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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54. 미국, 피노 누아의 두 번째 고향이 되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7. 25.

미국 와인 특집 기사의 일환으로 쓴 아티클. 최근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안 지역의 피노 누아들이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미국 피노 누아는 이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많은 애호가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 예전엔 오리건과 캘리포니아 북부 일부 지역, 일부 생산자의 와인만 인정을 받았으나, 최근엔 서늘한 지역에서는 고르게 양질의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땅덩어리와 기술, 자본을 가진 천조국이 추후 피노 누아의 강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누가 알았나 50년 전만 해도 미국이 보르도를 제치고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종주국이 될 줄. 피노 누아도 같은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낮지 않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딜리셔스 미국와인 4탄] 미국, 피노 누아의 두 번째 고향이 되다

2천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피노 누아(Pinot Noir)=부르고뉴(Bourgogne)'라는 인식이 확고했다. 부르고뉴가 아닌 피노 누아는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기껏해야 가성비 좋은 대안 정도로 취급됐다. 마치 무협지에서 정파와 대립하는 사파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절대선과 절대악의 구분이 사라지고 사파 인물이 무협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듯, 부르고뉴의 테루아만이 피노 누아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그 풍미를 제대로 이끌어낸다는 생각 또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이는 뉴질랜드와 호주, 칠레,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선전에 힘입은 바 크지만, 무엇보다 큰 힘을 보탠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1975년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을 통해 신세계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샤르도네(Chardonnay)도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오리건(Oregon)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California)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준급 피노 누아를 만들어냄으로써 피노 누아의 국제적 생산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피노 누아를 진정한 국제 품종으로 만들어주었달까.  

'피노 누아=부르고뉴'라는 공식을 깨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 이제 미국은 피노 누아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미국 피노 누아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오리건의 윌라메트 밸리를 비롯해 미국 피노 누아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북부 해안가와 소노마 코스트, 센트럴 코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지들을 살펴보자.

 

오리건, 그중에도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

공식적으로 오리건에 처음 조성된 피노 누아 포도밭은 아이리 빈야드(Eyrie Vineyards)다. 1965년 데이비드 렛(David Lett)과 그의 아내는 오리건의 테루아가 피노 누아에 아주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윌라메트 밸리의 던디 힐(Dundee Hill)에 피노 누아를 심었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안목이 너무나 정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윌라메트 밸리는 미국 피노 누아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첫 손에 꼽히니까. 어쨌거나 아이리 빈야드를 시작으로 폰지(Ponzi), 소콜 블라서(Sokol Blosser), 아델스하임(Adelsheim) 등 피노 누아 1세대들이 연이어 윌라메트 밸리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일어났다. 아이리 빈야드의 1975년 빈티지 피노 누아가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고미요 와인 올림피아드(Gault-Millot Wine Olympiad) 피노 누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오리건 피노 누아의 잠재력을 명확히 드러낸, 파리의 심판에 버금갈 만한 대사건이었다. 심지어 이에 놀란 부르고뉴의 드루앵(Drouhin) 가문은 1980년대 일찌감치 오리건에 터전을 마련했다. 요즘은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이나 장 니콜라 메오(Jean-Nicolas Méo) 같은 부르고뉴의 거장들도 오리건의 테루아를 인정하고 협업을 통해 와인을 만들고 있다. 2013년엔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 또한 윌라메트 밸리의 레조난스 빈야드(Resonance Vineyard)를 구입해 오리건의 와인 생산자로 이름을 올렸다. 윌라메트 밸리는 자타공인 프리미엄 피노 누아 산지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윌라메트 밸리는 이제 부르고뉴처럼 세부적인 테루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실 이곳은 남북 길이만 240km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다. 때문에 지역별로 다채로운 토양과 지형, 그리고 미세 기후를 보이며, 지역 별로 다른 개성의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2002년 던디 힐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윌라메트 밸리 내부에 10개 AVA가 승인되어 이미 다양한 레이블에 반영 중이니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윌라메트 밸리의 10개 하부 AVA 
던디 힐스(Dundee Hills AVA), 체할렘 마운틴스(Chehalem Mountains AVA), 이올라-아미티 힐스(Eola-Amity Hills AVA), 맥민빌(McMinnville AVA), 리본 리지(Ribbon Ridge AVA), 얌힐-칼튼(Yamhill-Carlton AVA), 반 두저 코리도어(Van Duzer Corridor AVA), 투알라틴 힐스(Tualatin Hills), 로렐우드 디스트릭트(Laurelwood District), 로워 롱 톰(Lower Long Tom AVA)

