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산 메리골드 자몽의 마지막 한 개를 까먹다가, 갑자기 칵테일 재료로 쓰려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심지어 이렇게 사진까지 찍어 두었는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마지막 한 개를 생각 없이 먹을 뻔했다.
그래서 급하게 멤버(?)들을 다시 모았다. 목표는 헤밍웨이 다이키리(Hemingway Daiquiri). 화이트 럼에 라임주스와 심플 시럼으로 맛을 내는 단순 명료한 칵테일인 다이키리를 헤밍웨이를 위해 변형한 버전(을 다시 트위스트 한 버전)이다. 양은 2배 정도로 늘고 단맛은 정돈되며 과즙 풍미가 조금 더 드러난다. 하지만 나는 알쓰인 데다 자몽 과즙의 양이 오리지널 레시피에서 필요한 양(40ml) 만큼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양을 반으로 줄였다. 파파 도블레(Papa Doble)가 아니라 파파 솔테라(papa soltera) -_-;;;
일단 글라스는 증명사진 찍은 후 냉동실로 직행했다. 그런데, 반쯤 갈라 먹은 메리골드 자몽을 어떻게 짜는 게 좋을까? 이제와 스퀴저로 짜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일단 먹을 때처럼 알알이 분리해서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머들러로 눌러 짜기로-_-;;;
머들러로 가볍게 눌러줬더니 손쉽게 과즙이 나왔다. 그럼 빨리 칵테일을 만들어야지.
셰이커에 얼음을 다섯 개 정도 넣고, 럼 30ml, 마라스키노 체리 리큐르 7.5ml, 라임주스 7.5ml를 추가한다.
그리고 스트레이너로 과즙을 걸러내며 지거에 착즙 자몽주스를 20ml 계량. 따르기 전에 살짝 맛을 보니 청포도 같은 상큼한 단맛에 일반 자몽보다 쌉쌀함과 상큼한 신맛은 확실히 덜하다. 잘못하면 밋밋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쉐킷쉐킷 해서 칠링해 놓은 글라스에 따랐다. 라임주스도 신선한 걸 착즙해서 썼으면 좋았겠지만, 라임을 집에 상비하기엔 버리는 양이 너무 많아서...ㅠㅠ
일단 멜론 같은 파스텔톤의 은은한 그린 컬러가 나름 마음에 든다. 글라스와도 잘 어울리는 듯.
확실히 오리지널 헤밍웨이 다이키리에 비해 상큼함은 조금 부족하고 단맛도 조금 부드러운 듯싶다. 그런데 그 강하디 강한 마라스키노 체리 리큐르의 풍미를 상당 부분 완화시키며 청포도와 시트러시한 풍미를 강조해 맛에서도 '연둣빛 인상'을 남긴다. 밸런스도 맛도 좋아서 한 잔이 금세 비워졌다.
아무래도 헤밍웨이 다이키리 때문에 오리지널 다이키리를 멀리하게(?) 될 것 같은 기분...
메리골드 자몽은 먹기는 좀 귀찮지만 맛있고 보관 기간도 길어서 다음에 또 사 먹기로. 게다가 이렇게 칵테일에 쓸 수도 있으니까 ㅎㅎㅎ 정릉시장에서 사면 개당 천 원 꼴이라 가격도 아주 좋다♥
참고로 메리골드 과육 자체는 상당히 달고 맛있지만, 껍질은 조금만 섞여 들어가도 쌉쌀함을 넘어 쓴맛을 아주 오래 남긴다. 그러니 최대한 껍질을 제거해야 하고, 먹을 때 입안에 조금이라도 섞여 들어가면 빨리 뱉어내는 게 좋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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