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 분획 시험 날. 몇 주 전에 담가 놓은 네 종의 술을 증류하는 날인데, 아쉽게도 밀로 양조한 술은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해버렸다.
하지만 보리로 담근 술과,
쌀로 담근 두 종의 술은 모두 멀쩡히 살아남았다. 우리 조에서 소주다출방 레시피로 만든 술을 맛봤는데 요거트처럼 새콤한 신맛이 강하고 뒷맛이 약간 찝찌름하다.
아래 가라앉은 곡물 가루들. 가루를 같이 넣고 증류하지 않고 웃술만 떠내서 증류했다.
일단 각 조에서 만든 술들을 플라스크에서 소량 증류를 한 후 관능 평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술을 알렘빅 증류기로 증류해서 분획 실험을 하기로 했는데, 보리소주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조에서 만든 소주다출방 레시피 소주가 가장 가볍고 산뜻해서 좋았다.
알렘빅 증류기로 6리터 증류.
100ml씩 3리터를 받아야 하는 나름 고된 과정. 30병의 샘플이 순서대로 만들어진다.
쭉 도열한 샘플들.
도수는 4번째 병까지 살짝 올라가다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살짝 올라가다 꺾여 떨어지는 그래프. 알코올 도수 외에도 샘플 채취 시의 온도도 함께 확인한다. 그래야 나중에 온도만 보고도 커팅 시점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고.
알코올 함량이 대략 43%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백탁이 발생해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
알코올 10% 이하로 떨어진 것들은 보통 폐기한다. 그 앞의 것들은 시음을 통해 후류로 커팅할 시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음 시작. 말이 쉽지 30종에 가까운 고도수의 샘플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장소도 시간도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개인 증류소를 하게 된다면, 잘 통제된 장소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진행해야 할 업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예닐곱 개는 입에도 넣어 보고 일부는 조금 마시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향만 맡았다.
1 알싸함 쨍함 향긋함 톡 쏘는
2 좀 더 구수한 바디감이 사는 (가장 좋았던 것)
3 과일향 더 구수함 입에서의 섬세함 유지
4 향이 약간 잦아드는 도수 최고 쨍함
5 밸런스 좋음.. 입체적인 향 입에서도 편안
6 쨍한 독한 느낌 갑자기 입에서 부담이
7 향긋함은 점점 줄어든다 과일 풍미는 남아있는 듯
8 구수함 애매한 느낌이 드러나기 시작
...
14부터 약간 잡미
...
16 후류취 두드러지기 시작 고구마 껍질
17 입에서 안 깔끔
결국 나의 선택은 베스트 2번, 15번까지 사용하고 16번부터 커트.
다른 분들의 투표 결과. 역시 다들 비슷하다. 베스트는 2, 6, 5 순. 커트는 이르게는 12번부터 22번 사이에 이루어진다. 대세는 12~18번.
실제 증류소를 운영한다면 베스트 부분을 모아서 프리미엄 라인업, 나머지 부분을 모아서 일반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겠다. 후류의 경우는 다음 배치에 추가해서 증류해도 되고 따로 모아서 저가 주류용으로 쓰거나 풍미를 최대한 제거해 순수 알코올만 뽑아서 진이나 리큐르 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류인수 소장님이 후류 부분의 향이 어떤 건지 확인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서 30번의 향을 맡아보니 기분 나쁘게 꼬릿한 장향과 치즈 같은 향이 강하다. 구수한 듯하다가 꼬릿 해지고 입어 넣으면 물같이 가볍운데 뉘앙스는 깔끔하지 못하다. 섬세하고 산뜻한 증류주를 만들려면 커팅 기준을 높게 가져가야 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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