중요한 사실 하나 더. 매년 7월 말이면 오리건에서 세계 피노 누아 축제(International Pinot Noir Celebration, IPNC)가 열린다. 피노 누아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개최하는 이 축제에는 매년 70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참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 백 명의 피노 누아 와인메이커들이 참석한다. 3일 동안 전 세계의 다양한 피노 누아를 로컬 푸드와 함께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피노 누아 애호가라면 천국에 온 기분일 것이다. 이제 팬데믹도 끝나가고 해외여행도 가능하니 올여름 휴가는 오리건으로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현지에서 마시는 오리건 피노 누아 한 잔은 코로나를 이겨낸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충분할 것이다. 올해 일정은 7월 29일부터 31일까지이니 꼭 기억해 두자.

 

“활 모양 싱글 빈야드의 개성적인 테루아를 담은 프리미엄 피노 누아”
아처리 서밋,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Archery Summit, Arcus Estate Pinot Noir

장미 같은 화사한 꽃향기와 라즈베리, 체리 등 붉은 과일의 싱그러운 아로마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 안에서는 강렬한 과일 풍미와 다크 초콜릿, 홍차의 우아한 뉘앙스가 생동감 넘치는 신맛과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긴 여운을 선사한다. 프렌치 오크에서 15개월 숙성해 완성한 프리미엄 피노 누아. 아르쿠스는 라틴어로 활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대로 경사가 깊은 활 모양의 포도밭이다. 구획 별로 일조량의 차이가 있는 데다 기후 또한 미세하게 달라 개성적인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개성적인 레이블로 표현한 오리건의 테루아”
메종 누아, 바인 앤 서플라이  Maison Noir, Vine & Supply

체리, 붉은 베리 풍미와 함께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삼나무 같은 오크 뉘앙스가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생생한 산미를 동반한 앵두,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가벼운 타닌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다양한 육류와 버섯,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기 좋다.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해 오크에서 12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메종 누아는 오리건의 테루아를 담은 와인을 지향하는 부띠끄 와이너리로, 독특한 레이블이 그들의 철학을 대변한다. 

 

“진한 과일 풍미가 긴 여운을 선사하는”
랜섬, 셀렉션 오리건 피노 누아  Ransom, Selection Oregon Pinot Noir

깊은 가넷 컬러만큼이나 진한 검붉은 베리 풍미가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체리, 라즈베리 같은 상큼한 베리 풍미와 어울리는 상큼한 산미와 우아한 타닌의 밸런스가 탄탄한 구조를 형성한다. 발효 전 7일 간 저온 침용하여 색과 풍미를 충분히 뽑아내며, 18개월 동안 숙성해 정제와 여과 없이 병입한다. 양고기, 파스타 등은 물론 연어를 사용한 요리나 육전, 불고기 등 다양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 

캘리포니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야자수가 늘어선 해안가와 수영복을 입고 서핑이나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휴양객들 아닐까. 한마디로 쏟아지는 햇살과 후끈한 공기의 이미지다. 하지만 한국 면적의 4배가 넘는 캘리포니아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보인다. 우리나라만 해도 서울과 부산의 기후와 날씨가 다르니, 네 배나 더 큰 캘리포니아야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태평양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캘리포니아 해류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여러 산맥들이다. 한류의 영향을 받은 차가운 공기가 산맥의 틈새를 타고 들어와 안개를 발생시키는 이 지역은 비교적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캘리포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 AVA)가 대표적이다. 해안가의 찬 공기는 낮은 언덕을 넘어 나바로 강(Navarro River)을 따라 짙은 안개를 드리운다. 때문에 여러 와이너리들이 나바로 강을 따라 터를 잡고 포도밭을 일구었다. 나파 밸리(Napa Valley)의 덕혼(Duckhorn)은 일치감치 앤더슨 밸리에 진출해 빼어난 피노 누아를 만들고 있으며, 코스타 브라운(Kosta Browne), 리토라이(Littorai) 등 여러 이름난 생산자들 또한 프리미엄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다. 

