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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가정식 이탈리안 비스트로, 루니코(L'UNICO)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 4.

용산에 위치한 가정식 이탈리안 비스트로, 루니코(L'UNICO).

 

남영역, 삼각지역, 효창공원 역으로 만든 삼각형의 가운데쯤에 있다. 접근성은 효창공원역>남영역>삼각지 순으로 좋은 듯.

 

귀여운 루돌프로 장식된 메뉴판. 루니코 쿠치나는 '단 하나의 부엌'이라는 뜻이란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추구한다는데, 정말 진짜 레알 혼또니 그랬다. 가격도 꽃등심 스테이크(300g) 4.9만을 제외하면 1~2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안티파스티는 1~1.5만, 파스타 류는 1.5~2만 수준.

콜키지는 병당 1만 원인데 2병까지만 반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주말에는 와인을 한 병 시켜야 반입이 가능하다고.

 

담백하니 맛있었던 식전 빵. 

 

식전주로 업장의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시켰다. Domaine des Trottieres, Cremant de Loire Brut NV.

 

슈냉 블랑(Chenin Blanc)과 샤르도네(Chardonnay)를 사용한 루아르 크레망인데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사과 꿀 같은 뉘앙스가 영롱한 미네랄과 어우러져 식전주로 제격이었다.

 

크레망과 잘 어울렸던 부라타 샐러드.

 

싱싱한 재료들의 밸런스가 좋다.

 

소꼬리 라구. 면은 리가토니를 썼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먹고 싶었던 메뉴인데, 역시 맛있다. 미트 소스가 지나치게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진한 맛을 내서 더욱 좋았던 듯. 

 

어란 파스타. 유일한 실패작이다. 맛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맛은 좋은데 와인이랑 충돌이 난다. 심지어 루아르 크레망을 마셔도 비린 맛이 부각될 지경. 와인을 마신다면 이 파스타는 피하는 게 좋겠다.

 

내가 준비한 두 병의 와인. 이탈리아 동북부의 베네토 지방과 최남단 시칠리아 섬의 와인이다. Graci, Etna Rosso 2017은 피에몬테의 맹주 안젤로 가야(Angelo Gaja)가 최근 핫한 지역인 에트나(Etna)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실제로도 화산이 폭발해서 핫(?)한 안타까운 지역...ㅠㅠ 그런데 처음엔 약간의 환원취에 아로마가 덮인 데다가 어란 파스타와 강하게 충돌하는 바람에 제대로 매력을 못 느낀 것 같다. 그레도 드라이한 허브와 플로럴 허브, 화산재를 연상시키는 미네랄이 고혹하게 드러나며, 나중엔 영롱한 작은 붉은 베리 풍미가 수줍게 드러났다. JS 93점, WA 92점을 받은 저력은 확실히 느껴지는 듯. 2018 빈티지도 샀으니 그땐 좀 더 집중해서 마셔 봐야지.

Allegrini, La Grola 2016은 검은 베리 풍미에 후추 같은 스파이스, 모카커피 뉘앙스가 실키한 질감에 실려 아름답게 드러났다. 역시나, 애정하는 알레그리니의 슈퍼 베로네제 다운 퍼포먼스. 아파시멘토(appassimento)나 리파소(ripasso) 같이 풍미를 농축시키는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빼어난 와인을 만들어냈다. 코르비나(Corvina) 90%, 오셀레타(Oseleta) 10%의 줄기를 제거해 가볍게 압착한 후 20-28°C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5일 정도 매일 펌핑 오버를 하며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프렌치 오크에서 16개월, 매링(marrying)을 위해 2개월 숙성한 후, 병입하여 10개월 이상 안정화해 출시한다. JS 93점, WE 92점.

 

알레그리니 라 그롤라는 특히 등심 스테이크와 아주 잘 어울렸다. 스테이크는 작게 썰어서 식감이 살짝 아쉬웠지만, 여럿이 함께 안주로 먹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일행이 가져온 와인이 한 병 더 있어서 혹시 한 병 더 열어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원래는 안 되지만 콜키지 3만 원에 허용해 주겠다고 한다. 살짝 고민하다가 열었는데 로맨틱, 성공적.

 

열심히 먹고 마시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San Marzano, F Negroamaro 2015는 검은 체리(잼) 풍미에 곁들여지는 허브 스파이스, 초콜릿 같은 뉘앙스가 매력적인 풀 바디 와인이다. 알코올이 14.5%나 되는데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미의 밸런스가 좋다. 신맛이 조금 적었지만 음식들과 페어링 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살짝 과숙한 네그로아마로의 줄기를 제거해 8°C의 낮은 온도에서 하루 이틀 cold soak maceration을 진행한 후 24-26°C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0일 정도 토착 효모로 발효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유산 발효까지 마친 후 부드럽게 압착해 프렌치 오크와 코카서스 오크(Caucasian oak)에서 12개월 숙성.  

 

안주가 살짝 모자라 추가로 시킨 멜란자네.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가지의 식감이 아주 예쁘게 살았다. 두 개 먹은 사람 좋겠다(?!)ㅋㅋㅋㅋㅋㅋ

6시 30분에 시작해 9시까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알차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한 듯. 간만에 속 시원하게 잘 놀았다. 회사에서 가까우니 저녁에 간단히 한 잔 하는 용도로 자주 이용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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