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야 특집으로 썼던 기사.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초기에는 후미야를 비롯한 스페인 남서부 와인을 참 많이 마셨었다. 주로 마트에서 1~2만 원대에 파는 모나스트렐 품종 와인이었는데 그게 참 입맛에 잘 맞았달까. 원래는 육즙 충만한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릴 법한 와인들이었지만,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곁들인 가벼운 안주들과도 한 병을 거뜬히 비웠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와인을 맛있게 마시던 시절이었다. 조금만 새로워도 흥미롭고 뭘 마셔도 즐거웠던 시절. 그때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어서 고마웠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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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고기를 먹을 때 와인은 필수다. 우리는 와인 러버니까. 맛있는 고기가 있는데 곁들일 와인이 없으면 너무 허전하고 심지어 화가 나기도 한다. 와인이 있어야 맛있는 고기를 더욱 맛있게, 그리고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어떤 고기냐에 따라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고기에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레드 와인, 특히 진하고 묵직한 레드 와인이다. 풍부한 타닌은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진한 과일 맛은 풍성한 육즙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와,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나처럼 침이 고이는 당신에게 오늘 저녁 고기 요리와 곁들일 와인으로 후미야(Jumilla)의 레드 와인을 강력 추천한다.
후미야는 스페인 남동쪽에 위치한 유서 깊은 와인 산지다. 포도밭은 무르시아(Murcia)와 알바세테(Albacete) 사이에 2만 3천 ha 규모로 제법 넓게 조성돼 있다. 배수가 잘 되는 석회암 토양이 많고 연중 대단히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여름과 겨울의 연교차와 낮과 밤의 일교차가 극단적으로 크며, 생육 기간 동안의 일조량은 3,000시간이나 된다. 이런 환경은 특히 적포도 재배에 매우 적절한데, 후미야를 대표하는 토착 레드 품종 모나스트렐(Monastrell)이 전체 생산량의 75%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밖에도 가르나차(Garnacha), 가르나차 틴토레라(Garnacha Tintorera), 현지에서는 센시벨(Cencibel)이라고 부르는 템프라니요(Tempranillo), 시라(Syrah),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 다양한 레드 품종들을 활발히 재배하고 있다. 또한 후미야의 테루아는 필록세라의 침략을 허용하지 않아 대목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포도밭의 99%는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각 품종의 개성과 테루아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때문에 다양한 풍미와 스타일을 갖춘 레드 와인들을 에브리데이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품종은 모나스트렐이다. 모나스트렐로 양조한 와인은 정말 고기와 찰떡궁합이다. 모나스트렐은 프랑스 남부와 론(Rhone) 지방에서는 무르베드르(Mourvedre)라고 부르며 주로 블렌딩용 보조 품종으로 사용한다.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라고 하는데, 역시 GSM(Grenache, Syrah, Mataro) 같은 블렌딩 와인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후미야에서 모나스트렐은 당당히 주인공의 자리에 올라선다. 무더운 기후와 가뭄을 잘 견디는 만생종인 모나스트렐은 후미야의 테루아에 완벽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껍질이 두껍고 과육 또한 많기 때문에 후미야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 천천히 익으며 생리적으로 성숙해 다양한 풍미를 드러내며, 당도는 올리는 동시에 신맛 또한 유지한다. 두꺼운 껍질 덕에 검은빛이 돌 정도로 아주 진한 컬러를 보이며 타닌은 부드럽게 완숙한다. 그러니 고기와 안 어울릴 턱이 없다. 또한 모나스트렐 품종만으로 비교적 가벼운 와인부터 묵직한 와인까지 다양한 바디감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데, 그르나슈, 시라, 템프라니요,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도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다양한 육류 요리와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이 나온다. 예컨대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신선한 과일 풍미의 와인이라면 햄버거나 페페로니 피자, 하몽과 살라미, 프로슈토 등으로 구성한 샤퀴테리 보드 등과 무척 잘 어울린다. 스모키 한 오크 향이 가볍게 묻어나는 미디엄 풀 바디의 와인은 훈제 오리 구이와 곁들이기 좋다. 오크 숙성한 풀 바디의 와인에는 바비큐가 안성맞춤이다. 숯불에 구운 소고기나 무쇠 철판에 구운 양고기를 곁들여도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른 품종을 블렌딩 한 모던한 스타일에는 삼겹살이나 수육 등을 추천한다. 이외에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페어링을 시도하면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후미야의 레드 와인은 육류와 두루 잘 어울린다.
일상적인 저녁 식탁의 고기 반찬과, 정찬 코스의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와, 캠핑장의 바비큐와 다양한 후미야 와인을 즐겨 보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우선 아래 와인들부터 트라이!