 

“수려한 아름다움을 지닌 정상급 피노 누아” 
덕혼, 골든아이 피노 누아  Duckhorn, Goldeneye Pinot Noir

향긋한 바이올렛 향기와 체리류의 맑은 과일 아로마에 토양과 삼나무 뉘앙스가 고혹적으로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딸기, 자두, 블랙베리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에 은은한 버섯과 스파이스 힌트가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서늘한 앤더슨 밸리의 기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섬세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을 지닌 정상급 피노 누아. 골든아이 피노 누아는 나파 밸리의 명가 덕혼이 피노 누아에 최적인 테루아를 찾아 앤더슨 밸리에서 만드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한 송이 꽃처럼 밝고 생기 넘치는 아로마”
펠, 피노 누아  Fel, Pinot Noir

향긋한 붉은 꽃 향기와 체리, 석류, 앵두 등 새콤한 붉은 과일 아로마, 그리고 은근한 무화과 뉘앙스. 입에서도 붉은 베리와 라즈베리 풍미가 이어지며 향긋한 민트와 스파이스 힌트가 가볍게 곁들여진다. 레이블에 그려진 한 송이 작은 꽃처럼 밝고 선명한 이미지의 피노 누아. 프렌치 오크에서 16개월 숙성해 우아함을 더했다. 펠은 나파 밸리의 명가 클리프 레이디(Cliff Lede)가 2009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이름은 설립자 어머니 이름(Florence Elsie Lede)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떠오르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 산지,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 AVA) 

캘리포니아 해류는 북쪽의 차가운 한류를 실어 나를 뿐만 아니라 차가운 심층수를 끌어올려 캘리포니아 서쪽 해안가에 서늘한 기후를 형성한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을 받은 차가운 공기는 강뿐만 아니라 계곡의 저지대를 타고 내륙으로 스며든다.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 AVA) 북서쪽에 낮고 넓게 펼쳐진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AVA) 부근에는 오후가 되면 태평양에서 유입된 차가운 공기의 영향으로 자욱한 안개가 깔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안개는 포도 재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개가 오래 머무는 저지대의 동향 포도밭에서 특히 빼어난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외에 북쪽 해안가에 가까워 서늘한 해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포트-로스 씨뷰(Fort-Ross Seaview AVA) 등도 양질의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소노마 밸리와 나파 밸리 남쪽의 카르네로스(Carneros AVA) 역시 오래전부터 피노 누아 산지로 각광받았다. 소노마의 해안 지역보다는 좀 더 온화한 기후를 보이는 동시에, 산 파블로 만(San Pablo Bay)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의 영향을 받아 완숙 과일 풍미와 깔끔한 신맛, 탄탄한 구조감을 겸비한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섬세하고 실키한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
개리 페럴, 러시안 리버 셀렉션 피노 누아  Gary Farrell, Russian River Selection Pinot Noir

싱그러운 체리, 라즈베리 아로마에 신선한 녹차와 백후추 향이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붉은 베리 풍미가 주도하며 호두 같은 견과류와 버섯 뉘앙스, 미네랄 힌트가 복합적인 여운을 남긴다. 실키한 타닌과 생생한 신맛, 적당한 알코올 밸런스가 매우 뛰어난 와인이다. 서늘한 아침에 수확한 포도를 세심하게 선별해 양조하며 프렌치 오크에서 10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게리 페럴은 1985년 설립 이래 포도밭의 특성을 반영한 와인만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 부띠끄 와이너리다.  

