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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50. 우아하고 품격 넘치는 클래식 샴페인, 뽀므리(Pommery)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4. 30.

샴페인 기사를 쓴 다음에 바로 샴페인 취재 기사가 들어와서 신기했던 경험. 뽀므리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샴페인인데, 기본급인 브뤼 루아얄의 품질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샴페인 중 하나.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우아하고 품격 넘치는 클래식 샴페인, 뽀므리(Pommery)

15년 전쯤 친구들과 함께 처음 샹파뉴 지역을 방문했을 때였다.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들이 즐비한 랭스(Reims)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말을 걸었다. 아마 길을 잃고 헤매는 불쌍한 관광객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길을 알려주겠다며 어딜 찾고 있는지 물어 왔다.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었지만, 문득 지역 주민들은 어떤 샴페인 하우스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방문할 곳을 아직 못 정했는데 추천해 줄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뽀므리(Pommery)!”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같이 있던 아주머니들도 모두 맞장구를 치며 뽀므리로 가라고 등을 떠밀다시피 했다. 그야말로 초강추 분위기. 뽀므리는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샴페인이지만,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절대적 지지를 받는 샴페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호감이 생겼다. 

[ 뽀므리 본사에 위치한 빌라 드무아젤 (츨처: 뽀므리 홈페이지) ]

위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뽀므리 본사 건물의 일부인 빌라 드무아젤(Villa Demoiselle)이다.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신고딕 (neo-Gothic) 양식의 걸작으로 당시 샴페인의 최대 고객이었던 영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했다. 동시에 당시 랭스 지역의 건물들에 비해 더욱 개방적이고 확장이 용이하도록 설계했다. 최고가 되려는 의지를 건물에서부터 드러낸 것이다.  또한 지하 30m 아래에는 총길이 18km에 이르는 셀러를 건설해 최적의 환경에서 샴페인을 장기 숙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모든 혁신을 주도한 인물은 바로 루이즈 뽀므리(Louise Pommery) 여사. 샴페인 역사에는 샴페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여걸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녀 또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녀는 남편 사후 남겨진 뽀므리를 1858부터 도맡아 운영하며 랭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로 키워냈다. 그녀는 샴페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포도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고의 포도밭들을 매입했고, 하우스의 스타일을 규정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노력의 결과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샴페인 스타일을 창조했는데, 바로 브뤼(Brut)다. 지금이야 샴페인 하면 드라이한 맛의 브뤼(Brut)를 떠올릴 정도로 일반적인 스타일이 되었지만, 그때까지 샴페인은 리터당 잔당 함량이 100g를 넘었고 심한 경우 300g을 초과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샴페인은 식사 말미에나 즐기는 디저트 와인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그녀는 1874년 리터 당 잔당 함량이 6~9g 정도로 드라이한 뽀므리 나뛰르(Pommery Nature)를 출시함으로써 샴페인을 식사와 함께 즐기는 와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녀의 앞선 미감과 선구자적인 혜안 덕분에 브뤼 스타일이 탄생했고, 샴페인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뽀므리는 브뤼 스타일의 샴페인을 시장에 출시한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로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브뤼의 원조집이 바로 뽀므리인 셈이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6층에 위치한 카페 레스파스(L'ESPACE)에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버블스 인 파리(Bubbles in Paris) 행사에서 뽀므리의 샴페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정성껏 준비된 프렌치 코스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뽀므리의 대표적인 샴페인들을 페어링 해 즐길 수 있어 더욱 행복한 자리였다. 제공된 샴페인은 뽀므리의 자매 샴페인 하우스 하이직 모노폴(Heidsieck & co. Monopole)의 샴페인 두 종을 포함해 모두 다섯 종. 화려하면서도 빼어난 밸런스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샴페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샴페인 하이직 모노폴, 블루 탑 브뤼  Champagne Heidsieck & Co. Monopole, Blue Top Brut

웰컴 드링크로 제공된 하이직 모노폴 블루 탑 브뤼. 금귤, 감귤 같이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기에 은은한 인동덩굴 아로마와 이스트 뉘앙스가 곁들여져 깔끔한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 넣으면 복숭아 같은 핵과 풍미와 산뜻한 신맛이 입맛을 돋운다. 식전주로 딱 어울리는 샴페인. 샴페인 하이직 모노폴은 1785년 설립한 유서 깊은 샴페인 하우스다. 1916년 침몰한 범선에서 82년 만에 하이직 모노폴 샴페인을 발견했는데, 상태와 품질이 너무나 훌륭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샴페인 뽀므리, 브뤼 로얄 Champagne Pommery, Brut Royal   (with 관자와 굴 타르타르)

