/21.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들었다는 알레아티코 품종보다 확실히 단단하고 타닌감이 느껴지며, 산미 또한 강하다. 명확한 붉은 베리와 체리 풍미, 붉은 자두와 커런트 뉘앙스가 좀 더 각 잡힌 느낌. 프렌치 렉과 아주 잘 어울렸다.

 

구름아 양조장, 유자가09. 예전에 마셨던 묵은 녀석보다 유자 향도 훨씬 신선하고 곡물 가루의 질감도 우유처럼 훨씬 부드러웠다. 와, 이 막걸리는 정말 물건이다. 웬만한 와인들이 그냥 발릴 것 같은 느낌. 조만간 나올 청주가 넘나 기대된다.

 

초코 갈레트 데 루와(Galette des Rois au Chocolat). 갈레트 데 루아는 왕의 과자라는 뜻.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월 6일 주님공현대축일에 먹는 과자라고 한다. 

 

서울 브루어리, 프룻 트럭 사워 에일 트리플 베리. 딸기딸기 베리베리한 풍미가 새콤한 신맛을 타고 섬세하게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쯤 되니 정줄을 좀 놓았다 ㅋㅋㅋ

 

후배가 구해 준 일엽편주 탁주.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와 함께 마실 생각을 하니 기부니가 좋다. 내년에도 좋은 후배들과 요수정 미팅은 계속될 듯. 모두 Merry Christmas!!

 

20211223 @ 요수정(광흥창, 대흥)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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