 

“플로럴 아로마와 작은 붉은 베리 풍미의 조화”
마이클 포잔, 피노 누아  Michael Pozzan, Pinot Noir

장미 꽃잎, 제비꽃 같은 플로럴 아로마와 크랜베리 같은 작은 붉은 베리의 상큼한 풍미가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첫인상을 선사한다. 입 안에서는 농익은 붉은 베리 풍미와 바닐라, 정향 등 다양한 스위트 스파이스 뉘앙스가 조화를 이뤄 온화한 느낌을 준다. 프렌치 오크에서 20개월 숙성해 깊은 맛과 긴 여운을 지닌 피노 누아. 마이클 포잔은 1990년에 설립한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나파와 소노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소노마 와인 100주년을 기념하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
캔우드, 더 반 피노누아  Kenwood, The Barn Pinot Noir

잘 익은 블랙베리와 프룬 아로마에 다채로운 향신료와 가죽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검은 체리, 블랙커런트 등의 진한 과일 풍미와 은은한 홍차, 시나몬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밀도 높고 복합적인 풍미로 깊이를 느끼게 하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 손 수확한 포도의 프리런 주스만으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65% new)에서 22개월 숙성해 완성했다. '더 반'은 캔우드에서 소노마 와인 양조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와인이다.

 

“몬다비 가문이 내추럴하게 만드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
레인, 프리스톤 옥시덴탈 피노누아  Raen, Freestone Occidental Pinot Noir Bodega Vineyard

딸기, 라즈베리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은은한 허브, 영롱한 미네랄, 스모키한 고기 뉘앙스와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가벼운 타닌과 신선한 신맛, 풍미를 강화하는 알코올이 견고한 구조를 이뤄 다년간의 숙성 이후에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밤에 수확한 포도를 세심히 선별해 효모 첨가 없이 전송이 발효하여 정제 및 여과 없이 병입했다. 레인은 로버트 몬다비의 손자 단테 몬다비와 카를로 몬다비가 세계 최고 수준의 피노 누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미국 소노마 코스트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부르고뉴의 양조기술과 캘리포니아 떼루아의 만남”
데로쉐, 헤리티지 리저브 피노누아  DeLoach, Heritage Reserve Pinot Noir

딸기 등 신선한 붉은 과일 아로마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파이스 풍미가 곁들여진다. 입 안에서는 설탕을 찍은 딸기처럼 잘 익은 과일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나며, 크랜베리 같은 새콤한 산미가 깔끔한 피니시를 남긴다. 엔트리급 피노 누아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느낄 수 있다. 데로쉐는 러시안 리버 밸리 AVA 설립에 크게 공헌한 선구자적 와이너리로, 2003년 부르고뉴의 명가 장 끌로드 부아셰 가문이 인수한 후 2004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몬터레이(Monteray),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만 남부

실리콘 밸리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만(San Francisco Bay) 부근에서 남쪽으로 4-50km쯤 내려가면 몬터레이 만(Monteray Bay)이 있다. 몬터레이 만에서 시작해 남동쪽으로 쭉 파여 있는 살리나스 밸리를 따라 약 160km 이상 펼쳐진 와인 산지가 바로 몬터레이(Monterey AVA)다. 살리나스 밸리는 깔때기처럼 생긴 모양에 어울리게 서쪽 해안가의 차가운 공기를 쭉 빨아 당기는 역할을 한다. 찬 바람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초봄의 발아가 빠를 때는 냉해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래도 가을에는 포도가 오랫동안 천천히 익기 때문에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생리적으로 완숙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1960년대에는 이 지역에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지만, 최근에는 피노 누아 산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유명 생산자들이 몬터레이에 자리를 잡고 가성비 좋은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다. 