반전 매력의 괴짜 레드 와인
에센시아 와인즈, 루나티코 Esencia Wines, Lunatico
잘 익은 검은 과일 풍미가 코코아 향, 발사믹 뉘앙스, 스모키 힌트 등과 함께 강렬하게 표현된다. 입에 넣으면 의외로 신선한 미네랄과 싱그러운 산미가 드러나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루나티코'는 괴짜라는 뜻으로, 모나스트렐 100%의 매력을 개성 있게 표현한 와인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하여 우아한 향기와 부드러운 질감을 잘 살렸다. 모든 종류의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며, 스모키한 풍미 덕에 특히 직화구이나 진한 소스의 바비큐와 찰떡궁합이다.
진한 육향이 드러나는 고기와 천생연분
보데가 시에라 노르테 이퀼리브리오 9 Bodega Sierra Norte, Equilibrio 9
잘 익은 붉은 베리 아로마에 스파이스와 허브, 토스티 뉘앙스, 젖은 돌 같은 미네랄 힌트가 곁들여진다. 입 안에서는 완숙 과일의 달콤한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 신선한 신맛이 긴 여운을 남긴다. 손 수확한 모나스트렐을 발효 전 4일 동안 저온에서 침용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0일 동안 발효해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에서 9개월 숙성했다. 현지에서는 야생 동물 요리와 페어링하는 와인으로, 육향이 진한 고기 요리와 천생연분이다.
놓쳐서는 안 되는 빼어난 모나스트렐
핀카 바카라, 타임 웨이츠 포 노 원 Finca Bacara, Time Waits for No One
진한 가넷 컬러에 보랏빛 테두리가 예쁘게 드러난다. 잘 익은 과일 향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며, 약간의 오크 뉘앙스와 향신료 힌트가 복합미를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둥글둥글한 타닌에 완숙한 검은 베리 풍미가 적절한 산미를 타고 긴 여운을 남긴다.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해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했다. 바비큐, 양고기 스테이크, 항정살 구이, 닭갈비 등 다양한 고기구이는 물론 소고기 수육, 샤퀴테리 등과 함께 마셔도 좋다.
풍성한 과일과 향신료의 향연
보데가스 카르첼로, 카르첼로 C Bodegas Carchelo, Carchelo C
잘 익은 자두와 검붉은 베리 아로마가 바닐라, 후추, 타임, 정향 등 다양한 향신료 뉘앙스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서도 완숙한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피어나며, 발사믹한 여운과 함께 타닌과 신맛이 균형감 있게 느껴져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하여 프렌치 오크에서 4개월 숙성했다.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나 수육, 살라미나 하몽 등 샤퀴테리와 두루 잘 어울린다.
스파이시 오리엔탈 푸드와 최고의 궁합
보데가스 비냐 엘레나, 파체코 모나스트렐 오가닉 Bodegas Vina Elena, Pacheco Monastrell Organic
자두, 딸기 등 붉은 베리 풍미가 강렬하게 드러나며, 스파이스와 허브 아로마가 미묘하게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기분 좋은 과일 풍미와 함께 신맛과 타닌, 알코올의 균형이 조화롭게 느껴진다.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하며, 25°C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품종 본연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매콤하게 양념한 고기 요리나 고기를 듬뿍 넣은 카레 등 육류를 이용해 만든 스파이시 오리엔탈 푸드와 마셔 볼 것을 추천한다.
모나스트렐 100%로 후미야의 떼루아를 100% 표현한
아센시오 카르쎌렌 100x100 모나스트렐 Asensio Carcelen, 100x100 Monastrell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모나스트렐 특유의 검은 과일 풍미가 은은한 감초, 커피 뉘앙스와 함께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의 벨벳 같은 질감과 밀도 높은 과일 풍미가 어우러져 풍성한 인상을 남긴다. 후미야 모나스트렐의 매력을 흠뻑 드러내는 풀 바디 레드 와인.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에서 4개월 숙성했다. 진한 소고기 스튜나 트러플 크림 같은 특별한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등 메인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이다.
일상의 휴식과 같은 와인
보데가스 BSI, 사바타차 크리안자 Bodegas BSI, Sabatacha Crianza
프룬, 블랙베리 등 잘 익은 검은 베리 풍미가 압도적으로 드러나며, 향긋한 허브와 향신료 아로마가 복합미를 더한다. 입안에서는 완숙 과일 풍미로 인한 달콤한 인상과 부드럽고 풍만한 질감이 매력을 드러내는 풀 바디 와인이다.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해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6개월 포함 2년 이상 숙성했다. 사바타차는 안식년이란 뜻으로, 캠핑이나 여행 등 일상의 휴식과 함께 하기에도 좋은 와인이다. 직화구이나 찹스테이크, 소고기 스튜 등 다양한 육류 요리와 곁들일 수 있다.
