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 양조장 방문 후 오후 코스는 한영석의 발효 연구소. 한영석 소장님은 전통 누룩 연구로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선정된 분이다. 원래 몸이 좀 안 좋으셨는데 누룩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몸이 회복되셨다고.
원래 수원에 처음 터를 잡으셨는데 몇 년 전에 전북 정읍으로 이전하셨단다.
뒷마당에는 아름드리나무 아래로 항아리들이 도열해 있다. 옆에도 넓은 공간이 있는데 뭔가 조경을 준비 중이신 것 같았다.
교육 및 시음이 가능한 장소에서 일단 시음과 함께 이론 교육을 받았다. 여러 종의 술을 시음했는데, 꼼꼼하게 기록해 놓지 않아 아쉬울 뿐.
하양주는 적당한 단맛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바디감이 깔끔했다. 청명주는 초산 같은 산미와 신선함이 코에서부터 느껴졌다. 여름철에 하이볼로 만들어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청명 하이볼'이니 이름도 좋고. 알코올 14% 동정춘은 은은한 누룩향과 진한 단맛으로 디저트 와인처럼 음용해도 좋을 것 같다. 고급 한식 레스토랑의 페어링용 술로 추천. 알코올 22% 동정춘은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에 쌉쌀함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목이 타는 듯하는 것이 약간 독하게 느껴졌다. 13도에서 발효하다가 16도로 발효했더니 22% 알코올이 나왔다고 한다. 쌀 양 대비 누룩은 5% 정도 사용했다고.
한영석 소장님의 간단한 설명.
보통 밀기울을 제거한 도정한 밀로 누룩을 만드신다고 한다. 보통 누룩취라고 하는 것이 밀기울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현미밥과 일반 쌀밥의 차이를 생각하면 쉬운데, 일반 쌀밥이 훨씬 라이트하고 깔끔한 맛 나오는 것과 같다. 이외에 쌀과 기장, 녹두 등을 활용한 내부비정곡이 있는데 호산춘을 만들 때 사용한다고. 향온곡은 녹두로 만들고, 청명주를 담글 때는 쌀누룩을 쓴다. 현재 막걸리는 향온곡을 쓰고 있는데 밀누룩으로 교체 예정이라고.
밀 누룩은 쉬운 것 중 하나인데 계절에 맞게 띄우는 것이 중요하다. 장마 끝나고 해 안 드는 처마에 매달아 놓으면 거의 성공할 수 있다. 누룩은 한 달 만에 띄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느긋하게 상황을 보면 된다고. 쌀누룩은 더 쉽다. 밀은 글루텐이 있어서 용존 산소량이 적은데 비해 쌀은 글루텐이 없어서 곰팡이가 번식하면 구멍이 뻥뻥 뚫리기 때문이라고.
연잎으로도 누룩을 띄우는데 완전 녹색이 된 것 7월에 수확해 사용하며, 밀은 6월 중순에 나오므로 7월 초에 띄운다.
어쨌거나 곰팡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에서 누룩을 띄우면 거의 성공한다고. 정말? 실내는 안 되고 실외의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띄워야 표면에 맺히는 습기가 말라서 누룩이 잘 띄워진다. 겨울에는 잘 안 띄워진다고. 그렇다면 송명섭 명인은 대체... 누룩실의 경우는 온도와 습도를 7-8-9월 평균으로 세팅한다. 일단 누룩실은 개념 상 계절의 반복이라고 보면 된다고.
누룩실 설비를 만드는 데 3억 정도 들었다고 하며, 현재도 계속 개선 중이라고 한다. 그런 투가자 불가능하다면 적절한 계절에 누룩을 띄우면 된다고. 누룩실 설비가 어려운 것이 온도와 습도를 각각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습도를 떨어뜨리면 온도도 떨어지는데, 이런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습도의 경우 여름은 90%까지 올라가는데, 가을은 60% 정도밖에 안 되므로 격차가 상당히 크다. 상세한 지표는 네이버만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참고할 자료도 많고. 누룩을 다 띄우고 나면 겉에 핀 곰팡이는 다 털어낸다.
술을 빚고 증류를 하는 곳.
증류기는 역시 다단식을 쓰신다. 한국 실정에는 다단식(+감압식)이 대세인 듯.
이건 죽을 쑤는 솥이다. 술을 담을 때는 죽을 쒀서 밑술을 담그고 고두밥으로 덧술을 한다. 효모 첨가 없이 누룩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술을 빚을 수 있다고.
큰 통 2톤 분량이다. 실내 온도는 연중 섭씨 22도로 유지한다. 냉각기가 없지만 교반만 잘해줘도 20도를 넘지 않는다고.
곡물 파쇄기. 왼쪽에 있는 패널들은 누룩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하는 것이다.
누룩실.
누룩실은 온도, 습도, 산소, 바람이 중요하다. 위에서 잠깐 설명한 것처럼 각각 섬세하게 제어하는 것이 어렵다고.
누룩 성형기. 성형 강도에 따라 누룩의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 압력, 누르는 횟수 등을 조절해 발로 딛는 것과 유사하게 해서 안쪽의 공기를 조절한다. 포자가 안 필 정도로 성형하는 게 중요하다고.
누룩은 분쇄도가 높고, 습기가 많고, 잘 다질수록 곰팡이 진행이 느리고 당화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송명섭 님이 띄운 누룩은 상당히 성글었는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물어보질 못했다.
참고로 밀과 쌀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밀은 다져지는데 쌀은 물이 짜지다가 쪼개져 버린다.
현재 이 기계를 만들던 회사는 너무 잦은 수정에 연락을 받지 않아서-_- 다른 회사를 찾고 있다고.
곡물 분쇄기.
요건 누룩 파쇄기.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요건 초를 담그는 항아리라고 들은 것 같다. 확실치는 않음;;;
요건 잘못된 누룩.
하지만 요런 부분은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고 한다. 아주 잘 뜬 누룩이라고.
병입기와 레이블 부착기... 를 비롯한 저장 및 병입 시설도 둘러보았다. 술을 사고 싶었는데 팔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셔서 아쉬웠지만,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
누룩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어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다.
20220213 @ 한영석의 발효 연구소 (정읍)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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