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나러,
논현동 와인 북 카페로.
Wine Book Cafe... 어떻게 띄어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와인북 카페인가, 와인 북카페인가... 혹은 와인 북 카페인가.
실제 카페 안을 들여다보면 각종 와인책들로 가득차 있으니 와인북 카페인 것 같기도 하고,
와인책 외에 다른 책들도 있고 와인을 마실 수 있으니 와인 북카페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카페라기보다 비스트로이다보니 와인과 책, 커피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면 되려나 ㅎㅎㅎ
급하게 들어가느라 외관과 내부 사진도 못 찍었지만... 뭐, 와인북카페야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라며 나의 덤벙댐을 무마해 본다;;;;)
와인북카페 위치.
을지병원 사거리에서 SK주유소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바로 보인다.
안에 들어가면 마치 유럽의 오래된 비스트로에 온 것 같은 인테리어가 인상적.
흠흠 어쨌거나, 막내인 주제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형님들께서는 먼저 크레망 한 잔씩 하고 계셨음.
그리고 딱 맞춰 나온 심상치 않은 비주얼의 이 음식은 무엇인가...
피에몬테 스타일의 바넷로쏘 소스를 곁들인 푹 익힌 우설.
오랜만에 맛보는 우설.. 못 찍은 사진으로 봐도 질감이 살아있다ㅎㅎ
게다가 파프리카와 올리브 오일 등으로 만든 바넷로쏘 소스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올리브 오일은 베제카를 쓰신다고^^
요렇게 와인북카페에서 직접 구운 치아바타와 함께 먹으면 베리 굿!
참고로 이날 먹은 메뉴들은 모두 와인북카페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그니처 메뉴들이라고.
다음에 와서도 똑같이 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물론 와인북카페는 계절 별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시즌에 맞는 메뉴도 제공하기 때문에
다음에 오면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ㅋㅋ
Rietsch, Cremant d'Alsace Extra Brut 2013
컬러부터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자연주의 와인이란다.
품종은 옥세루아(Auxerrois),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그리(Pinot Gris)
진한 이스트 풍미와 어우러지는 산화 뉘앙스가 매력적이다.
와... 계속 감탄하면서 마셨음.
깐넬리니 콩, 빵, 적근대, 양배추 등 갖가지 채소들을 푹 익힌 토스카나 전통 주빠.
주빠(Zuppa)는 이탈리아 Soup를 뜻하는데 두산 백과에는 '해산물을 넣고 매콤하게 끓여내는 토마토 수프'라고 되어 있다.
요렇게 컵 모양의 보울에 덜어서,
치즈 가루를 뿌려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속을 든든하게 해 줌과 동시에 해장이 되는 기분.
두 번째 와인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Canneta, Brunello di Montalcino 2009
상당히 맛있게 마셨지만 향과 풍미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맛있게 먹고 즐겁게 얘기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하고 친근한 스타일의 브루넬로로 현 상태 그대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술이 넘어 간다 술 술술술~
어쩌면 맛있는 BdM 덕분에 이야기도 술술술 잘 흘러나왔는지도.
(그러는 동안 다음 안주는 자취를 감추고 있었...)
송로버섯 페이스트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로 버무린 볶은 버섯.
맛도 좋고 위에 부담도 주지 않는, 와인 안주로 아주 훌륭한 메뉴다.
그런데 사진이 왜이리 사이키델릭하게 찍혔....
볼로냐 스타일의 라구에 버무린 피에몬테 스타일의 탈리올리니 생파스타
생면은 당연히 와인북카페에서 직접 만드신다고.
너무 맛있어서 흡입흡입흡입.
서빙되자마자 큰형님(?!)이 할라피뇨와 함게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주셨는데
곁들여 먹어야지~ 하고 인식했을 때는 요만큼 남아 있었다...
마지막 와인은 꼬뜨 로띠.
E. Guigal, Cote Rotie 2009
이 기갈에서 꼬뜨 브륀과 꼬뜨 블롱드의 포도를 블렌딩하여 만드는 꼬뜨 로띠다.
특별히 디캔팅을 해 주셔서 어느 정도 열린 듯... 내가 한번 더 미친 듯이 흔들어 주었음 ㅋㅋㅋ
하지만 아직도 풋풋한 허브/꽃 향기에 검붉은 베리 중심의 풍미가 아직도 상당히 어린 느낌이었다.
몇 년 더 지나야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낼 듯... 그래도 맛있었어^^
웻 에이징한 한우 채끝 등심 스테이크... 적당한 굽기와 완벽한 레스팅.
비주얼부터... 어휴;;;
꼬뜨 로띠와 매우 잘 어울린다... 라기 보다는 술과 고기가 꿀떡꿀떡 넘어갔다고 해얄 듯.
가니시도 어쩜 내가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가... ㅋㅋㅋ
디저트는 글루텐프리 초코 시트, 마스카포네 치즈가 풍부한 크림과 생우유 젤라토의 티라미수.
귀엽.
으허.... 이건 진짜 기억이 없다.
게눈 감추는 게 아니라 아예 게눈이 없었어... 순식간에 녹아내렸음.
마무리 에스프레소.
로스팅으로 유명한 경주의 '슈만과 클라라'에서 공수한 최상급 원두만을 사용한다고.
음... 커알못인데도 잡미 없이 조화로운 신맛과 쓴맛의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함께 한 형님은 커피를 즐기시는 분인데 극찬에 극찬.
하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했음.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기분이랄까.
어느 덧 11시를 넘긴 시간임에도 우리는 좋은 음악을 들으러 2차에 가기로.
이런 곳에서,
꺼먼 맥주를 마시며,
Led Zeppelin의 이런 곡과 저런 곡을 들었음.
이 두 곡을 좋은 분들과 함께 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달까.
물론 문 앞에 붙어 있던 신중현의 사진과 다양한 재킷 사진들에 비해서 다른 선곡들은 상당히 아쉬웠지만,
그것 또한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이니 받아들여야지.
12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 이렇게 순식간에 다가오긴 오랜만인 듯.
사석에서는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도 마치 오래 사귄 선후배처럼 진정으로 편안했다.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아울러 스타터부터 디저트까지 완벽했던 와인북카페의 음식에 찬사를.
20161103 @ 와인북카페(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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