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집에서,
기가 막히게 훌륭한 술들을 만났다. 천지람(天之藍)과 몽지람(夢之藍)을 동시에 만날 줄이야...
오래 전에 해지람을 마셔봤는데, 좋은 술이긴 하지만 풋풋한 뉘앙스가 좀 거슬렸던 기억이 있다. 과연 천지람, 몽지람은 어떨까...
몽지람은 강소양하주창고분유한공사(江苏洋河酒厂股份有限公司)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바이주다. 해지람, 천지람과 함께 양하남색경전(洋河蓝色经典)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는데, 생산자도 소비자도 몽지람은 별도로 대우할 정도로 격이 다른 술이다. 몽지람은 다시 M3/M6/M9 등 여러 종류로 나뉘며 같은 종류 내에서도 알코올 함량이 다른 술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맛본 것은 M6 52% 버전. 오래된 발효 구덩이에서 180일 이상 발효하며, 증류 원액은 지하 셀러에서 15년 동안 숙성해 출시한다고.
몽지람의 향형은 면유형(绵柔型)인데, 크게 보면 농향형(浓香型)에 포함된다. '향이 면(솜)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게 길게 이어지는 타입'이라고 해서 생산자 스스로 양하남색경전 등 주요 라인업을 면유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비교를 위해 천지람을 먼저 한 잔 맛보고 몽지람을 마셨다.
천지람은 화사한 흰 꽃 향기와 열대 과일, 서양배 같은 달콤한 향기가 풍성하게 피어나는 전형적인 농향형 백주다. 입에 넣었을 때의 농밀한 질감과 어우러져 즉각적인 쾌락을 선사하는 스타일이다. 52%라는 알코올 함량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그런데 천지람과 몽지람을 가져온 후배는 '맛있는 연태구냥 같다'라고 ㅋㅋㅋㅋ 풍미의 스펙트럼 면에서 유사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천지람은 2/3병 이상 남았으니 나중에 다시 마셔 보고 별도 포스팅을 하기로.
몽지람은 그런 면에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과일향은 상대적으로 덜 달고 절제된 느낌으로 베이스에 깔리며, 복합적인 스파이스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한층 명확한 존재감. 상대적으로 날렵한 바디감과 탄탄한 구조감이 느껴지는데, 역시 52%라는 알코올 도수에 비해서는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편안함보다는 뭔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스타일. 살짝 어려우면서도 그런 만큼 더욱 매력 넘치는 술이다.
이런 명주를 이렇게 마구 마셔도 되나... 싶은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지만, 좋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마시는 게 원래 좋은 술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좋은 기회를 준 후배들에게 감사할 뿐.
집주인 후배가 만든 뽀떼(potée). 완전 술도둑이다. 보통 와인 안주로 자주 먹는다는데, 와인은 물론 맥주, 위스키, 바이주 등 다양한 주류와 곁들여 먹기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요리법도 쉬워서 손님 오실 때 준비하기 아주 좋을 듯.
쫄면 소스로 버무린 쌀국수. 쌀국수가 좀 덜 익어서 꼬독꼬독했는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먹던 불량식품(?)이 떠오르는 맛이었다ㅋㅋㅋㅋ
기본 안주 빵. 가운데 있는 할라피뇨 베이컨 빵 특히 맛있었는데, 어디서 파는 걸까나. 챙겨준 쿠키는 아이들이 넘나 좋아했다능^^;;
원래 분짜였던 것... 과 집주인 어머님의 특제 김치전. 저 김치전 쫄깃 바삭한 게 넘나 맛있었다.
디저트 와인 역할을 해 준 Haart Goldtröpfchen Spätlese 2011. 정말 딱 마시기 좋게 숙성돼서 매끈한 단맛과 요구르트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선사했다. 마무리로 굿.
한 해의 마지막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을 마시며 보낼 수 있어서 넘나 행복했다. thanx!!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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