몬터레이 AVA 중간쯤의 남서부에 인접해 있는 산타 루치아 하이랜드(Santa Lucia Highlands AVA)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를 많이 생산한다. 아로요 세코(Arroyo Seco AVA)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에서 이 지역의 피노 누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북쪽에 위치한 마운트 할란(Mount Harlan AVA)은 일찍부터 뛰어난 피노 누아를 만든 칼레라(Calera) 덕에 일찍부터 알려졌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재해석”
라 크레마, 몬터레이 피노누아 La Crema, Monterey Pinot Noir

정향, 시나몬 캔디 등의 스위트 스파이스와 풋풋한 허브 뉘앙스가 검붉은 베리 풍미와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앵두 같은 레드 베리, 체리, 붉은 자두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드라이한 미감에 촘촘한 타닌과 입맛을 돋우는 신맛으로 음식과 함께 하기 좋은 피노 누아. 프렌치 오크 배럴(19% new)에서 8~9개월 동안 숙성해 출시한다. 1979년 설립한 라 크레마는 초기부터 부르고뉴 스타일의 섬세한 피노 누아를 추구해 왔다. 1993년 잭슨 패밀리 와인즈 소속이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피노 누아”
칼레라, 센트럴 코스트 피노 누아  Calera, Central Coast Pinot Noir 

핑크빛 장미, 바이올렛 등 향긋한 꽃향기와 커런트, 검은 체리 같은 과일 풍미에 스위트 스파이스와 감초 뉘앙스가 어우러져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입에서는 실크 같은 질감을 타고 밀도 높은 검붉은 베리 풍미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탄탄한 구조를 갖춘 미국 피노 누아의 전형. 몬터레이와 산타 바바라 등 센트럴 코스트의 다양한 산지의 피노 누아를 블렌딩해 만든다. 칼레라는 1975년 조시 젠슨(Josh Jensen)이 설립한 이래 미국 피노 누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포트 배럴에 숙성해 진하고 명쾌한 맛”
델리카토, 1924 포트 배럴 에이지드 피노 누아  Delicato, 1924 Port Barrel Aged Pinot Noir

완숙한 블랙베리 풍미에 코코아와 토스티 뉘앙스. 풍만한 바디에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진한 검은 과일 풍미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캘리포니아산 피노 누아를 포트 배럴에서 유래한 복합적인 풍미와 풍성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1924 레인지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증류주/주정강화 배럴 숙성 와인 시리즈로 2021년 포트 배럴 피노 누아를 새롭게 출시했다. 델리카토는 1924년 금주령 시기에 설립했으며, 현재는 캘리포니아 와인 수출 Top 3에 들어가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캘리포니아 중남부, 최고의 피노 누아를 선물하는 산타(Santa)들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와인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주인공 마일즈는 와인 애호가로, 그가 가장 사랑하는 품종은 피노 누아다. 친구와 함께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떠난 여행의 목적지가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인 것을 보면 과연 피노 누아 러버 답다. 산타 바바라는 최고의 피노 누아 생산지니까. LA에서 북쪽으로 100km 남짓 떨어진 산타 바바라의 풍경은 상당히 온화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기분 탓일 뿐이다. 산타 바바라의 여름 평균 기온은 의외로 캘리포니아 평균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포도 생육기간 동안의 강수량도 적어 피노 누아 재배에 최적이다. 

특히 산타 바바라 카운티 내의 '산타(Santa)' 돌림 AVA 중에는 정말 뛰어난 피노 누아 산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 AVA)로 이곳에 있는 비엔 나시도 빈야드(Bien Nacido vineyard)는 그랑 크뤼 급 피노 누아 포도밭으로 꼽힌다. 좀 더 남쪽으로 산타 이네즈(Santa Ynez AVA) 서쪽에 위치한 산타 리타 힐스(Sta. Rita Hills AVA) 또한 석회질 토양을 기반으로 양질의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피노 누아를 선물하는 산타 할아버지 같은 지역들이니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최고의 포도밭과 스타 와인메이커의 콜라보”
밀러 패밀리, 옵틱 비엔 나시도 빈야드 피노누아 블록 넘버 42A  Miller family, Optik Bien Nacido Vineyard Pinot Noir Block No. 42A

