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 실습을 위해 방문한 술아원에서 다섯 가지 술을 테이스팅 했다. 복단지, 필, 경성 과하주는 예전에 마셔 본 적이 있었는데 모두 마음에 쏘옥 들었다. 그래서 술아원 방문을 더욱 기대하고 있었던 듯.
핸드메이드 막걸리는 처음 마셔본다. 여주산 찹쌀과 정제수, 누룩만을 사용해 단양주로 빚은 막걸리다.
알코올 40%의 복단지 그라빠는 미출시 제품.
놀라운 건 잔을 모두 유리잔이나 사기잔으로 주셨다는 거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으로 마시면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서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시다니... 정말 대단하다.
술아원,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 (9%)
요거트 같이 향긋한 우유(?) 향기에 새콤한 신맛이 느껴진다. 따를 때는 제법 유질감이 느껴졌는데 입에 넣으니 가볍고 상쾌한 인상이다. 곡물 향이 깔끔하게, 하지만 목 넘김 후까지 길게 이어지며 부드럽고 우아한 여운을 남긴다. 알코올이 9%로 일반 막걸리보다는 조금 높고 일반적인 프리미엄 막걸리보다는 낮은 편인데, 양쪽의 장점을 잘 잘린 것 같다.
음식과 함께하기 상당히 좋으며, 마구 들이키기보다는 와인처럼 섬세하게 맛보길 추천한다.
술아원, 복단지 (14%)
시음 온도가 조금 높았는데, 붉은 베리의 새콤함과 곡물 풍미가 동시에 잘 드러난다. 적당한 단맛과 함께 특징적인 신맛이 잘 살아있는 찐득함 없이 가벼운 복분자주. 특히 2030 취향에 잘 맞을 것 같다.
술아원, 경성 과하주 (20%)
기존에 마셨을 때보다 살짝 더 달게 느껴졌는데, 그게 이날의 기분 & 추운 날씨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날의 1픽. 구수한 곡물 풍미에 향긋한 과일과 꽃 향기, 조금 강한 듯 하지만 깔끔한 단맛이 상쾌한 신맛과 잘 어우러진다.
술아원, 필 (25%)
고구마 껍질을 함께 쓰신다는 얘기를 듣기 전이었는데, 삶은 고구마 껍질 같은 향이 가볍고 향긋하게 느껴졌다. 전반적인 고구마 풍미가 잘 살아있는 느낌. 입안에서의 주질도 부드럽고, 톡 쏘는 느낌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잘 살렸다. 나 같이 소주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맛있게 마실 만한 술.
토닉 워터와 함께 마셔도 좋지만, 얼음만 넣어 온 더 락으로 즐기는 걸 더 추천한다.
레이블이 바뀌었는데, 바뀐 것이 훨씬 마음에 든다. 하지만 주점 등에서 일품진로, 화요 등과 경쟁하려면 조금 더 산뜻한 디자인이 낫지 않을까. 경성 과하주의 톤 & 매너를 살려 보면 어떨까 싶은데. 제품 이름의 가독성도 더 높이고.
술아원, 복단지 그라빠 (40%, 미출시)
톡 쏘는 스파이시, 입에서는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알코올의 강렬한 느낌과 쏘는 느낌은 명확하다. 와, 쎄다 쎄... 근데 이런 종류의 술을 좋아하는 분께는 정말 사랑받을 것 같다.
그런데 본부장님이 복단지와 그라빠를 8:2 정도로 섞어 먹으면 장난 없다고 해서 넣어봤더니... 복단지의 풍미가 묵직해지고 구조감도 상당히 좋아졌다. 와, 이거 섞어 드시는 분 상당히 많을 듯.
복단지 그라빠가 정식 출시되면 세트 상품 출시도 고민하고 계신다고 ㅎㅎㅎ
정말 좋은 음주시음이었다. 술아원의 훌륭한 맛과 품질을 재확인한 시간.
양조장 방문과 함께 또 하나의 수확이었음^^
20220205 @ 술아원 (경기도 여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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