뽀므리를 대표하는 샴페인 브뤼 로얄. 섬세한 버블을 타고 드러나는 알싸한 미네랄 힌트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향기, 달콤한 꿀, 토스티 뉘앙스. 입에 넣으면 청량한 인상과 크리미한 질감이 공존한다. 잘 익은 핵과 풍미와 상큼한 시트러스 산미, 고혹적인 이스트의 여운이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밸런스가 뛰어나 한 모금이 다음 모금을 부르는 샴페인. 클래식 페어링이라는 굴과 관자를 사용한 타르타르와 천생연분처럼 어우러졌다. 품격이 넘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온달까.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 축하주로 사용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샴페인 뽀므리, 브뤼 로제 Champagne Pommery, Brut Rose  (with 라즈베리와 오렌지 드레싱을 곁들인 랍스터 샐러드)

반짝이는 로즈 골드 컬러에서 피어오르는 촘촘한 버블. 오렌지, 라즈베리, 작은 붉은 베리, 살구 등 다양한 과일 풍미가 사랑스럽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적절한 산미와 넉넉한 풍미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구조감이 인상적이며 살짝 쌉쌀한 피니시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로제 샴페인은 유사한 컬러의 음식과 페어링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이른바 '깔맞춤 페어링'인데, 바로 이번이 깔맞춤 페어링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다. 쫄깃한 식감의 갑각류인 랍스터와도 무난히 잘 어울리지만, 라즈베리와 오렌지 드레싱이 뽀므리 브뤼 로제를 만나 와인 자체가 가지고 있던 풍미를 증폭시키는 상승의 마리아주가 일어났다. 정말 교과서에 소개하고 싶은 환상적인 페어링. 뽀므리 로제의 매력도 브뤼 로얄 못지않다.

 

 

샴페인 뽀므리, 뀌베 루이스 2004 Champagne Pommery, Cuvee Louise 2004  (with 호박과 헤이즐넛, 블랙커런트 주스를 곁들인 송아지 안심 구이)

루이스 뽀므리 여사에게 헌정하는 뽀므리의 프레스티지 샴페인. 진한 골드 컬러에 섬세하면서도 꾸준히 피어오르는 버블. 스모키한 미네랄과 톡 쏘는 스파이스를 시작으로 잘 숙성된 샴페인 특유의 고혹적인 이스트 풍미와 고급 치즈 같은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싱그러운 신맛을 타고 전해지는 밀도 높은 핵과 풍미와 싱그러운 허브 향, 향긋한 꽃내음, 견과 힌트. 극상의 우아함과 깊은 풍미를 갖춘 최고급 샴페인이다. 진한 풍미의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안심 구이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조화로운 마리아주를 보여주었다.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Pinot Noir)만을 사용해 좋은 빈티지에만 생산한다.

 

 

샴페인 하이직 모노폴, 엑스트라 드라이 Champagne Heidsieck & Co. Monopole, Extra Dry  (with 바닐라 블랙 라임. 루바브 콩피, 루바브 샴페인 소르베 )

'엑스트라 드라이'라는 표현을 보면 매우 드라이한 샴페인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리터 당 잔당이 12~17g으로 12g 이하인 브뤼보다 단맛이 더 강하다. 하지만 단맛이 도드라지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하며 편안한 샴페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이직 모노폴 엑스트라 드라이는 설탕에 졸인 서양배 같이 진한 과일 풍미에 레몬 산미 가볍게 더해져 빼어난 밸런스를 형성한다. 샴페인을 사용해 만든 소르베와 함께 마시니 깔끔하면서도 기분 좋은 식사의 마무리로 더할 나위 없었다.

 

우아하고 품격 넘치는 클래식 샴페인, 뽀므리(Pommery) - 와인21닷컴

샴페인 역사에는 샴페인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여걸들이 종종 등장한다. 뽀므리를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로 키워낸 루이스 뽀므리 여사 또한 대표적인 샴페인 여걸이다. 그녀는 최고의 포도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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