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청기와 타운에서 레알 술꾼들을 만났다.
청기와 타운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콜키지 프리 고깃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도 인테리어도 미국 한인타운을 연상시키는... 실제로 미국에서 역수입된 게 아닌가 싶다. 뇌피셜
콜키지 프리이지만 와인도 제법 많이 갖추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진열된 와인들을 보고 깜놀. 엔트리급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가격대도 스타일도 상당히 다양하다.
몇 가지 와인의 가격을 살펴보니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마트 등 소매점에서 파는 가격에 5천~1만 원 정도 콜키지를 붙인 수준이랄까.
예를 들어 로저 구라트 리제르바 브뤼(Roger Goulart Reserva Brut) 4.3만 원,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3.5만 원, 우마니 론키 요리오(Umani Ronchi Jorio) 2.3만 원, 파우스티노 Ⅰ 그란 레제르바 리오하(Faustino Ⅰ Gran Reserva Rioja) 3.1만 원, 프루노토 바롤로 6.5만 원. 이 정도면 와인을 가져가지 않고 사 마셔도 괜찮을 수준이다.
테이블에서도 와인 가격을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다시 봐도 와인 가격이 좋다.
하지만 오늘은 와인을 준비했다. 고깃집에서는 역시 샴팡♥
예전에 살짝 테이스팅만 해 보았던 샴페인 골든 블랑(Champagne Golden Blanc Brut NV). 오늘은 본격 드링킹이다.
골든 블랑은 인터리커에서 샴페인 생산자인 볼레로(Vollereaux)에 한국 입맛에 맞는 샴페인을 의뢰하고 패키지와 이름까지 정해서 생산한 샴페인이다. 이런 샴페인을 MA(Marque d'Acheteur)라고 하는데, NM, RM은 알아도 MA는 처음 보는 듯.
그도 그럴 것이 골든 블랑은 한국 최초의 MA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레이블 하단에 보면 MA 번호가 쓰여 있는데 잘 안 보이네;;; 어쨌거나 골든 블랑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 볼레로(Vollereaux)에서 만드는 샴페인이다. 친척 소유의 포도밭에서 정성껏 재배한 포도만을 사용해 긴 숙성 과정을 거쳐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샴페인을 만든다.
볼레로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소유주 겸 와인메이커 인터뷰는 위 기사 참고.
마치 아르망 드 브리냑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금빛 패키지가 아주 고급지다. 실제 이런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패키지도 실제 아르망 드 브리냑 샴페인 패키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거라고. 패키지 진품성 쩔어~~~
요 샴페인에는 재미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최적 음용 온도가 되면 레이블의 페가수스가 핑크색으로 변하는 것.
미리 냉장고에서 칠링을 해 왔음에도 아직 페가수스의 컬러는 흰색... 아이스 버킷이 필요하다.
아이스버킷에 넣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러 페가수스의 레이블이 핑크색으로 변한 게 보인다 ㅋㅋㅋㅋ 얼른 마시고 싶어서 현기증이 날 정도...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를 각 1/3씩 블렌딩 했고, 병에서 효모 잔여물과 함께 36개월 동안 숙성 후 출시한다. 도자주는 12g/L로 Brut 등급으로서는 넣을 수 있는 양을 모두 넣었다. 덕분에 자극적인 신맛은 누그러지고 좀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고기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 꿀꺽꿀꺽 마시느라 잔에 따르는 사진은 찍지도 못했...
고기는 뭘 먹을까. 안창살은 생고기고 갈비류는 양념 고기라길래 일단 안창살부터 시켰다.
정갈한 기본 찬이 들어오고,
참숯 오픈... 난 이렇게 숯 잘 쓰는 집이 넘나 좋다.
안찰상 등장.
두께도 사이즈도 맘에 든다.
직원 분이 오셔서 알맞게 구운 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주신다. 우리는 먹기만 하면 됨.... 내가 젤 좋아하는 시스템이다. 고기 맛도 상당히 준수하다.
다음은 왕갈비 등장. 와, 이거 물건이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씹는 맛에 과하지 않은 양념이 딱 마음에 든다. 무조건 시켜야 할 메뉴...
술도 훅훅 들어가고.... 오랜만에 만나는 개점이, Dog Point, Marlborough Chardonnay 2019. 깨 볶는 향이 노란 과일 풍미와 함께 화사하게 드러난다. 와우~
그렇다면 육회지... 아보카도를 곁들인 버전이다.
요로코롬 잘 비벼서 냠냠... 와인도 안주도 술술 들어간다. 아보카도 육회는 오크 숙성 화이트 와인용으로도, 레드 와인용으로도 아주 좋을 듯.
마지막 와인은 신문물과 함께 등장...
Coto de Imaz, Gran Reserva 2012 Rioja. 놀라운 게 작년 12월 다른 모임에 가지고 나갔다가 마시지 못하고 다른 사람 손에 들려 보냈던 와인인데, 이걸 이렇게 다시 만나네....
마지막에 긴 여운을 남긴... 하지만 우리는 넘나 취했지 ㅋㅋㅋㅋ
원래 영등포 쪽에 있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분점을 낸 듯. 영등포, 남영 외에 잠실에도 분점이 있다. 회사 근처에 집에 가는 길이니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음. 와인 한 병 들고 가서 고기 한 점 먹기 딱 좋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고냥의 취향 > 음식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산 오마카세 스시야, 스시이젠(鮨 いぜん) (0) | 2022.03.16 |
---|---|
편안하고 맛있는 합정역 비스트로, 깔모누아(Calmonua) (0) | 2022.01.28 |
가정식 이탈리안 비스트로, 루니코(L'UNICO) (0) | 2022.01.04 |
요수정 크리스마스 (0) | 2021.12.24 |
[여의도] 즐겁고 쾌활한 스시야, 니와-아루히(庭-ある日) (0) | 2021.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