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의 스마트오더 '와인25 플러스'에서 구매한 술 중 하나, 고월용산 소흥주(古越龍山 紹興老酒). 맨 오른쪽 항아리에 담긴 술이다. GS25 관계자 아님, 내돈내산^^*
5년 숙성 2병 + 잔 2개 세트를 17900원에 팔고 있다. 잔은 다른 걸로 변경될 수 있다더니, 실제로 다른 디자인이 왔다. 뭐, 어차피 잔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소흥주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마셔 보고 싶었을 뿐.
중국술 하면 보통 '고량주'라고 부르는 바이주(白酒)를 떠올린다. 증류주이기 때문에 도수가 보통 30~50% 수준으로 높고 향이 화사한 농향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증류주 외에 양조주도 즐기는데, 대표적인 것이 황주(黄酒)이고 황주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소흥주다. 중국 발음으로는 샤오싱주(Shàoxīngjiǔ)에 가깝다.
소흥주는 찹쌀과 보리누룩, 저장성(浙江省)에 위치한 감호(鑒湖)의 물을 이용해 담근다. 알코올 도수는 15∼20%로 색깔은 짙은 갈색이며, 오래 숙성될수록 향이 좋아진다. 보통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지만, 여름에는 차게 마시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태원 청키면가에서 데운 소흥주를 마셔본 것 같다.
소흥주가 나오는 소흥(紹興)은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만(杭州灣) 남쪽 닝소(寧紹) 평원에 있으며,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의 도읍지였다. 사오싱주는 중국의 황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를 치러 갈 때 군사들과 마셨던 술이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삼국지나 수호지에도 영웅호걸들이 마시는 술로 자주 등장한다. 소흥 지방에서는 딸을 낳으면 소흥주를 담가 시집갈 때 처음으로 내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소흥주는 위안홍주(元紅酒), 지아환주(加飯酒), 쉬앙쉬에주(香雪酒), 산니엔주(善釀酒) 등으로 나뉜다. 위안홍주는 사오싱주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술이며, 1979년 전국평주회에서 우량주로 선정되었다. 위안홍주라는 이름은 술 가마를 붉게 칠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첫 번째로 맛있는 술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지아환주는 약간 쓴맛이 나며, 찹쌀을 10% 정도 더 사용한다. 쉬앙쉬에주는 술을 빚을 때 물 대신 사오싱 지방의 조소(糟燒)를 사용한다. 알코올 도수는 20%이며, 맛이 달고 향이 진하다. 따뜻한 물이나 탄산수에 희석시켜 마시기도 한다. 산니엔주는 위안홍주를 2∼3년 정도 묵혔다가 술을 빚을 때 물 대신 사용하여 만든다. 선량한 노파가 신선에게 얻은 술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오래된 것은 별도로 오래 묵은 것을 라우주(老酒)라고 하는데, 정확히 얼나마 숙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숙성주에 노주라는 표현이 붙은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니 5년 숙성은 당연히 노주라고 할 수 있을 듯.
사진을 찍기 전에 붉은 천을 풀었다가 급하게대충 다시 묶어서 사진 찍음 ㅋㅋㅋㅋ 병입 년월이 2019년이니 병에서도 3년 가까이 숙성이 된 셈이다.
예상보다 밝은 앰버 골드 컬러. 코를 대면 뭔가 달콤한 과실(청) 향기와 함께 구수한 곡물 풍미가 드러난다. 뭔가 숙성으로 인한 감초나 두충 같은 약재 향이 감도는 것 같기도. 입에 넣으면 역시나 생각보다 부드럽고 순한 편. 처음엔 좀 낯설었는데 마실 수록 술술 넘어간다. 어떤 요리랑 먹어야 맛있을지 궁금한데 저장성이 상하이 바로 남쪽에 위치한 지역인 만큼 광동 요리와 곁들이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몇 년 전 상하이에 갔을 때 소흥주를 마시지 않았던 게 아쉬울 뿐.
남은 한 병은 중국요리와 함께 마셔야겠다. 근데, 내가 광동요리를 먹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나마 대중적인 광동요리는 딤섬이잖아. 그냥 만두 구워서 먹거나, 좀 제대로 먹고 싶으면 팔보채나 전가복 같은 걸 시켜서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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