향긋한 라벤더 향이 잘 익은 딸기, 라즈베리 같은 붉은 베리 풍미를 우아하게 감싸 안는다. 입에 넣으면 완숙 베리 풍미와 숲에 들어온 듯 상쾌한 허브와 섬세한 미네랄, 그리고 토양 내음. 다양한 향신료의 여운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최고의 피노 누아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40% new)에서 10개월 숙성했다. 옵틱은 비엔 나시도 빈야드를 소유한 밀러 패밀리와 스타 와인메이커 조이 텐슬리(Joey Tensley)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걸작이다.

 

“VVIP를 위한 최고의 피노 누아”
솔로몬 힐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Solomon Hills, Estate Pinot Noir

막 갈아낸 후추, 삼나무 등의 톡 쏘면서도 상쾌한 향기가 붉은 베리 풍미에 매력적으로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가벼운 바디를 타고 섬세한 붉은 베리, 블루베리 풍미와 은은한 토양 내음이 드러난다. 섬세한 타닌과 산뜻한 신맛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피노 누아. 야간에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후 프렌치 오크(33% new)에서 18개월 숙성해 여과 없이 병입한다. 솔로몬 힐스 빈야드는 산타 마리아 밸리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해 태평양 한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토양은 대부분 해저 모래 점토질로 이루어져 최적의 피노 누아 재배지로 평가받는 포도밭이다. 

 

“여성 와인메이커가 만드는 우아하고 섬세한 피노 누아”
캠브리아, 줄리아 빈야드 피노 누아 Cambria, Julia's Vineyard Pinot Noir

크랜베리, 검은 베리와 체리의 영롱한 순수한 아로마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석류, 체리,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다양한 베리 풍미와 함께 은은한 토양 내음과 복합적인 스파이스 뉘앙스가 고혹적으로 어우러진다. 부드러운 타닌과 적절한 신맛, 과일 풍미와 알코올이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는 프리미엄 피노 누아. 개방형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프렌치 오크(25% new)에서 15개월 숙성했다. 잭슨 패밀리 와인즈 소속으로 현재는 설립자의 두 딸 케이티 잭슨(Katie Jackson)과 줄리아 잭슨(Julia Jackson)이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피노 누아의 관능적인 매력”
더 힐트, 뱅가르드 피노 누아  The Hilt, Vanguard Pinot Noir

블랙베리, 프룬 등 검은 과일 풍미에 상쾌한 민트, 드라이한 세이지, 달콤한 감초 힌트가 가볍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실키한 질감과 산뜻한 신맛에 긴장이 풀리며, 화려한 과일 풍미가 은근한 동물성 힌트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관능적이고 프루티한 신대륙 피노 누아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더 힐트는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과 호나타(Jonata)를 소유한 스탠 크랭키(Stan Kroenke)가 최고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생산을 목표로 산타 리타 힐즈에 설립한 부티크 와이너리다. 

 

“오아시스처럼 순수한 피노 누아”
필드 레코딩스, 원더월 피노 누아  Field Recordings, Wonderwall Pinot Noir

향긋한 붉은 꽃 향기와 라즈베리, 블랙 체리, 딸기 등 붉은 베리 아로마, 그리고 무화과, 아몬드, 스모키 힌트가 더해져 다채로운 풍미를 드러낸다. 입 안에서는 진한 붉은 과일 풍미에 홍차, 백후추, 정향, 계피 등 복합적인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풍성하고 화사한 느낌. 적절한 산도와 감칠맛은 매력적인 여운을 남긴다. 산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의 에드나 밸리(Edna Valley)에서 개입을 최소화해 양조한 와인으로 피노 누아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딜리셔스 미국와인 4탄] 미국, 피노 누아의 두 번째 고향이 되다 - 와인21닷컴

'피노 누아=부르고뉴'라는 공식을 깨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 이제 미국은 피노 누아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미국 피노 누아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오리건의 윌라메트 밸리를 비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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