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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책·영화·음악·여행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2. 19.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주연, 조 라이트 감독.

특별한 이유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보게 된 영화. 게다가 넥플릭스에 없어서 유튜브에서 돈 내고 사서 봤다ㅋ 그런데 정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 있는 영화였다. 일단 게리 올드만이 완벽하게 소화한 윈스턴 처칠의 명연설들이 감명 깊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2차 세계 대전 개전 초기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가운데, 여러 결정적인 의사 결정 장면들에서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덩케르크에 모여 있는 40만 대군을 살리기 위해 바로 옆 칼레에 주둔한 4천 명 병사의 목숨을 희생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정적들이 압박하는 가운데, 자신의 신념과 대의에 따라 파시스트 정부와의 협상을 거부할 수 있을까? 

사실 그가 지하철로 뛰어 내려가 시민들의 동의를 얻고 각료들까지 설득하는 과정은 패도와 편법에 가까웠다. 총리가 물었을 때 면전에서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는 교묘하게 시민들을 선동(?)해서 그가 원하는 대답을 얻었고, 그 대답을 교묘하게 각색해 각료들을 설득했으며, 결국 그가 생각한 대로 정국을 이끌었다. 

사실 칼레-덩케르크의 문제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한 문제의 현실판이다. 나같이 유약한 사람이라면 40만을 구하기 위해 4천을 희생하는 작전을 차마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책임을 지고' 그 작전을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40만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인 '다이나모 작전'을 실행했다. 4천 명을 희생한 대가로 40만을 확실하게 구해 낸 것이다. 정치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택하는 것이라는 정치적인 격언을 그대로 실행한 듯하다. 

번외로 처칠의 까다로운 식성과 주량 또한 주목할 만한 점. 매일 그렇게 술과 시가를 달고 살면서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게 신기했다. 간이 엄청 튼튼한 사람이었던 듯. 그는 '연습하면' 된다고 했지만, 난 꾸준한 연습에도(?!) 잘 안 되더라. 솔직히 매일 최고급 샴페인과 스카치, 코냑을 즐길 수 있는 체력이 정치적 능력보다 훨씬 부럽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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