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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증류주 제조 마스터 과정

수박 겉핥기 전주 기행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3. 1.

증류소 견학 중 들르게 된 전주. 숙박 일정이라 저녁도 먹을 겸 가볍게 거리를 둘러보았다.

 

전주 라마다 호텔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길이었는데, 제법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PNB 풍년제과에 들러서 초코파이랑 붓세도 사고.

 

거리엔 웬 인력거가...

 

한옥마을 옆 거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고즈넉한 인상을 풍겼다. 

 

그에 비해 한옥마을 정문 앞은 가게도 많고 사람도 바글바글해서 그닥... 사진도 안 찍었음.

 

경기전 바로 왼쪽 편 길이 바로 위 사진의 길이다.

 

사방에 한복 대여점들 많았다. 요즘 같은 펜데믹 상황이라면 매출에 타격이 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더라는.

 

저녁 식사는 베테랑 칼국수.

 

오랜만에 베테랑 칼국수라서 양이 좀 많더라도 만두까지 함께 시켰는데... 왠지 예전 맛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직원의 태도가 그리 친절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피곤에 찌들었는데 기분까지 안 좋아 보였다. 면은 간신히 다 먹었지만 국물과 만두는 거의 남겼음.

 

그리고 칵테일 한 잔 하러 검색으로 찾아낸 바를 찾아가는데, 가다 보니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바였다. 시장 안에 있는 바라니... 어떤 느낌일지 더 궁금해졌다.

 

이제 겨우 7시 남짓이었는데 시장 외부에 있는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시장 내부의 음식점 중에는 문을 연 곳이 많았다. 9시가 영업 종료 시간이기 때문에 손님도 주인도 다들 열심히 달리고 있는 듯 시끌벅적했다.

 

바는 시장 2층에 별도로 마련된 '청년몰'이라는 별도의 공간에 있었다.

 

청년몰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공간부터 스튜디오, 서점, 음식점, 카페, 주점 등 다양했다. 반나절 정도는 여기서 죽치고 놀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나의 목적지는 '바, 차가운 새벽'. 이름도 컨셉도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곳이다. 그런데 저 이름, 시장이라는 공간과도 참 어울리는 것 같다.

위치는 전주천 변에서 가까운 전주남부시장 청년몰 내. 한옥마을과도 가까우니까 겸사겸사 들르기도 좋다.

 

올라가는 길부터 젊은 감성 뿜뿜이다.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제법 넓었다. 살짝 길을 헤매고 있는데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지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그런데 아뿔싸, 이미 만석이다. 게다가 이미 대기 팀도 있다고.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라 당시 팬데믹 통금 시간인 9시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일단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바로 옆의 서점에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

 

서점 안에 있던 고양이. 너무 얌전해서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다. 엄청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손을 대기가 미안할 정도.

그런데, 그냥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맛도 못 보고 귀중한 시간만 날리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차가운 새벽의 시그니처인 '어른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이니 디저트로도 좋을 것 같았고, 혹시 자리가 안 나서 돌아가게 되더라도 아쉬움이 덜할 것 같아서. 마침 밖에 앉을 만한 벤치도 많이 있었고.

 

어른의 아이스크림은 버터스카치, 홍차, 초콜릿, 밤, 솔티드 캐러멜, 말차 등 원하는 리큐르를 술로 반죽해 만든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는다. 술맛은 거의 안 날 것 같지만 그래도 약간의 취기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리큐르는 저렇게 귀여운 용기에 따로 담아 준다. 한 번에 부어 버리면 아이스크림이 금방 녹아버려서 맛이 없다고. 아이스크림에 조금씩 뿌려 가며 맛을 보면 좋다고 한다.

 

나는 말을 잘 들으니까. 선택한 솔티드 캐러멜 리큐르를 조금씩 뿌려 먹었는데, 확실히 리큐르의 느낌이 나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요것만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도 좋을 것 같고, 바에 앉았다면, 마지막에 해장용으로 먹어도 좋을 듯.

 

바로 옆 벤치에는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누워서 쉬고 있었다. 딱 저 위치에 붙어있는 이유는... 온열 벤치이기 때문. 완전 따끈해서 고양이 취침용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일군의 남녀들이 와서 고양이를 마구 귀찮게 하는 바람에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바로 옆에 고양이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도 있었는데... 쯧쯧.

 

떠나간 고양이를 아쉬워하며, 언제까지 기다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의외로 빨리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취향을 찾는 칵테일 바라더니 오너로 보이는 바텐더 분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세심하게 물어보신다. 원래는 이 집의 시그니처를 맛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평소 자주 마시는 네그로니 베리에이션 쪽으로 주문을 하게 됐다. 

 

이름은 네그로니 트레디치(Negroni Tredici). 진, 캄파리, 베르무트 로쏘를 1파트씩 넣는 오리지널 네그로니 레시피에서 캄파리의 분량을 반으로 나누어 치나(Cynar)를 추가하는 트위스트다. 트레디치는 이탈리아어로 13을 의미하는데, 치나에 사용되는 허브가 13가지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백 바에도 다양한 술들이 있어서 천천히 칵테일을 즐기다가 궁금한 기주나 리큐르를 중심으로 주문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한 석 잔쯤 마시고 나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가격이다. 다음에 전주에 들를 일 있으면 또 가게 될 듯.

 

그리고 숙소에 들어와서 또 술파티.... 힌 분이 귀하게 담그신 술을 넉넉하게 풀었는데 술이 매우 모자랐다능 ㅋㅋㅋ 어쨌거나 삼양주에 오양주에... 다양한 누룩으로 담근 술로 정말 호강했다.

새벽 4시까지... 마시고도 다음 날 멀쩡했으니 정말 즐겁게 마시긴 한 듯

 

20220212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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