복합적인 풍미의 우아한 모나스트렐
보데가스 BSI, 헤미나 퀴베 셀렉시온 Bodegas BSI, Gemina Cuvee Seleccion
완벽하게 익은 검붉은 과일 풍미에 새 오크의 스파이시하고 토스티한 풍미가 어우러져 힘 있는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 넣으면 풍부한 타닌과 생동감 넘치는 과일 풍미가 강렬하게 느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인 뉘앙스가 우아하게 드러난다.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해 새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8개월 숙성했다. 두툼한 스테이크는 물론 육류를 사용한 파에야나 닭고기 구이, 북경 오리, 소고기 스튜 등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올드 바인이 표현하는 모나스트렐의 풍미
보데가스 산 디오니시오, SF 모나스트렐 로블 Bodegas San Dionisio, SF Monastrell Roble
모나스트렐 품종 특유의 검은 과일 아로마와 달콤한 바닐라, 시원한 허브 향이 매력적으로 피어난다. 입 안에서는 잘 익은 과일 풍미와 발사믹 뉘앙스, 오크 숙성에서 유래한 토스티 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모나스트렐 100%로 양조한 후 오크 배럴에서 4개월 숙성해 풍미의 표현력이 좋은 와인이다. 대부분의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며, 특히 바비큐 등 그릴 요리와 페어링을 추천한다.
후미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
보데가스 루손, 알토스 데 루손 Bodegas Luzon, Altos de Luzon
검은 과일 풍미가 은은한 스모키 힌트, 스위트 스파이스 뉘앙스와 어우러져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의외로 신선한 과실 캐릭터를 드러내며, 정제된 타닌과 생생한 산미는 풍만한 볼륨감과 함께 긴 여운을 선사한다. 후미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모나스트렐, 템프라니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양조해 새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양고기와 소고기 바비큐, 진한 양념과 함께 요리한 육류, 라구 소스 파스타 등 모든 종류의 육류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후미야 와인
까사 데 라 에르미따, 셀렉시온 레이 리미따다 Casa de la Ermita, Selección Rey Limitada
잘 익은 체리, 블랙베리, 건포도와 프룬 풍미에 정향 허브와 삼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어우러진다. 풍만한 바디와 견고한 구조감, 부드러운 타닌은 고기 요리에 최적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모나스트렐 세 품종이 드러내는 후미야의 테루아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 소고기 스테이크나 오븐에 구운 돼지갈비, 바비큐, 소시지, 하몽 등 다양한 육류와 함께 마셔 보자.
완숙 과일 풍미와 향긋한 오크 뉘앙스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보데가스 블레다, 빠라예 데 몬테시노스 프리미엄 오크 Bodegas Bleda, Paraje de Montesinos Premium Oak
진한 체리 레드 컬러에서 검붉은 베리 풍미와 고급스러운 오크 풍미가 복합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피어 나온다. 입안에서는 완숙 과일 풍미에 스위트 스파이스 힌트가 어우러져 달콤한 느낌을 선사하며, 부드러운 타닌과 풍만한 볼륨감이 편안한 인상을 남긴다. 모나스트렐 70%를 중심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블렌딩했으며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직화구이는 물론 불고기나 산적, 갈비찜 등 양념 고기와도 좋은 마리아주를 이룬다.
조화로운 맛과 견고한 구조감을 갖춘
에고 보데가스, 아쿠마 Ego Bodegas, Acuma
검붉은 과일 풍미가 토스티한 뉘앙스와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과하지 않게 드러난다. 잘 살아있는 산도가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탄탄한 구조를 형성하며, 과일과 스파이스, 오크 풍미의 밸런스가 좋은 풀 바디 와인이다. 모나스트렐, 시라,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해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4개월 숙성했다.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고기 및 야채, 진한 고기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등과 함께 마시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레이블에 그려진 사자가 잘 어울리는 진정 고기테리언을 위한 와인이다.
가성비 극강의 베스트 바이 와인
보데가스 올리바레스, 실루에타 틴토 Bodegas Olivares, Silueta Tinto
검은 베리와 체리 아로마가 싱그럽게 드러나며, 후추와 말린 허브 향이 은은하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완숙 과일의 감미로운 풍미가 꽉 차는 느낌. 순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밀도 높은 과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모나스트렐 75%를 중심으로 가르나차와 시라를 블렌딩했으며 프렌치 오크에서 3개월 숙성했다. 가성비 좋은 베스트 바이 와인으로 현지에서도 명성이 높다. 이베리코 스테이크, 담백한 양념의 닭고기 구이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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